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7년 소사벌 전투에서 다리가 불편한 조선 청년이 바늘로 일본군을 물리쳤다는 전해내려오는 이야기를 가지고 이야기를 썼다고 한다. 임진왜란 때 유명한  전투로 한산대첩이나 진주대첩, 행주대첩은 귀에 익은데, 사실 소사벌 전투는 낯설기만 했다. 역사를 배울 때 들어본 기억이 안 나는 전투이니 거기에서 활약한 인물은 더더구나 아는 정보가 없었다. 작가는 정유재란에 있었던 소사벌 전투에 대한 기록이 상대적으로 부족했다는데서 전투 성과를 명이 가져가기 위해 일부러 누락시켰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생각해 보았다고 한다. 거기서 개연성을 찾고 이야기를 이끌어 나갈 동력을 찾은 셈이다.

 

역사를 배웠기에 임진왜란의 원인이나 전개과정, 결과는 알고 있지만 그것은 국가적인 차원에서 거시적인 눈으로 보는 것이었다면 <바늘장군 김돌쇠>를 통해서는 실제 한 인물을 중심으로 임진왜란을 접하는 것이기에 보다 전쟁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돌쇠네 가정이 잔잔하니 평화롭고 서로를 위해주는 따뜻한 모습이기에 그들이 겪은 전쟁의 참상이 더 마음 아프게 다가왔다.

 

돌쇠는 농부와 역관의 딸인 중인 엄마 사이에서 둘째로 태어났다. 형을 따라 즐겁게 뛰어놀 나이에 고열로 생사의 길목을 넘다가 두 다리를 못 쓰게 되어 엄마 옆에서 바늘을 갖고 놀다가 재미로 바늘을 던지다 보니 파리도 맞추게 되었고, 지네도 맞출 수 있게 되었다. 돌쇠가 불구가 되어 움직이지 못할지라도 가족은 돌쇠가 살아있다는 것에 행복을 느낀다. 역관 출신의 외삼촌의 정보력으로 다가오는 전쟁을 감지하고 피난을 떠나려면 떠났겠지만 살던 터전을 선택하는 돌쇠네 가족에게도 시련이 닥쳐온다. 아버지가 먼저 징집되고 큰 부상을 당해 돌아온 뒤 형이 징집된다. 의병을 모집하려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 강쇠의 뒤를 따라 아버지와 외삼촌도 전쟁터로 나가고, 집에 남은 가족들은 전쟁에 참여하는 맘으로 힘든 농사일을 견뎌냈다. 그러나 아버지와 형은 치열하게 싸워 적이 전라도와 충청도 땅으로 적이 들어가는 것을 막았지만 그 댓가로 한 자리에서 다 죽고 말았다.

 

돌쇠네와 돌쇠네 이웃이 겪는 이야기는 정말 그 당시에 겪었을 이야기였을 것 같다. 죽은 자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해 산 자들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그들이 원했던 것을 이루는데 힘쓰는 것으로 돌쇠 어머니는 슬픔을 이겨낸다. 조금이라도 힘이 남는 사람이 도와주는 것. 나라가 하지 못하는 것을 어머니가 하려는 것이 이해되지 않지만 돌쇠도 결국은 나라에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자신이 살던 터전을 지키고자 결심을 하게 된다. 내가 살고 있는 곳과 내 주변 사람을 지키고자 하는 돌쇠의 선택. 돌쇠네 가족 구성원 모두는 자신이 살던 곳과 사람을 지키고자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한 셈이다.

 

돌쇠네 가족과 같은 민중들은 나라의 위기 순간 순간에 큰 역할을 했다. 먼 옛일 같으면서도 현재의 모습과 오버랩 되는 부분이 있다. 가진 자들은 더 가지려 하고, 책임을 지지 않고 어떻게 하든 피하려고 하는데, 정작 민중들은 피하거나 도망치지 않고, 가족과 삶의 터전을 지키고자 자신의 자리에서 벗어나지 않고 위험을 감당하려는 모습을 보여준다. <바늘장군 김돌쇠>를 읽으면 역사를 움직이는 힘을 보았다. 위기의 순간에 자신만 살고자 하지 않고,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을 생각하는 자세, 비록 작은 힘이지만 서로 힘을 합해 함께 위기를 헤쳐나가려는 모습에서 희망을 보게 된다.

