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인문학 명강』은 연세대학교 학술정보원이 주최하고 재단법인 플라톤아카데미에서 주관했던 ‘동양고전, 2012년을 말하다’ 강의를 엮은 책입니다. 강신주, 고미숙, 성백효 등의 인문학자들이 마이크를 들었던 이 강의는 매회 1700여 좌석이 들어찰 정도로 큰 인기를 얻었다고 합니다. 인문학에 대한 우리 사회의 목마름이 얼마나 큰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증거라 하겠습니다. 저 또한 인문학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늘 본인의 부족한 실력과 인문학에 대한 선입견으로 매번 좌절하곤 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의 서평단을 모집했을 때, 간절한 마음으로 지원했고 운좋게 당첨의 행운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
살펴본 바와 같이 이 책은 고전 중에서도 동양고전을 그 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서양고전과 비교해 볼 때, 동양고전은 지리적으로나 물리적으로 훨씬 우리에게 가까운 존재입니다. 하지만 심리적 거리는 결코 가깝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어쩌면 서양고전보다도 더 낯선 존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동양고전과 우리를 가로막고 있는 거대한 장벽은 바로 한자로 구성된 텍스트와 유구한 세월에 따라 축적된 다양한 해석입니다. 수 천년 세월을 버텨낸 고전의 저력이 오히려 우리에게는 경이를 넘어선 외경으로까지 느껴집니다. 과연 이 책은 그러한 방해물을 어떠한 방식으로 해결했는지를 책을 읽으면서 살펴보았습니다.
책은 크게 네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먼저 광고인 박웅현님과 역사학자 주경철님의 기조연설을 통해서 인문학의 가치에 대해 숙고해 봅니다. 그 다음 고전을 통해서 개인과 사회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1부 동양고전에서 인생을 만나다, 바람직한 삶과 그 방법을 탐색해본 2부 동양고전으로 행복을 꿈꾸다, 고전을 통해서 창의력을 계발하는 길을 모색하는 3부 동양고전에서 창조를 발견하다를 통해 고전의 다양한 매력을 살펴보고 있습니다. 13명의 명강사를 길잡이 삼아서 이름만 알고 있는 동양고전의 세계를 탐험하고, 그 빛나는 보석같은 가치를 발견하는 짧지만 긴 여행을 하게 됩니다. 이 여정이 안락하면서도 흥미로운 까닭은 전적으로 각자의 분야에서 정진한 학문적 업적을 개성있는 방식으로 풀어낸 강사분들의 힘입니다.
13개의 고전을 다루면서 강사분들은 최소한의 한문만을 사용하고, 친절한 해설을 덧붙임으로써 한자에 대한 울렁증(?)을 가진 독자를 배려하고 있습니다. 난해한 내용을 풀어내는 솜씨는 각자 다르지만, 공통점 역시 존재합니다. 그것은 고전이 가지는 의미를 철저하게 현재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를 통해서 고전이 가지는 진정한 의미, 지금 여기의 우리에게 나아갈 방향을 분명하게 제시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왔던 부분은 정병설 교수님의 해석을 통해서 살펴본 『한중록』입니다. 입시를 위해서 외웠던 단편적 지식이 아니라, 절대 권력의 속성을 보여주는 기록이자 사도세자의 죽음에 대한 의문을 풀어줄 증거로서의 가치를 이번 기회를 통해서야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13명의 강의를 통해서 다양한 고전을 쉽고 재미있게 접할 수 있다는 점은 이 책이 가지는 장점입니다. 하지만 이 책 한 권으로 인문학을 알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인문학에 아닌 어떤 분야에 관한 것도 책 한 권으로 모든 것을 알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이 책은 인문학을 꺼려하는 사람들, 인문학에 대한 호기심을 가진 이들에게 넓고 깊은 세계를 친절하게 안내해줄 길잡이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저 또한 늘 동경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두려워했던 인문학을 조금이나마 알게 된 것 같아 더없이 기쁩니다. 많은 이들이 이 책을 읽고 인문학에 대한 이해를 넓혀갔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