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범생이가>는 아빠와 떨어져 엄마와 살고 있는 세 남매의 삶의 대하는 여러 태도를 보여준다.
주인공 선비는 초등학교 삼학년 때부터 없는 사람의 자식일수록 공부에 매달리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삶의 철학을 갖게 되어 단 하루라도 공부를 하지 않으면 불안해서 견딜 수 없다. 이미 그 때부터
아이답지 않게 삶의 어두운 면을 보아온 셈이다. 그러나 선비의 그런 노력에도 중학교는 아무리 애를 써도 일등을 차지해 볼 수가 없고 차이가 나기만 했다. 그래도 선비는 공부를 하는 것에서 위안을 삼는다.
초등학교 삼학년 때부터 엄마가 직장을 나가게 되었고, 아빠는 존재감 없이 밖으로 떠돌아 몇 달씩 집에 안 들어오기도 했다. 선비는 그런 아버지를 보며 존재감 있는 아버지가 되겠다고 생각했고, 그럴 자신이 없으면 결혼하지 않겠다고 수백 번도 더 다짐하며, 좋아하던 음악에 대한 꿈도 공부를 위해 포기할 정도로 공부밖에 할 줄 모르는 아이 선비.
학원을 다니지 않기에 친구도 없이 학교와 집을 오가는 선비에게 친구가 생겼다. 다친 길고양이를
집에 데리고 들어와 치료해 주면서 정을 주는데, 누나 솔비는 고양이 알레르기가 있다면 고양이를
들여오는 선비를 참을 수 없어 하고, 형 용비와 엄마 마저도 선비의 마음을 이해해 주지 못한다.
고양을 집에서 키우겠다는 것도 아니고 고양이의 방문하는 정도로도 참을 수 없어 하는 가족들
틈에서 선비는 참 외롭다.
선비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중고등 학생들의 사춘기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안정되지 않은 가정 환경에서 각자 자신의 방법으로 사춘기를 겪고 있는 세 아이의 모습이 낯설지 않았다. 가진 것이 없기에 더 공부에 매진하고 공부를 안 하면 불안함을 느끼는 선비.
수능이 얼마 남지 않았음에도 아랑곳없이 학교를 땡땡이 치고 여자친구와 놀러 다니는 용비.
동생의 아껴둔 돈을 아무 거리낌없이 빼앗아 가서 자신의 유흥을 위해 써버리고,
어떻게 하면 동생의 돈을 뜯을 까에만 관심이 있다.
일진과 붙을 정도로 강단이 있지만 한 편으로는 감정이 여러 집 나간 아버지를 그리워 하며
아버지를 찾기 위해 노력하는 솔비. 고양이 알레르기가 있다며 선비가 집에 온 고양이와 정을 붙이고
함께 있는 것을 보며 선비를 위협한다. 엄마는 혼자서 세 아이를 경제적으로 책임지는 것도 어깨가 무겁고, 학교 생활이 비딱한 용수와 솔비의 뒷치닥거리를 힘에 부쳐 진이 다빠지고 겉모습만 남은 것 같다.
삶의 무게를 선비만 느꼈을 것 같지는 않다. 형 용수도 누나 솔비도 불안정한 가정, 가진 것 없기에,
해도 안 될 것 같기에 일찍부터 포기하고 엇나갔던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게 된다. 아직 뇌가 완성되기전
불안정한 상태에서 삶의 무게에 짓눌릴 때 용수나 솔비처럼 엇나가기도 하고, 현재의 상태를 바꿀 수 있는 유일한 방법처럼 보이는 공부에 올인하기도 하는데 모두다 그 내면에는 불안이 있어 보인다.
가족이지만 공톰점도 유대감도 없어 보이는 이상한 조합. 그런 겉도는 세 아이를 하나로 묶어주고 대화하게 한 것은 아버지의 죽음이었다. 전반전으로 이야기는 어둡다. 선비가 느끼는 불합리한 일들이 안되었다. 형에게 용돈을 뺏기는 것이 일상이고, 누나에게 당하고, 엄마는 오히려 불쌍해 보이는
일찍 철든 아이 선비. 그 선비의 모습에서 어릴 적 나의 모습도 보인다.
줄곧 어둡게만 느껴지는 이야기가 아버지의 죽음 이후로 오히려 반전으로 해결의 실마리가 보여서
이야기를 덮을 때는 세 아이를 놓아보낼 수 있었다. 혼자가 아닌 셋이기에 공통점을 찾고 유대감을 찾았기에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아 마음이 조금은 홀가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