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가지 식물 이름을 알게 되면 그 옆에 있는 것도 알고 싶더라구요.

 

자꾸 찾아보며 여러 번 보게 될 것 같아요. 계절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식물이 눈에 띌 때마다 찾게 될 것 같습니다.

작가는 촛불 혁명의 현장에서 동학혁명이 떠올라서 이 이야기를 썼다고 한다. 한 명 두 명 민중들이 모여 역사의 흐름을 바꾸는 그 순간에 동학혁명이 떠올랐다는 데서 그럴 만도 하단 생각이 들었다. 나라다운 나라를 위해 국민들의 바람들이 모여 타오른 거대한 불길이 결국 역사를 바꿨기에, 커다란 백성의 함성인 동학혁명의 모습이 시대는 다르지만 겹쳐져서 떠오르기도 한다.

1894년 1월 전라도 고부에서 일어난 고부 봉기 후에 같은 해 3월에 전라도 무장에서 창의문을 선포하기로 결의했는데 관군에게 쫓기고 있던 녹두장군이 창의문 선포 대회를 의논하기 위해 무장 근처 작은 마을에 숨어들었는데 바로 그 시기의 마을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이다.  힘없는 한 명 한 명의 개인들이 어떻게 힘을 합하고, 도움이 되고자 했는지 당시 드러내 놓고 동학군을 지지하지 못하였을지라도 암암리에 새로운 세상을 꿈꾸며 힘을 합했을 많은 사람들이 떠오르게 한다. 긴박한 순간에 누구 하나 그 위기의 순간 모른채 하려 하지 않고, 동학군의 딸을. 백정의 아들을, 녹두 장군을 지키고자 빙 둘러싼 마을 사람들의 용기에 가슴이 뭉클해졌다. 그들의 두려움이 손에 잡힐 것 같은데, 그 두려움에 굴복하지 않고 내면의 가르침을 따라 행동하는 사람들에게서 역사를 움직이는 힘을 보았다.

백정이 평랑갓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멍석말이를 당해 죽게 된 아버지, 끌려간 여동생은 어떻게 되었는지, 어디로 팔려갔는지도 모른채, 거지 굴에서 앵벌이 노릇을 하다 보부상을 따라  그 곳을 떠나 새로운 삶을 살게 된 욱이. 그런데 욱이가 살던 곳에 앵벌이를 시켰던 막돌이가 나타나 주거지를 떠난 백정을 잡아가겠다 협박을 하고, 막돌이를 앞세운 추노꾼들이 동학꾼의 딸을 찾는다. 쪽정이를 반이나 섞여 있던 환곡을 빌렸다가 맞아 죽은 순이네 부모는 동학꾼이라 했고, 순이는 한 동네 아주머니가 숨겨줘서 살 수 있었다. 순이의 모습에서 지켜 주지 못했던 동생 갓난이를 떠올리는 욱이는 추노꾼들이 찾는 자가 순이인 것 같아 지켜주고 싶다. 그러나 자신도 백정의 자식이기에 살던 곳에서 떠나온 과거가 있기에  언제 끌려가 무슨 일을 당할 지 모르기에 막돌이가 요구하는 재물을 마련해 주고 위기를 피하고도 싶다. 두려움 가운데 갈등하며 자신을 거둬 준 보부상 아저씨의 돈에 손을 대는 욱이와 그런 욱이에게 용기를 내라며 당차게 말하는 순이의 모습이 대비되어 인상적이었다. 부모를 잃었음에도, 추노꾼을 피해 숨어살고 있음에도 당차게 자신이 올바른 일을 하면 부모님이 죽어도 죽은 것이 아니라는 순이의 용기에 욱이는 자신의 모습이 부끄러워졌고, 용기를 내게 된다. 

욱이는 내면의 목소리에 따라서 순이와 작은 남자를 위기에서 벗어나게 하려 애쓰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자신을 거두워 준 보부상 아재와 책을 필사하던 양반이지만 격없이 대해 준 나리, 강노인, 엄마같던 봉순이 누나가 모두 동학과 관련이 있고, 동학의 교주 전봉준을 숨기고 지키고자 애쓰는 사람들이었다. 비록 동학혁명이 실패로 끝났지만 백성이 주인이 되는 평등한 세상을 꿈꾸었던 사람들의 소망은 개인들에게는 자신의 두려움을 이기는 용기로, 타인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고 도와주는 긍휼로, 외세에 굴복하지 않고 끈질긴 독립을 위해 싸운 열망으로 계속해서 뿌리를 내리고 퍼져와서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녹두꽃 꽃향기 속으로 씩씩한 발걸음을 내딛으며 동생을 되찾고 순이를 지키겠다고 다짐하는 욱이의 모습에서 그동안 참 안타깝고 슬프게만 다가왔던 동학혁명이 슬픔으로서만이 아니라 미래를 바꾸는 희망으로 새롭게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