 

욕심에 얽힌 14편의 이야기가 담긴 <황소를 무로 바꾼 욕심쟁이>를 읽다보니, 예나 지금이나 욕심을 다스리가 참 어렵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들에게 욕심 부리지 말아야 한다고 말할 기회가 별로 없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요즘은 부쩍 뉴스를 보다가 아이들에게 욕심 부리면 안 된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저를 발견합니다. 재벌 문제를 이야기 할 때도, 정치인들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 이야기 할 때도 결국 종착역은 사람들이 지나치게 욕심을 부려서 그렇다고 이야기하고 있더라구요.

 

욕심에 관한 이야기를 쭉 읽다보니  전래 동화를 읽히는 목적 가운데 하나가 욕심 부리지 않고 절제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 주려고 읽히는 것이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하게 될 정도로 정말 중요한 주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말로 '욕심 부리면 안 돼'라고 이야기 해 주는 것보다, 삶의 지혜가 닮긴 옛이야기를 읽으면서 스스로 생각해 보고 깨달을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올바른 인성, 교육 이야기를 하는데, 적절한 시기에 책을 통해 바른 가치를 배우는 시기를 거쳐가야 될 것 같아요.  

 

아이가 책을 보고 제목으로 뽑힌 이야기 <황소를 무로 바꾼 욕심쟁이>는 안다면서 어떤 내용인지 이야기를 해 주더라구요. 그런데 책에 실린 14편의 이야기 중 아이가 알고 있는 이야기는 딱 한 편이었답니다. 모두 새로운 이야기라 재미있게 읽었어요. 저도 신선하게 읽은 이야기가 몇 편이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욕심 부려 얻은 고생"입니다. 

 

풍류를 즐길 겸 금강산에 갔던 한 선비가 기왓장을 들고 확확 내두르며 땀을 뻘뻘 흘리는 젊은이를 만납니다.

젊은이가 그렇게 하면 숲에서 금싸라기가 나온다고 하니 기왓장을 뺏어 들고 따라 해 보는데, 그 사이 젊은이는 멀리 줄행랑을 치지요. 속았다는 것을 알았음에도 그 기왓장을 내려 놓으면 호랑이에게 잡아먹히게 되어 선비는 계속 기왓장을 휘두르고 있을 수 밖에 없고 그 고생에서 벗어나는 길은 누군가에게 그 기왓장을 넘겨 버려야만 합니다. 선비는 자신이 당한 대로 똑같이 금이 나온다고 속이고 처갓집에 가는 신랑에게 넘겨 주고 그 자리를 빠져 나옵니다. 몇 달이 자난 뒤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에 문제의 그 골짜기에 당도하니, 이번에는 조그만 젊은 중이 기왓장을 내두르다가 선비를 불러 금싸라가기 나오니 해 보라고

하지요. 선비는 옛날에 많이 해 본 것이라며 잽싸게 그곳에서 도망쳤다고 하는 이야기입니다.

 

세상의 모습을 참 잘 담아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욕심에 눈이 멀면 판단력도 떨어지고, 오히려 더 안 좋은 일로 내몰리게 되기도 함을 보여줍니다.  욕심이 부른 화, 거기에서 빠져나오려면 또 다른 누군가를 제물로 삼는 모습이 씁쓸하기도 합니다.

욕심 부리지 않고, 절제할 줄 알며, 만족할 줄 아는 삶이 행복한 삶일진대, 그것은 소유에 있지 않고 마음 먹기에 달린 것 같습니다. 말하는 남생이, 재물이 끊임없이 나오는 화수분, 던지면 황소가 나오는 파란 구슬이 있다면 어떻게 될까 상상만으로도  행복하고 재미있을 것 같은데, 결국 지나친 욕심은 그 행복을 날려버리지요.

 

 성경에도 '욕심이 잉태한즉 죄를 낳고 죄가 장성한즉 사망을 낳느니라'는 말씀이 있는데, 욕심이 지나치면 화가 된다는 것을 느끼게 해 주는 욕심에 관한 재미있는 옛이야기들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