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 달이 된 오누이>에서 얼개를 따온 옛이야기, <이야기보따리를 훔친 호랑이>는 비극적인 요소를 없애고 이야기가 지닌 재미와 힘을 강조하고 있어요. 어렸을 적 들었던 '해와 달이 된 오누이'에 나오는 호랑이가 수숫대에 엉덩이가 찔려 죽을 때 얼마나 아팠을까 싶어 엉덩이를 움찔거렸다는 작가의 이야기는 공감이 되는 부분이 있더라구요. 저도 어렸을 적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참 잔인하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엄마를 꿀꺽 삼켜버린 호랑이, 그 호랑이를 피해 도망치는 오누이의 모습이 넘 짠했어요. 해와 달이 되었다고는 하는데 가족의 이별이 넘 슬프고, 또 그런 일화로 수숫대가 붉다고 하는 것이 마음에 걸렸었는데, 어린 시절

아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비극적인 이야기는 맞는 것 같아요.

 

<이야기보따리를 훔친 호랑이>를 읽는 아이들은 이야기의 즐거움을 온전히 느낄 수가 있어요. 비극이 주는 충격 없이 이야기가 이야기와 만나 새로운 이야기로 탄생하는 재미도 느끼게 되고, 이야기보따리를 가지고 다니는 호랑이의 모습이 친근하고 정겨워서 옛이야기의 구수한 느낌도 느끼게 되네요.

 

이 이야기는 호랑이가 떡함지를 지고 고개를 넘어오는 할머니를 꿀꺽 삼키는 것은 같은데, 할머니가 뱃속에서 죽지를 않았답니다. <호랑이 뱃속구경>이란 옛이야기에서 호랑이 뱃속에서 죽지 않고 살아돌아오는 이야기가 있기에 이런 할머니의 모습이 낯설지 않네요. 할머니의 손주들은 할머니라 속이는 호랑이에게 이야기를 해 보라고 하고 호랑이는 할머니를 토해 내서 이야기를 시킵니다.

 

할머니의 이야기가 넘 재미있어서 그 이야기 듣는 재미에 어느 순간부터 호랑이는 할머니와 손주들의 말을 듣는 순한 존재로 변해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뒷이야기가 너무 궁금해도 할머니가 손주들 저녁 주는 시간을 기다려야만 하고, 빨리 이야기하지 않으면 잡아먹겠다고 협박을 해도, 오누이가 도리어 할머니를 잡아먹으면 이야기를 못 듣는다고 하니 답답해도 기다릴 수 밖에 없는 순박한 호랑이로 어느새 변해버렸어요. 할머니가 호랑이와 손주들에게 해주는 이야기도 <굴러가는 떡 먹기>라는 옛이야기라서 아이들은 이 책을 읽으면서 옛이야기가 서로 만나서 하나의 새로운 이야기로 탄생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답니다.

 

 

이미 옛이야기를 알고 있는 아이들은 달라진 이야기와 친숙한 이야기가 주는 재미를 느끼게 되고,

미처 옛이야기를 못 읽어 잘 모르는 아이들은 또하나의 호랑이가 주인공이 된 옛이야기를 알게 되는 즐거움이 있겠어요.

<해와 달이 된 오누이>의 주인공 호랑이의 일을 알고 있는 새로운 호랑이가 주인공이 되어

이야기 속에 또 하나의 이야기를 만나는 구성이라 이미 이야기를 알고 있는 아이들이라면 더 재미있어 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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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가 해 주는 이야기는 글씨체가 다르고, 그림이 주는 느낌도 달라요.

본래의 이야기의 주인공도 호랑이이고, 할머니의 이야기속 주인공들 가운데도 호랑이가 나오는데,

두 호랑이가 한 쪽은 동글동글 무늬가 들어가 있고, 한 쪽은 세모 무늬가 들어 있어서 구별이 되어

두 호랑이 보는 재미도 있어요. 
 

 

할머니에게서 받은 이야기보따리를 들고 다니며 할머니에게 들은 이야기를 고대로 아이들에게 전해주는 이야기꾼 호랑이.

밤마다 할머니집에 가서 새로운 이야기를 듣고 새 이야기보따리를 슬쩍 훔치고는 사람들이 준 떡이며 과일같은 먹을 것을 놓아두고

돌아오는 호랑이는 이야기의 재미에 폭 빠져서 더이상 사람이건 동물이건 해치지 않는 순박한 호랑이로 변했답니다.

 

원래의 이야기와 다르게 아무도 죽지 않고, 아무도 잡아먹지 않는 호랑이 이야기는 읽고나면 이야기가 주는 즐거움이 남습니다.

