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복지에 관한 책들을 최근 여럿 읽었는데, 주로 비문학 도서였어요. 닭과 돼지, 동물원에 있는 동물들이 겪는 어려움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점은 유익했지만 아이들이 그다지 재미있어 하지는 않았는데, 이번에 만난 <용감한 닭과 초록 행성 외계인>은 닭들이 겪는 입장에 대해서 역지사지의 자세로 생각해 볼 수 있는 아주 재밌있는 책이었습니다.

닭장에 갇혀 세상과 단절된 채, 부리가 잘리고 밤낮 밝은 곳에서 알만 낳도록 살아가야하는 케이지닭들. 그 닭들이 처한 현실을 닭의 입을 빌려서 전달해주니 참혹함이 마음으로 전달이 되더라구요. 초록 외계인의 등장으로 닭장 밖으로 쫓겨난 닭이 처음 만난 공기와 바람, 그리고 세상의 냄새와 자연의 먹거리 등을 접한 글을 읽으며 정말 이야기지만 진짜 닭들이 그럴 것 같았어요. 아이들이 이야기로 만나는 농장 동물들은 참 평안하고 느긋하고 자연 속에서 돌아다니는 존재인데, 케이지 닭들은 그런 생활을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채 오로지 알만을 낳기 위해 좁은 공간에서 퍽퍽한 사료를 먹으며, 원하지 않게 살을 퉁퉁 쪄가면서 지낼 수밖에 없네요.

이야기는 이런 닭들의 모습만 보여주지 않아요. 생각지도 못한 사건이 벌어집니다.  초록 외계인이 지구에 온 것은 사람 고기를 구하기 위해서였답니다. 닭들이 있던 '골 천지 농장'의 닭을 쫓아내고 외계인들은 사람들을 잡아다가 그곳에 가둡니다. 목적은 그들이 사는 초록 행성에 직송해서 초록 외계인들의 원하는 주문 요리에 사용하려고 한 것이랍니다.  한 닭은 외계인들의 이야기를 듣고 비록 닭들을 괴롭히고 가두었던 사람들이지만 그들 역시 그런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생각하여 골 천지 농장에 갇힌 사람들 이야기를 하려고 초록 행성으로 가기로 하지요.

사람이 닭의 입장에 처해진 상황을 만나리라고 생각지도 못했는데,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 지 이야기의 결말이 궁금합니다. 그동안 케이지 닭들이 문제가 있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흥미진진한 이야기 속에  정의가 무엇인지 진정한 용기가 무엇인지 닭이 남긴 이야기를 통해서 닭들이 겪는 문제, 동물 복지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하는 참 재미있고 쇼킹한 이야기였어요. 사람들이 자신을 가둔 외계인들에게 부당함을 이야기할 때 냉정하게 사람이 과연 동물보다 무엇이 더 나은지 생각해 보게 합니다. 곰곰 생각해보면 사람이 동물보다 모든 면에서 낫지는 않아요. 어떤 면에서 보면 더 약하고 부족하기까지 하지요. 인간의 편의와 이익만을 생각하는데서 좀 겸손하게 우리의 처지를 돌아볼 필요가 있음을 지적하는 외계인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 같아요.곡식으로 먹으면 10명이 먹을 수 있는데, 그 곡식만큼 고기를 먹으려 한다면 1명 정도만 먹을 수 있다는 것. 더 많은 고기를 얻기 위해 동물들도 원치 않는 고통을 당하게 하고 있다는 아이러니한 현실을 냉소적으로 보여주고 있어요.  이야기의 주인공들처럼  독자들도 자연스럽게 닭들의 권리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자신이 먹는 먹거리가 어떤 상태에 있었는지 관심 갖게 되고, 고기를 적게 먹는 것에 대해 깨닫게 되길 바라는 마음이에요. 

최근에 조류 독감, 항생제 달걀 파동을 겪으면서 정말 적게 먹더라도 닭들의 기본적인 권리를 지켜주는 것이 필요함을 느끼게 되었어요. 바이러스를 이길 힘, 진드기를 스스로 떨쳐낼 수 있는 그런 환경을 만들어주지 않고 오로지 약으로만 해결하려고 하는 것이야말로 잘못된 것임을 두 사건을 겪으면서 알게 되었지요. 동물 복지 달걀이 비싸다면 먹는 양을 줄이는 방법으로 달걀을 먹는 것이 맞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렇게라도 달걀을 먹는 것이 감사하다는 생각도요. 달걀을 사려고해도 살 수 없었던 최근의 경험, 1인당 10개 한 판만 살 수 있다고 제한을 했어도 점심 이후 가면 한살림 매장에 달걀이 없더라구요. 동물들에게도 최소한의 정의와 권리가 지켜지게 하는 것, 그런 먹거리를 선택하는 것이야말로 소비자가 할 수 있는 정의로운 일임을 생각하게 합니다.

