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들이 내가 태어났을 때도 그렇게 기뻐서 울음을 터뜨렸는지 궁금해졌다. (12쪽)

태어날 때부터 청각 장애를 가진 아이 에밀리오에게 가족은 낯선 존재였던가 보다.

장애를 인정하고 돌보기에 앞서 부끄러운 존재로 인식하고 행동했던 아빠의 모습엔 무척 화가 났다.

끝내 가족 모두에게 무책임한 행동으로 기억되며 사라진 아빠.

그런 상처를 가진 에밀리오에게 이웃집 하비에르 바스케츠 씨는 세상과 통하는 유일한 길이었을 것이다.

떠나버린 아빠의 자리를 아저씨가 대신 채워주기를 바랄 만큼...

 

고요함은 단지 보이는 바다를 상징하는 것만은 아니었다.

그보다는 에밀리오의 가슴 속 상태를 대신하는 표현이랄까.

군중 속에서도 불현 듯 감지되는 절대 고독처럼, 에밀리오는 자기만의 고요속에서 매우 외로웠을 것 같다.

아침에 태어나서 듣기도 말하기도 할 수 없음을,

낮에 태어났다면 듣기라도 가능했음을,

그보다 저녁에 태어났더라면 듣기와 말하기가 모두 가능했을 거라는 아저씨의 위로는

에밀리오 너의 잘못이 아니라고,

스스로 미워해서는 안된다고,

잘못은 어른들의 편견이라고 말하는 속삭임처럼 들렸다. 

아동심리학자인 세뇨라 안나를 만나 그렸던 그림 속 아저씨와 엄마와 자신의 모습은, 설명이 없다면 미처 이해할 수 없는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날개없는 갈매기의 모습을 상상하고 있던 내 눈에 책 표지가 다시 들어왔다.

빨간 입술, 갈매기, 손가락 위에 앉은 바로 그 작은 갈매기.

자신의 그림을 보고 아빠도 힘들었을 것임을 설명해주던 안나에게 던진 질문

"내가 비정상인가요?"

"아니, 넌 사랑스러운 아이야."

 

하이베르 아저씨의 자상함과 안나의 소리없이 북돋움과 따뜻한 보살핌이 없었더라면 에밀리오에게 바다는 언제까지나 고요했을 것만 같다.

그러나

이제 에밀리오는 바다의 소리에 맞춰 춤을 춘다.

이제 바다는 고요하지 않다.

이 책을 통하면 대한민국 상위 5%가 될 수 있다고 확신하는 간행사를 읽고 조금 겁을 먹었던 게 사실.

과연 미루어 짐작하기에도 힘든 상위 5%가 가능한 일인지...의심으로 넘긴 첫 장.

의심은 곧 확신으로 변했다.

 

예비 중학생을 두고 있는 학부모로서 여러 가지 근심과 걱정으로 겨울방학을 보내고 있는 요즘...

인터넷서점을 기웃거리다 보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들이 각종 교과 관련 도서들이다.

그 중에 단연 '상위 5%'를 부각시킨 이 책은 부모로서 욕심이 날 수 밖에 없는 책이었다.

내심 초등 6년 동안 꾸준히 실력을 다져왔고 과학 영재 수업의 혜택도 누려보았지만 딱히 체계적인 수업을 받은 경험이 없어 그간의 자부심과 함께 그만큼의 불안함도 함께 가지고 있었던 게 사실이다.

아니나다를까 이 책을 대하는 아이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여태껏 읽어오던 다수의 책들 보다 글씨 크기가 작다는 게 가장 큰 이유였다.

그러나 엄마의 강권에 못 이겨 서너 쪽을 넘기던 아이는 금새 달라진 표정으로 단숨에 읽어내려 간다.

'휴~, 다행이다.'

엄마로서 책 읽는 자식의 모습을 지켜보는 일은 자식의 입으로 밥 숟가락 들어가는 것만 봐도 배부른 그 이상의 기쁨이고 행복이다. (적어도 내 경우는 그렇다. ^^;;) 읽으면서 중간 중간 책장에 꽂혀 있는 과학잡지도 함께 펼쳐본다. 이 아니 흐뭇할 수가...

만면에 미소를 머금은 아이에게서 건네 받아 그제야 내 몫이 되어 읽은 책.

역시 괜한 확신이 아니었다.

표지에도 제시되어 있듯 중.고교에서 가르치는 최고 수준의 학습 과정을 미리 볼 수 있다.

그것도 과학고의 현직 선생님들께서 직접 전하는 쉽고 차근차근한 설명으로. 이 또한 얼마나 고마운 사실인가...  

덕분에 이미 20여년 전의 과거가 되어 버린 나의 학창 시절이 떠올랐다. 무턱대고 외워대던 각종 법칙과 현상들... 그 중 밀도를 이용한 생활의 지혜(79쪽)만 들여다보더라도 이 책의 장점을 금방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

과학이 얼마나 깔끔하고 명료한 것인지를, 화학이라는 분야가 얼마나 재미있고 신나는 것인가를.