이야기와 이야기가 만나 새로운 이야기가 탄생하는 것이 참 자연스러워요. 아이들도 이렇게 여러 이야기를 엮을 수 있을 것 같고,

변형시킨 이야기가 주는 재미를 느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이야기를 읽고 알고 있던 옛이야기를 변형해보는 것도

즐거운 독후활동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통일신라, 발해를 합하여 남북국 시대라 부른다고 요즘 배우는데, 이 남북국이 그다지 친숙하게 느껴지지는 않아요.

왜 그럴까 생각을 해 보는데 아마도 예전에 역사를 배울 때부터 신라의 삼국통일을 크게 생각하고,

발해는 그냥 고구려 유민과 말갈인이 세운 나라, 옛 고구려 땅에서 생겼다가 어느 정도 존속하다가 멸망한 나라로 여겼기 때문인 것 같아요. 특히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땅에 있지도 않기에 더욱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지 싶네요. 그런데 당시 갖고 있는 생각이

지금도 영향을 끼쳐서 남북국 시대로 발해의 위상이 높아진 지금도 발해에 대한 심적인 거리감은 여전합니다.  

 

그런데 <꺼지지 않는 불꽃>을 읽고 그간 거리감을 느끼게 했던 발해가 우리의 역사임이 마음으로 느껴지기 시작합니다.

걸걸중상, 대조영의 인도아래 발해 유민들이 생명을 걸고 당에서 벗어나 고구려인을 위한 나라를 세우고자 애쓴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집니다. 아슬아슬 위기에서 벗어나 동모산에 무사히 도착해서 새 나라를 열기까지 비록 아는 이야기임에도 긴장감을 놓치 못하게 하네요. 압제에서 벗어나 자유를 향해 떠나는 그 용기와 기상이야말로 발해가 우리에게 남긴 유산일 것 같아요.

비록 후에 땅떵이는 잃어버렸지만 그 정신만은 면면히 내려와 우리의 기상을 이루고 역사를 이루고 있음을 느끼게 합니다. 

 

<꺼지지 않는 불꽃>은 아이들 책이지만 국가의 의미와 존재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하고, 자신들이 주인된 나라를 세우고자 앴는

 대조영,걸걸중상,걸사비우의 인물들의 가치관에 대해서도 돌아보게 합니다. 걸걸중상과 대조영이 유민들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그 바람들을 모아서 대탈출을 감행하는 모습에서 진정한 지도자의 모습을 볼 수 있었어요. 혼이 남아 있다면 국가는 망한 것이 아니고  다시 세울 수 있는 것임을 믿을 때 두려움을 몰아내는 용기를 내어 새로운 국가를 세울 수 있다는 그 믿음 대로 이루어진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우리 역시도 국가가 없다면 정말 어떤 일을 당할 지 알 수 없는데, 요즘의 우리는 그 국가를 너무 무시하는 여러 행태들을 눈으로 목격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무엇인든 할 수 있는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이 너무 많고 특히 힘을 가진 자들이 더욱 그러는 것이 안타깝게느껴집니다.  그 옛날 나라를 세우기 위해, 유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목숨을 내어 놓고 앞서서 싸우고, 뒤에서 적을 막으며 한사람이라도 더 벗어나길 바라며 희생하길 선택한 걸걸중상과 걸사비우, 대조영과 여러 유민들의  용기가  마음에 강하게 와 닿았습니다. 그것은 요즘  나라가 어찌되든, 국민 다수가 어떤 어려움에 처하든 나혼자 독차지하고 잘살면 된다는 법 위에 군림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요즘 많이 보이기 때문에 발해의 건국이야기가 더욱 강렬하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역사 속 인물들의 이야기는 참 감동이 있습니다. 그들의 바람이 손에 잡힐 듯 다가오고, 옳은 뜻을 향해 나아가는 용기가 숭고하게 느껴져 마음에 감동을 주는데, 마음 한편으로는 대조영이 위기를 극복하는 리더십이 새삼 부럽기조차 합니다. 그들의 자유를 향한, 잃어버린 나라를 세우기 위한 용기를 보며 진정한 나라는 영토(땅떵어리)가 아닌 국민 그 자체이고 국민의 정신임을 느낍니다.

 

아이들은  이 책을 통해 발해라는 나라가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고,  발해에 대해 심리적으로 가까움을 느끼게 될 것 같습니다. 재미있고 긴박감 넘치는 이야기가 주는 즐거움, 여러 인물들의 용기있는 선택의 순간에 느끼는 감동이 있기에 역사를 배우는 아이들이 읽으면 좋겠습니다. 

웃고 싶을 때 웃을 수 있는 자유는 삶이 가난하고 너무도 힘들어서 웃을 기회가 그다지 없는 삶과 웃음이 없을뿐 능력과 재물이 많아 맘껏 누릴 수 있는 삶. 과연 둘 중에 어느 삶을 선택할 것인가?  <팀 탈러 팔아버린 웃음>은 인간에게 웃음이 과연 어떤 가치가 있는지 웃음을 잃어버린다는 것이  궁극적으로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지 마음에 큰 울림을 주었다. 

