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제목만 접했을 때는 단순히 우주와 관련된 소재를 다루는 책인가 보다고 생각했다.
우주에 관심이 많이 아이에게 권해주고 싶은 책을 찾고 있었기에 뉴베리 수상작에 소재도 괜찮은 것 같아서
책 읽기에 흥미를 잃은 중1 아이의 책으로 적합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잠시 시간을 가지고 책 소개글을 접하고 보니 지구 밖의 우주를 뜻하는 것은 아닌 것 같고,
서로 연관이 없는 듯 보이는 아이들이 삶이 어떤 사건을 계기로 연결이 되는 그런
우리 삶의 이야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나치게 내성적인 버질. 가족이 부르는 거북이라는 별명을 들을 때마다 마음에 상처를 입으면서도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표현하지 못한다. 그나마 유일하게 할머니만은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할머니에게도 언젠가는 비밀을 털어놓을 수 있다고 생각할 뿐 막상 자신의 내면의 이야기를 꺼내지 못한다.
마음에 드는 여자 친구가 있음에도 1년이 넘게 말을 못 붙일 정도로 수줍음이 많은 버질이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를 듣고 행동하게 되는데는 채 하루가 안 걸렸다.
학교에서 버질을 띨띨이라고 불르며 놀리는 쳇 블런스는 키가 150센티미터도 안 되고, 몸무게가 겨우 35킬로그램인
버질에게는 마치 콧김을 내뿜는 황소와 같은 존재로 밖에서 안 마주치려고 버질은 그의 집을 돌아서 갈 정도인데
그 쳇 블런스와 숲에서 딱 마주쳤다. 버질이 책가방에 기니피그를 넣고, 호주머니에 기니피그를 위한 민들레와
친구 카오리가 가져오라는 돌멩이를 잔뜩 넣은 채 혼자서 쳇을 마주하니,
코뿔소와 마주한 상황보다 더 나쁜 상황이란 생각을 들 정도로 최악이다.
쳇은 두려워하는 버질을 놀리려 버질의 가방을 빼앗아 컴컴한 우물 속으로 떨어뜨렸다.
어둠을 두려워하는 버질이지만 기니피그를 모른척 할 수 없어 기니피그를 구하려는 버질,
버질은 기니피그와 함께 우물속에 고립되고, 버질의 행적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우물 속에 사람이 있다고 생각못한 발렌시아는 선한 의도로 우물의 뚜껑을 닫아버리고,
그 안에서 버질은 어떻게 구출될 수 있을까. 버질이 구출되기까지의 이야기는 네 아이들의 우주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보여주는 기적과 같은 이야기였다.
공상 과학 소설보다, 과학을 소재로 한 소설 보다, 이야기가 주는 울림은 컸다. 간절히 생각하고 바라면 우주가 움직인다는
생각도 들었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 입학을 앞둔 연령의 아이들이 겪는 이야기는 우리 안에 있는 용기를 일깨운다.
전통과 현재가, 짖궂음과 용기가, 어른과 아이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었다. 특히 버질의 할머니가 버질에게
들려주었던 필리핀의 옛이야기들은 버질이 처한 상황과 적절하게 어울어져 이야기의 깊이를 더해준다.
버질일 고요한 순간에 할머니에게 들었던 옛이야기를 자신의 상황에 적용하면서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버질이 자신의 모소리를 내게 되는 과정이 감동적이다.
생각지도 못한 작은 행동이 누군가의 생명을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음을 발견한다.
자기 중심적인 행동이 아닌 상대의 입장을 생각하는 배려심이 삶을 얼마나 풍요롭게 할 수 있는지.
동물을 사랑하고 그들의 입장까지도 생각하는 버질과 발렌시아 소머싯이 친구가 되는 것은 그들의
우주가 연결되어 있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란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