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이네 살구나무>란 제목을 읽으면
그림처럼 커다란 살구나무 한그루가 서 있는 시골 집이 떠오른다.
도시 속 아파트가 아니라 시골 어딘가의 그 집에 "분이야~~"하고 부르면 
단발머리에 동그란 눈을 가진 아이가 쏙 나올 것만 같다.
내 마음 속 분이처럼 <분이네 살구나무>엔 귀엽고 재미난 동시들고 가득 차 있었다.

사실 이제 말이 제법 늘고 있는 딸아이를 위한 책이었다.
말문이 트이고 있을 때 다양한 단어들이 사용되고 운율까지 있는 동시를 읽어주면 
아이에게 좋다는 이야기를 들어서였다.
그리고 "교과서에 나오는 동시조와 현대 동시조 모음집"이라니,
미리 교과서에 나오는 동시를 접해보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딸래미에게 읽어주다보면 어느새 내가 책 속으로 빠져들어가는 게 느껴진다.
사실 동시라고 하면 '아이들이나 읽는 시, 동시는 유치하다'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나도 사실 그렇게 생각했으니깐.하지만 <분이네 살구나무> 속 동시들을 보면 
어린 시절이 떠오르면서 왠지 모르게 즐거워졌다.
게다가 생활 속에서 흔히 보고 그냥 지나치게 되는 유리창, 팽이, 눈 등을 바라보며
어떻게 이런 시가 나올 수 있는지 신기하였다.
그런 시인들의 생각과 느낌을 같이 느낄 수 있다는 게 바로 시의 매력이 아닌지......
무엇보다 시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 내 생활 곳곳에 숨어 있을 뿐, 
조금만 생각을 달리 해보면 시란 참 가까이 있는 것이다.
그러한 동시를 통해 다양하게 생각하는 법도 배우고 
자신만의 느낌을 표현한다는 게 참 좋은 듯하다.
동시를 하나하나 읽어주면 그만큼 아이의 마음도 하나하나 자라나지 않을까?

 <분이네 살구나무>에 나오는 시 중 참 마음에 드는 시 하나..

           어   머   니                  

                         -송재진

울다가 깜박 잠든

내 손톱 깎으신다.

화라락, 엄마 가슴

할퀴었던 심통머리.

뽀로통 앵돌아 누운

마음까지 잘라 내신다.

요즘 딸래미랑 싸우게 되는 경우가 참 많았는데 
이 시를 보면서 아이의 마음도 느껴볼 수도 있었고,
어릴 때 엄마 무릎에 앉아 손톱깎던 일도 생각나서 
왠지 모르게 가슴에 와 닿는 시, 어머니.
울 딸래미도 <분이네 살구나무>에서 놀다보면 말도 술술 늘겠지만
무엇보다 동시를 가슴에 가득 담아 따뜻한 아이로 자라겠지~~^^

오늘도 무릎에 딸을 앉히고 가만가만 동시를 읽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