 

가난한 뒷골목의 삶, 새어머니의 폭행, 의붓형의 괴롭힘으로 제대로 숙제도 해갈 수 없어서, 학교 생활에도 낙오될 수 밖에 없는 슬픈 팀 탈러이지만 그에겐 자신도 잘 모르는 보석처럼 빛나는 웃음이 있다. 그 웃음은 주변 사람들마저 행복함을 느끼게 하는 천진난만한 웃음이 있다. 새엄마의 빚도 해결해주고 아빠의 묘비도 세워줄 돈이 생길 것이란 기대에서 웃음을 파는 계약을 할 때만 해도 팀 탈러는 자신이 판 것이 단지 그냥 웃음소리 한 가지라고만 간단하게 생각했다. 가난과 불우한 가정으로 웃을 일이 많지 않았기에 그깟 웃음이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정말 삶이 힘들면 웃음 보다는 실제적인 도움이 되는 물질의 힘이 더 크게 느껴질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하면서 이야기를 읽어 나갔다. 팀의 그런 선택을 할수도 있는 입장이라는데 공감하면서......

 

팀이 종종 갔던 경마장에서 만난 체크무늬 신사와 웃음과 절대 내기에 지지 않는 능력을 바꾸는 계약을 할 때만 팀에게 일어날 일이 그렇게 끔직할 지 예측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팀이 웃음을 팔고 난 뒤 갖게 된 능력으로 내기에 돈을 땄을 때, 돈을 훔친 것이라고 오해하는 사람들에게 아니라고 웃어버린 그 웃음이 비웃음으로 여겨지고 계속 꼬이는 것을 보면서 정상적인 감정을 드러낼 수 없는 문제가 정말 심각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지 웃음 하나 맘대로 못 웃을 뿐인데, 오해를 낳고, 이상한 사람으로

여겨지고 행복과 멀어지는 모습을 보니, 웃어야 할 때 웃을 수 없는 것, 사람들과 교통할 수 없는 웃음을 상실한 삶이 얼마나 기괴한지 실감나게 다가왔다.

 

<팀 탈러 팔아버린 웃음>은 단지 웃음 하나만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 웃음을 잃어 버린 것은 행복을 잃은 것이요, 자유를 잃어버린 것이요, 타인과 소통할 능력을 잃어버린 것이라는 엄중한 메시지를 남긴다. 팀은 웃음을 잃으면서 세상과 사람에 대한 믿음과 천진함을 함께 잃어버렸고, 사람들과 단절을 경험하게 된 것이다. 모두 함께 웃는 상황에서

웃고 싶어도 웃지 못하는 것, 타인의 이상한 시선을 받아들어야 하고, 의도하지 않게 벽이 생기고 고립되는 것은 웃음의 팔아버린 대가가 자신의 삶을 빼앗긴 것과 마찬가지의 큰 문제임을 알려 준다. 단지 웃음 소리만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 웃음을 잃은 것은 자유를 잃은 것이며 건강을 잃은 것이며 행복을 잃은 것이다.

 

팀이 거래를 한 마악 남작의 실체가 드러나고, 팀이 비교적 쉽게 웃음을 되찾을 수 있었음에도 그 기회를 잡지 못하고,  웃음을 찾기 위해 떠나는 험난하고 긴 여정을 통해 독자들은 팀처럼 웃음이야말로 진정한 행복이며 웃을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진정 자유를 소유한 건강한 사람임을 깨닫게 된다. 팀 탈러가 어떻게 마악 남작을 상대로 웃음을 되찾을 것인지, 과연 그 결말이 어떻게 될 지 궁금해서 다 읽을 때까지 책을 손에서 못 놓았다. 정말 재미있고 마음에 경종을 울리는 멋진 이야기였다. 자본주의에 길들여져서 소유 여부에 따라 행복의 경중을 느끼는 요즘 세대에 웃음은 외부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소유한 것이면 나를 자유롭게 하는 것임을 알려주는 참 멋진 이야기였다. 아무도 빼앗을 수 없는 것, 외부 상황에 의해 빼앗겨서는 안되는 것이 바로 웃음으로 상징되는 행복이 아닐까 한다.

 

오늘 나는 얼마나 웃었는지 생각해 본다. 자연을 보며, 작품을 보며, 가족을 보며, 나 자신을 보며 웃음을 선택하는 것 역시 자유이다. 무엇을 생각하고 느낄 것인지, 자신을 자유롭게 하는 웃음을 더 많이 소유한 삶이 되어야겠다. 행복해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으면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라는 말이 새삼 떠오른다. 웃음을 잃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자유와 행복을 담은 웃음을 생각하고 누려보도록 인도하는 책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