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의 그림자가 발표된 해는 1975년이라고 합니다. 출간된 지 40년이 훌쩍 넘은 그림책인데도 마치 지금 우리에게 말하는 것처럼 울림이 있네요. 그만큼 우리는 나다울 권리를 온전히 누리지 못한 책 다른 사람의 기대, 다른 사람의 말에 좌지우지된 적이 많았던 것 같아요. 여자가... 남자가.... 왜 그러냐? 라는 말부터 시작해서, 부모님이나 주변 사람들이 던졌던 한마디 한마디에 상처받았거나 불만스럽게 느꼈던 기억들이 그림책을 읽으면서 떠올랐습니다. 그때는 기분이 안 좋았다였는데 그림책을 읽으면서 줄리에게 관심을 두고 생각해보니, 있는 그대로의 나를 존중받지 못하고, 다른 사람의 기분이나 기대에 따라 내가 평가되고, 변화되길 요구받았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마치 정해져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 그런데 실상은 그렇지만은 않은 것, 사람들의 고정관념이나 편견의 뿌리가

얼마나 깊은지 여성에 대한 차별, 편견, 선입견 이런 것들이 여전히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발견합니다.

'여자답다, 학생답다, 엄마답다' 같은 말들은 모두 우리를 압박합니다. 되어야 할 모습을 설정해 놓고 있습니다. 그러한 이미지가

과연 타당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지도 않은채 이미 만들어진 그 이미지에 벗어나면 비난하고 압박하고, 돌아가길 요구합니다. 그림책 속의 줄리처럼 줄리가 줄리답지 않게 해동할 때만 줄리를 사랑해주는 사람들 속에 있다보면 과연 자기 자신이 누군인지 알 수 없게 될 것 같습니다. 개성이 발휘될 기회가 빼앗길 것 같습니다. 나다울 권리, 너다울 권리를 인정해 주고 인정 받는 것이 필요합니다. 존재 그 자체로 다른 사람에게 사랑받을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남자같을 수도 있고, 여자같을 수도 있기에 남자로 여자로 가르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각자 나다울 권리를 누리며, 남자와 여자로 나누는 것이 아니라 우리다울 권리, 인간다울 권리를 존중해 주어야 함을 느끼게 하는 그림책이었습니다. 줄리가 깨달은 것처럼 "나에게는 나다울 권리가 있어. 그럴 권리가." 이런 생각을 가진 아이들로 키우고 싶네요.

 

 어떤 모습이든 그 아이는 줄리입니다. 말 안 들어도 머리를 헝크러지게 해도 좀 단정하지 못해도, 나부대도 이 모두 아이로서인 줄리의 모습입니다. 줄리의 내면이 단단해진 만큼 이 이야기를 읽는  독자들의 내면도 단단해질 것 같습니다.

그림책이 출간된 해에 태어난 저로서는 줄리의 이야기에 많은 공감을 느꼈습니다.

특히 줄리 부모님의 태도에서 우리 부모님, 친척 어른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자신의 기준으로 재단하고, 있는 그대로 인정하지 못하고 마음에 안 든다고 바꾸려도 했던 완고했던  모습.

나다울 권리를 생각하지도 말할 기회도 못 얻었던 어릴 적 모습이 지금도 떠오릅니다.  그리고 그런 모습이 계속되면서

어른이 되어서도 다른 사람에 맞추려고 노력했던 모습도. 다른 사람의 시선에서 자유로와질 용기와 여유가 이제야 생겼는데,

그런 내면을 이 책이 지지해 주는 것 같습니다.

 

공학기술이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를 제대로 알 수 있는 책입니다.

지금 우리 삶에서 없다면 과연 얼마나 불편하고 힘이 들지 모르는 물건들은 결국 공학이 만들어낸 것들입니다.

이 책을 읽다보면 과학의 원리에도 접근할 수 있고, 공학이 어떤 학문인지 이해할 수 있어요.

이렇게 재미있고 유익한 학문이 공학인줄 진작 알았더라면 학교 다닐 때 과학이 그렇게 싫지만은 않았을 것 같아요.

 

우리 삶을 획기적으로 바꾼 제품들이 어떻게 해서 나오게 되었는지 그 유래를 알 수 있어서 더 재미있었어요.

전자레인지, 정수기, 가습기, 진공청소기, 텔레비전, 세탁기, 에어컨, 건조기, 공기청정기, 다리미, 전기레인지까지

11개의 제품들 가운데 제가 사용해 보지 않은 것은  건조기밖에 없어요.  정수기와 전자레인지도 집에는 없지만

다른 곳에도 사용해 본 적이 있거든요. 최근에는 정수기와 건조기에 대한 관심이 부쩍 커지고 있어서

앞으로 사고 싶은 위시리스트에 들어있어요. 환경이 깨끗하다면 필요없을 제품들이지만 요즘 미세먼지도 많고,

먹는 식수도 걱정이 되기 때문데 앞으로는 있어야 필수 품목이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11가지 공학이 만들어낸 물건들에 담긴 원리에 대해 읽다보니 예전에 배웠던 과학 지식들이 조금씩 생각이 나요.

용어들은 낯설지가 않은 것들이 많더라구요. 예를 들어 전기다리미는 공학적으로 전기에너지를 열에너지로 바꿔 주는 장치라고 하네요.

어떻게 전기에너지가 열에너지로 바꾸게 되는지 궁금한데, 모든 물체에는 전기를 흐르지 못하게 하는

전기 저항이 있답니다. 전자가 이동하므로 전류가 흐르는데 이때 물체 안에 있는 원자와 부딪혀 저항이

생기고 그 과정에서 열이 발생한다고 해요. 저항이 크면 많은 열이 발생하게 된다는 것 배웠던 것 같아요.

전류, 저항, 도체, 부도체, 전류의 열작용 등 이미 배웠던 과학의 용어들인데 그 당시에 참 재미없거나

이해가 못하고 외웠던 것이 많은데, 이렇게 실생활에 밀접한 제품들을 가지고 이야기하니 재미있습니다.

 

공학이야말로 정말 어떤 학문보다 우리의 실생활과 밀접하게 연결되고 있는 유익한 학문임을

깨닫게 됩니다. 아이가 관심 있는 분야과 수학과 과학 영역인데, 공학에도 관심을 보여서 이 책을 권해주었어요.

삶을 편리하게 하고 유익하게 하는 공학자가 되면 좋겠다는 바람도 있습니다.

이왕이면 많은 사람에게 유익함을 나눠주는 그런 학문을 공부하면 좋겠거든요.

공학 알면 알수록 재미있고 고마운 학문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