"그래서, 종합해보면 어떠냐? 괜찮은 인생이었냐?" "내 인생? 글쎄요. 한마디로 말하자면 ’펑크 밴드 데뷔 앨범"이랄까?" "그게 무슨 뜻이냐?" "눈 깜짝할 사이에 끝난다는 뜻." "그렇군" 쿠사노는 간신히 굴욕적으로 짓밟힌 상태에서 벗어나며 쓴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그 눈 깜짝할 사이에 끝나는 앨범에는 보통 보너스 트랙이 딱 한 곡 들어 있곤 하죠." 료타는 쿠사노의 머리를 잡아서 일으켜 세운 후 필살 아르헨티나 백 브리커를 날렸다. "그 보너스 트랙이란 지금을 말하는 거냐? "응. 앨범 본편보다 그쪽이 더 좋을 때도 있죠."
페이지 :  p339~340 에서

 짧은 일본에 관한 지식으로 말하자면, 책의 해설에서도 나오지만 일본은 ’이승과 저승의 경계가 없이 함께 하는 나라’라고 한다. 흔히 일본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집에 돌아가신 분의 유골을 모시고, 귀신과 요괴를 다루는 만화나 애니가 넘쳐나는 것을 봐도 그리 틀린 말은 아닌 듯 하다. 그런 일본의 모습을 담담하게 잘 표현해서 제16회 일본판타지소설대상 우수상을 수상한 작품이 바로 이 ’보너스 트랙’이다.

 이 작품은 우연히 뺑소니 사고를 목격한 패스트푸드점 직원과 그 사망자 유령이 동거하면서 벌어지는 사건 해결기이다. 하지만 어두움과 절망보다는 시종일관 유쾌하고 담백한 서술로 이야기는 진행된다. 게다가 범인을 찾고자 하는 노력보다는 힘들고 고된 직장인의 하루와 질풍노도의 청소년기를 묘사하는데 책의 대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이미 세상에 아무런 영향을 행사할 수 없는 영혼의 모습으로 바라보는 현대 일본과 일본인의 모습은 가깝고도 먼 일본의 참모습을 엿보게 해준다. 장기적인 경제 불황 속에서 점점 더 각박해져가는 현실과  그 속에서 고분분투하는 모습은 우리에게도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다. 이처럼 세계화란 결국 어느 곳이나 비슷비슷해져가는 '평준화'의 과정인지도 모른다.

 그런 점에서 하루를 바쁘지만 덧없이 살아가던 주인공이 진짜로 모든 것이 의미를 잃은 영혼의 충고로 인생의 의미를 재정립해가는 과정은 잔잔한 감동을 준다. 비록 그것이 거창한 것이 아니라, 잊혀졌던 취미를 되살리고 좀더 적극적으로 업무에 임하는 것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일상의 소중함을 되찾아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가장 극적인 판타지 일지도 모른다.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그렇게 소박한 것이다. 각박해져가는 현실 속에서 지치고 쓰러지지 말라고. 유쾌하고 긍정적으로 도전하고 극복하라고 말한다. 그리고 여유를 갖고 현재를 즐기라고 말한다. 누구나 인생의 ’보너스 트랙’ 하나쯤은 갖고 있다고 말이다. 이처럼 잘 만든 판타지란 아이러니하게도 현실을 기반으로 현실을 보다 잘 보여주는 ’환상’이다. 그런 점에서 보너스 트랙은 완벽에 가까운 판타지라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