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아무리 잘 생기고, 돈 많고, 매너 좋다 해도, 여자가 당신 옆에 있으면 빈자리가 느껴지고 거짓된 삶이 놓인 것처럼 2퍼센트 부족하면 여자는 떠난다. 지지리 고생바가지를 쓰고도 좋다고 헤헤 웃는 여자들 곁에는 항상 불온전한 인간이, 나쁘지만 나쁘다고 말할 수도 없는 남자들이 있는 것도 이것과 관계가 있지 않을까.   불온전한 인간을 온전한 인간으로 만들고 싶은 욕망, 나로 인해, 내가 있어, 나 없으면 안 되기 때문이라는 명분을 만들어주는 나쁜 남자는 그래서 인기가 많다. 「금각사」는 그런 여자의 심리를 예리하게 포착하고 있는 소설이다.
페이지 : p.119에서

 문학의 영원한 테마는 ’사랑’이다. 꼭 문학만의 테마가 아니라 ’거의 모든 것의 테마’가 아닐까 싶다. 수많은 시, 소설, 음악, 영화가 사랑을 얘기했지만, 여전히 사랑은 누구도 풀지 못한 인류의 숙제와 같다. 사랑에 대해서 모르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끊임없이 사랑을 찾아 헤매이는 지도 모른다. 목숨같은 단 한 번의 사랑의 찾아 수많은 사랑을 경험하는 지도 모른다. 

 그래서일까? 누구나 사랑에 대해 떠들어 되지만, 그 누구도 사랑에 대해 진솔하고 정확하게 말하는 이는 드문 듯하다. 마치 웅장한 자연이나 위대한 예술 작품을 언어로 표현하는 것이 녹녹치 않은 것처럼, 사랑도 언어로 정의내리기에는 힘에 부친 상대일지도 모른다. 이런 무모한 작업에 도전장을 낸 책이 바로 이 책 ’사랑하고 있다고, 하루키가 고백했다’ 이다.

 책을 살펴보면, ’무모한 도전’에 임하는 저자의 치밀한 계산과 풍부한 표현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널리 인기와 작품성을 고루 갖춘 일본의 소설을 통해서 사랑의 다양한 모습을 살펴보고 있기 때문이다. 문학 교수인 저자가 자신의 ’주무기’를 통해 ’사랑’을 공략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대표 인기작가인 하루키를 시작으로 유미주의자 미시마 유키오의 ’금각사’, 국민작가 소세키의 ’산시로’, 최근 베스트셀러인 ’지금 만나러 갑니다’,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전차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일본 소설들을 접할 수 있다.

 다양한 소설을 통해서 우리는 다양한 사랑의 모습들을 살펴볼 수 있다. 그것도 문학 교수의 언어의 정갈하고 맛깔스런 표현을 통해서 말이다. 예를 들어 저자는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에 나타난 사랑을 "네가 안에 들어왔고, 그런 너를 내 안에 품었지만 네가 떠나고 싶으니, 잘 가라고 말하는 사랑’이라고 정의했으며,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를 읽고는 "자신의 가슴 깊은 곳이 시큼해질 정도로 자신의 사랑에 질투를 느끼는 사랑"이라고 말한다. 특히 인상깊었던 구절은 전차남의 사랑을 "화염방사기로 단번에 숲을 태우는 게 아니라 한 그루 한 그루 묘목에 불을 붙여 나가는 사랑"이라고 평한 부분이다. 소심한 남자와 세심한 여자의 인연을 정말 잘 나타내는 표현이 아닌가 한다.

 이 책은 다양한 일본 소설을 일본인의 눈으로 분석한 문학 입문서로도 손색이 없고, 사랑에 대해 갈망하는 이를 위한 러브 에세이로도 훌륭하다. 다만 간간이 보이는 일본어투 번역과 오타가 눈쌀을 찌뿌리게 한다. 다음 판에는 좀더 수정을 거친 후 발간되었으면 한다.  사랑은 언제나 부족한 듯 하다. 나에게도 타인에게도. 그렇기에 우리는 내일도 더 열심히 사랑해야 할 것이다. 더욱 풍부한 사랑을 하기 위해 가끔은 이런 책으로 자신 속의 사랑에 영양분을 공급해주는 것도 좋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