담임 선생님이 자신을 미워한다고 여기는 홀링. 선생님의 행동을 자신을 미워하기 때문이라는 색안경을 끼고 본다. 다른 아이들이 모두 유대교 교회나 성당으로 성경 공부하러 가는 시간 반에서 유일하게 장로교를 믿기에 아무데도 가지 않아서 담임 선생님의 자유로울 수 있는 수요일 오후 시간을 빼앗게 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처음 홀링을 대하는 선생님의 태도는  홀링의 눈에 비춰지는 시선을 고려함에도 부당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다른 친구들이 없는 그 시간에 청소도 하고, 분필가루를 먹어가며 칠판을 지우고 지우개를 털고,

쥐장을 청소하면서도 선생님의 눈치를 보는 홀링은 선생님이 자신을 미워한다고 이야기를 해도

가족에게도 이해를 받지 못한다.

 

모든 것을 사업적인 가능성을 두고 보는 아버지의 입김으로 결국은 선생님의 말을 잘 들어야되기 때문에,

선생님이 시키는 일이 부당하다고 느껴져도 반대도 못한다. 완벽한 집에 완벽하게 정리된 집에서

독재자와 같이 모든 것을 사업 위주로 생각하는 아버지의 이야기 한 마디에 모든 것이 결정되는 집 안 분위기는 삭막하기조차 하다.  쥐 장 청소를 마지막으로 베이커 선생님은 수요일마다 세익스피어 작품을 읽힌다. 분명 자신을 괴롭히려고 하는 것 같은데 세익스피어 작품의 매력에 빠져드는 홀링. 세익스피어의 글에 나오는 표현 문구 등을 생활에서 써 먹으면서 카타르시스도 느끼고 자신을 다르게 보는 선생님의 시선도 느낀다.

 

중학교는 독재자 교장 선생님이 있고, 교실 밖은 베트남 전쟁으로 어수선하며 뉴스는 매일 베트남 전쟁의 상황을 알린다. 영양사 비지오 선생님 남편도 담임 선생님 베이커 선생님 남편도 베트남 전쟁에 나간 군인이다. 비지오 선생님의 남편은 베트남 전에서 사망하고 베이커 선생님의 남편은 실종되었다 다시 기적과 같이 발견되어 돌아오게 되는데, 선생님들의 아픔을 함께 보면서 홀링은 성장한다.

 

전쟁을 반대하고 히피 문화를 동경하는 누나와 그런 누나를 이해 못하는 아버지와의 갈등 속에서 든든하게 가교 역할을 하게 되는 홀링의 이야기는 세익스피어의 작품과 함께 한다. 홀링이 세익스피어 작품을 읽으면서 처음엔 욕에 관심을 갖고 리듬에 주는 매력에 빠지지만 베이커 선생님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서 삶에서 세익스피어 작품 속 주인공들을 이해하고 실제 자신이 겪고 있는 상황이나 인물들에 비추어 생각이 자라는 것이  이 책이 주는 특별함이란 생각이 든다. 억압에 대한 복수를 문학 작품 속의 문구를 가지고 욕을 하니 비속하지 않고 세련된 느낌조차 준다.

 

어느새 베이커 선생님은 홀링을 괴롭히는 선생님이 아닌 홀링을 성장하게 하는 조력자이며, 홀링이 어려움을 처할 때 도와주는 진징한 담임 선생님의모습으로 다가온다. 홀리의 장점을 알아봐 주고, 그를 격려하여 한 단계 성장하게 했던 선생님. 홀링의 장점을 알아봐 주고 홀링의 고민을 그냥 흘려듣지 않고 순간 순간 힘을 주는 선생님. 홀링이 베이커 선생님과 함께 한 그 시간은 전쟁이 아니라 홀링을 정서적으로 살찌운 시간이 되었다.

 

 

베트남 전이 한창이었고, 원폭 투하에 대비해 학교에서 대피 훈련을 해야 했던 시기, 케네디의 암살, 마틴 루터킹 목사의 암살 등 어수선한  미국의 모습을 엿 볼 수 있으면서, 세익스피어 작품 속 이야기들과 문장들이 이야기 속에 녹아 있어 깊이를 더해 주며, 반짝반짝 빛나는 유리알처럼 반짝이며 성장하는 청소년기의 아름다운 모습으로 마음을 채우는 감동을 주는 이야기였다. 거기에 더해 남편을 잃은 아픔을 극복하고 베트남의 아이를 보듬는 영양사 선생님의 이야기도 뭉클했다.

 

세익스피어의 작품을 다시 읽어보고 싶게끔 만드는 이야기였다. 배경이나 다루고 있는 소재가 가볍지 않음에도 성장소설이 지닌 감동에 재치와 익살까지 더해진 소설이라 깊이가 있었다.  

 

 

고등학교 시절 가장 어려웠던 과목을 꼽으라면 물리였다. 이해하기 보다 무조건 그대로 받아들이고 머릿속에 담으려 했기에 어려웠던 과목 물리. 물리 선생님도 차근차근  설명해 주지도 않았던 것 같고, 이해의 과정을 거치지도 못 했기에 그냥 '물리=어렵다'라는 생각만 남아 있다. 어떤 선생님을 만나느냐에 따라 과목의 선호도가 갈렸던 그 시절, 물리에 관하여 조금 알고 있었고, 흥미가 있었더라면 그렇게 수동적으로 받아 들이며, 재미없이 접근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재미있다는 물리책을 집어 들었다.