이제 '왜?'라는 궁금증과 친해질 것이다. '왜?'는 곧 나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므로.

책을 읽는 동안 또 다른 고민 한 가지도 자연스레 해결되었다.

다름아닌 한자어로 된 용어 정리에 대한 해결.

한자에 매우 약한 아이에게 중학교 진급시 특히 걱정되는 것 중에 하나가 과학과 사회 과목의 전문 용어 부분이었는데 적어도 과학 과목에 대한 불안은 접어둘 수 있게 되었다.

질량, 무게, 부피, 밀도, 증발, 확산, 혼합, 화합...등등 매 단원마다 등장하는 각 용어에 대해 개념을 쉽고 확실하게 정리 할 수 있고, 책의 마지막 부분에 '찾아 보기'가 함께 수록되어 있어 필요하면 언제라도 해당 부분을 펼쳐 볼 수 있어서 좋다.

과학은 멀리 있지 않다. '왜 그럴까?'를 끊임없이 확산시키는 노력을 더한다면 우리는 모두 과학자가 될 소질을 충분히 갖춘 것이다.

인류가 불을 사용하는 것으로부터 이미 화학은 시작되었다고 한다. 이처럼 화학은 이미 우리 생활 속 곳곳에 자리잡고 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잠수함의 원리를,  라면에 스프를 먼저 넣어 끓일 때의 비밀을 좀 더 화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실용과학자의 길로 한 걸음 다가서는 기회를 얻기 바란다.

당당한 부자? 아니 당당한 그녀를 만났다.

주어진 악조건을 스스로 개척하고 나아가 발전시키고 성공의 정점에 발도장을 찍었다고 자신하는 그녀.

 

그녀의 조언대로라면 수비보다는 공격을, 성실보다는 다소 파격을 선택하고 즐길 줄 아는 대범함이 기본적으로 갖추어져야 부자가 되고 싶다는 꿈도 꿀 수 있을 듯...

그러므로 아주 많이 소심한 나의 경우 단번에 그녀의 조언을 받아들이기에는 벅찬 게 사실이다.

단지 그녀가 들려주는 노력형 부자들의 이야기에 전보다는 조금 더 관심이 끌린다는 것이 이 책을 읽고 난 후의 소득이라고 본다면 맞을 것 같다.

 

그녀는 매우 당당하다.

때로는 뻔뻔하기도 하다.

그러나 그 뻔뻔함이 밉지만은 않았던 것은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올 것 같지 않을 의지를 가지고 어금니 꽉 깨물고 실천하여 얻었을 것 같은 당당한 결과이기 때문일 것이다. 

불과 200여쪽 넘을 뿐인 이 한 권의 책에 그녀는 많은 말을 담았다.

(어쩌면 너무 친절했기에 나도 모르게 뒷걸음을 쳤는지도 모르겠다.)

새로운 경험이나 감동을 글로 써서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욕망이 계속 생겨나기 때문(135쪽)-이라는 말 그대로 오랜 시간에 걸쳐 몸소 터득한 수 많은 비결들을 하나라도 더 전파하고 싶어 발을 동동 구르며 애타 할 것만 같은 그녀의 마음이 전달되는 책읽기였다. 

그 마음은 마치 3-4년 전 시립도서관을 이용하던 초기에 도서관의 존재 자체를 모르고 그저 비싸고 이름난 책만 사려 드는 주변 엄마들을 보며 말도 못하고 조바심치던 내 모습과도 같이 느껴졌다. 도서관의 장점만 보이는 내 눈에는 도서관은 두 말이 필요없는 천국같은 장소이지만, 나와는 생각과 원하는 바가 다른 사람들에겐 그 곳은 그저 도서관일 뿐이란 것을 한참이 지난 후에 알 게 되었다. 어쩌면 그녀도 자신의 실패와 성공 사례를 가능한한 많은 사람들이 빠른 시간 안에 맛보기를 돕고 싶다는 오직 마음만으로 이 책을 쓴 것은 아닐까... 나 역시 그녀의 당당한 모습이 매력적으로 보이기는 하나 그녀와 똑같은 방법을 취하겠다는 결심까지는 아닌 것을 보면...

미안하게도 당당한 부자가 될 수 있다는 그녀의 이야기보다 중간 중간 작은 박스에 놓여 있던 짧은 글귀들이 당장엔 더 기억에 남는다. 아무래도 그녀의 조언을 바로 실천으로 옮기기에는 내 의지가 그다지 굳세지는 않은 것 같다. 하지만 남들이 모르는 비결을 알 게 되었으니 언제라도 의지가 단단해지는 그  날 그녀의 바람대로 당당한 부자가 되는 길을 좀 더 쉽고 빠르게 나아갈 수 있기를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