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싫어하는 이는 많지 않을 것입니다. 오히려 영화를 좋아하는 이가 압도적으로 많을 것입니다. (성경이나 교과서 같은 것을 제외하면) 천만 권이 팔린 책은 흔치 않습니다. 하지만 천만이 넘는 그것도 우리 한국영화가 벌써 열편이 넘어가고 있습니다. 그만큼 영화는 매력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영화 서평을 담은 책이나, 영화를 통해서 심리학이나 경제학을 설명하려는 책들도 눈에 띄곤 합니다.
하지만 『영화에게 세상을 묻다』는 더욱 독특합니다. 이 책은 영화를 통해서 정치, 환경, 인권, 고용, 교육, 복지 등 우리 사회의 10대 난제를 선별한 후, 서른 개의 세부 주제로 나누어 각각의 상황을 살펴보고 있습니다. 하나 하나의 주제가 백분토론을 통해서도 그저 서로의 입장차이만 확인하고 끝나기 일쑤인 테마입니다. 이리도 무겁고 심각한 주제를 이 책은 영화라는 말랑말랑한 소재를 이용해서 보다 친근하게 다가서고 있습니다.
이 책은 주제만큼이나 다양한 영화를 보여줍니다. 권력의 정당성 문제를 다루면서 『스윙보트』나 『맨 오브 더 이어』같은 코메디 영화로 심각한 정치를 유쾌하게 풀어나갑니다. 법과 정의의 문제는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라는 스릴러 영화로 긴박하게 묘사해냅니다. 환경문제는 SF영화 『투모로우』로 끔찍한 결과를 실감나게 보여줍니다. 교육문제의 경우는 조금은 낯선 인도 영화 『세 얼간이』를 통해 음악과 무용으로 경쾌하게 그 해법을 제시합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만나는 다양한 영화들은 그 자체로서 새로운 즐거움을 선사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맨 처음 소개된 『스윙보트』나 『맨 오브 더 이어』를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미국 정치를 다룬 작품이라 그런지 홍보가 미약했거나, 아예 개봉조차 되지 않은 작품을 알게 되어 마치 보물을 발견한 느낌입니다.
반면에 아는 영화를 새롭게 보는 즐거움 또한 존재합니다. 영화 『우동』의 경우, 저는 소소하지만 따뜻한 일본이 일상을 그린 음식 영화로만 보았습니다. 하지만 저자는 그 속에서 꿈과 진로의 문제를 진지하게 탐구하고 함께 고민할 수 있도록, 우리에게 그 실마리를 풀어주고 있습니다. 알고 있는 영화를 또다른 관점에서 바라봄으로써 색다른 재미와 함께 진지한 성찰 또한 가능하도록 만들고 있습니다.
영화를 통해 사회 문제를 바라본다는 참신한 발상은 전적으로 저자의 힘과 노력에서 비롯됩니다. 영화를 공부한 김용희님과 정치를 공부한 이승연님의 시너지 효과는 재미있고도 묵직한 내용을 담은 이 책을 낳았습니다. 섬세한 여성의 시선으로 영화를 분석하고, 꼼꼼하게 사회 문제와 연결하는 솜씨는 두 사람의 단단한 연대와 공조를 짐작하게 합니다.
부디 이 책을 많은 사람들이 읽고, 공감하고, 깨달았으면 합니다. 우리 모두의 생각이 변하고, 앞다투어 행동으로 소망을 이루어 나갔으면 합니다. 그래서 저자들이 프롤로그에 적었듯이 해피엔딩같은 현실이 하루 빨리 이루어졌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