 

 

 

책 표지를 보고 옮긴이 말을 읽으면서 물리를 공부하는 학생도 아닌 일반인들도 볼 만한 책이겠구나 기대감이 슬슬 싹트기 시작했다. 아이가 중학생이 곧 되고, 수학과 과학이 가장 재미있고 공부할만한 과목 이라 하기에 펼쳐 본 책인데, 일반인들도 물리에 관심을 보이고 보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 신선했다.

 

 

 

아이 연령이 엄마의 연령이고, 아이의 관심 분야가 자연 엄마의 관심 분야이기에 처음 접한 물리책이지만 이 책은 처음 출간되는 책도 아니고 이미 기존에 출간되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었던 책이라고 한다. 이번에 나온 것은 개정판인데, 변하지 않는 원리를 전달해 주는 책이기에 충분히 검증을 거친 것 같아 오히려 마음에 안심이 되기도 한다. 과학 책은 새로운 지식들이 첨가되고 수정되는 것들을 보완해야 하기에 가급적 신간 책들을 선호하지만 개념이나 원리 등 변하지 않는 부분은 이왕이면 재미있고 유익하다고 소문난 책에 손이 간다.

 

 

 

이 책을 보며 물리의 분야가 꽤 여럿이라는 데에 범주가 넓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되었다. 역학, 유체, 열, 진동, 빛, 전기와 자기, 상대성이론, 양자의 8챕터로 나누어서 각 분야의 문제들을 풀어보고 자세한 설명을 통해 물리 지식을 쌓아가는 형식으로 되어 있는데, 문제들이 일상생활과 관련이 엄청 많음에 놀랐다. 물리 과목이야말로 실생활에 직결되는 과학 분야였는데, 왜 그런 생각을 못하고 지나갔던지 의아할 정도였다.  

 

 

 

328가지 문제들 가운데 난이도가 있는 문제들은 친절하게 문제부분에 난이도 여부를 알려 주고 있다. 난이도가 좀 있다던지, 이 책에서 다룬 가장 어려운 문제보다도 한 단계 위의 문제라든지 해서 표시를 해서 마음의 준비를 하게 해 준다.  풀어 보니 맞는 문제 보다 틀리는 문제가 훨씬 많고, 답을 알고 맞는다기 보다 왠지 그렇겠다 싶고, 생활의 경험으로 풀게 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하루에 몇 문제 씩 풀어 보면 신선하니 좋겠어요. 두뇌가 갑자기 마구 움직이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

잠자고 있던 뇌를 깨우는 기분이 드는 것 같다. 

 

 

초등 6학년 아이와 함께 볼만한 문제들도 꽤 있지만, 아무래도 물리를 배우는 중고등 학생 이상은 되어야 제대로 책을 활용할 수 있겠다.  배운 이론이 있어야 적용도 하고 풀이 과정을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문제를 풀면서 때론 감으로 때론 확실히 알고 답을 고르기도 하는데, 또 그 과정을 설명해 보라면 꿀먹은 벙어리가 되기도 하지만, 설명 부분을 차근차근 읽으면서 그 원리와 개념에 접그하다보니 그 자체로 물리 과목 공부(예습, 복습)을 하는 기분이 든다. 

 
 열이나 역학 같이 일상에 밀접하게 관련 있는 분야부터 차근차근 접근하면 초등 6년 아이와도  함께 볼 수 있는 문제들이 있어 지금부터 활용할 수 있겠다 싶다. 생활과 관련이 있는 문제들이라 흥미도 생기고, 원리나 개념을 알아가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각 챕터마다 보충 문제를 두어서 유사한 문제들을 스스로 풀어보게 되어 있는데 흥미롭게도 답과 해설이 없다.

 

답에 의지하지 않고 생각하고 찾아가보도록 하게 하려는 목적. 답을 알려 주기 보다 질문하고 답을 추론하고, 스스로 답을 찾는 시간을 갖도록 의도하고 있는데, 그동안 답에 의존적이었던지라  풀이 과정은 아니라도  답만이라도 주어졌으면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
긴가민가 보다 맞아~! 하고 확인하는 그 순간을 갖고 싶은 욕구를 뿌리치기 힘든 것 같다. 하지만 시도는 괜찮은 것 같아요. 찍어서 아는 정답이 아니라 스스로 과정을 찾아가야 비로소 풀었다 할 수 있으니까.

 

물리에 관심있는 청소년부터 일반이까지 모두 볼 수 있는 책. 가까이 두고 풀어 보고, 또 풀어 보면서 더 많은 문제의 답을 찾아갈 때 우리 주변을 보는 눈이 달라질 것 같고, 생각도 달라질 것 같다. 왠지 나랑 거리가 엄청 멀었던 물리가 조금 가까워 지는 듯 하다. 물리를 대하는 마음 가짐이 바뀐 것만으로도 이 책을 접한 ,보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