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세계는 스마트폰에 열광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감히 최강국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IT인프라 수준이 높기 때문에 그 열기가 다른 나라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뜨겁다. 그 열기에 트위터,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SNS)가 가세하여 그야말로 비즈니스계의 빅뱅을 만들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불과 15년 전에 있던 야후, 라이코스 등으로 대표되던 인터넷 검색엔진 열기를 떠올리게 만든다.

 ‘비즈니스모델 전쟁’은 스마트폰과 SNS가 주도하는 현재 핫이슈에 대해 개략적으로 요약해놓은 책이다. 언제부터 이런 움직임이 준비되고 있었는지, 그리고 이런 열기를 만들어냈던 저변에는 어떠한 요인이 있는지에 대해 제시한다.

 그렇지만 거창한 책의 제목에 비해 시야가 너무 협소한 면이 있다. 아직 업계에는 수많은 분야에 비즈니스 모델이 있고 실제로 큰 실적을 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스마트폰, SNS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크다. 즉 충분한 인프라가 구비되어있는 선진국에서만 적용될만한 비즈니스 모델일 뿐이고, 그나마도 마케팅과 관련하여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고 있다. 마케팅을 하는 대상이 되는 실제 상품(공산품이 될 수도 있고 서비스가 될 수도 있다)에 대한 내용은 전무하다는 것.

 게다가 하나하나의 예에 대해 너무 구체적으로 파고든다. 예를 들어 본문에서는 팜빌의 게임 방법에 대해서만 두 페이지 가량을 할애하여 설명하고 있는데 이렇게 구체적일 필요는 없다. 장기간에 걸친 경영적 고찰이라기 보단 최근 5년 정도 동안 펼쳐진 움직임들에 대한 요약본이라는 느낌이 강하달까. 지금 일어나는 일들을 따라잡기가 힘든 사람들을 위한 총집편 같은 이미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기 때문에 읽어볼 만하기는 하다. 분량도 200페이지 정도로 적고 글 여백도 큰 편이라서 쉽게쉽게 넘어간다. 어렵게 문장을 배배 꼬지도 않았고 명료한 전개라서 괜찮은 편이다. 다만 각 챕터마다 도입부와 정리부가 있었다면 좀더 괜찮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최근 SNS 업계의 동향이나 대표적인 수익 구조에 대해 관심이 있다면 입문서 정도로 권할 만하다. 또, 지금 내가 손에 쥐고 두드리고 있는 스마트폰이, 그리고 열을 올리면서 게시물을 작성하고 있는 트위터가 왜 이렇게 핫이슈가 되고 있는지 알고 싶다면, 그런 분들에게도 일독을 권한다. 물론 자신이 인터넷 상에서 조금만 손품을 팔면 다 조사할 수 있을만한 내용이기에, 깊은 내용을 접하기엔 무리가 있다.

 책의 내용과는 조금 동떨어진 내용이지만 덧붙여보자면. 60세 전후라는 높은 연세임에도 불구하고 급변하는 사회적 트렌드를 감지하는 유연성과, 실제로 앱을 개발하거나 앱스토어를 만들어보는 등, 실제 자신의 삶에서 실행해보는 추진력은 본받을 만하다고 생각한다.

 범인은 바로 뇌다! ‘소년탐정 김전일’이나 ‘명탐정 코난’을 연상케 하는 책 제목이 매우 호전적이다. 왜 추리만화를 보면 주인공이 열심히 추리를 한 다음에 해당 사건에 관련된 모든 사람들을 모아놓고는 큰 소리로 범인에게 삿대질을 있는 힘껏 하면서 외치는 한 마디 있지 않습니까? 이 책은 어떤 특정한 사람을 범인으로 꼽은 게 아니라 인간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뇌’가 범인이라고 외치고 있다. 대체 우리들의 뇌가 무슨 잘못을 했길래 이런 취급을 받아야 하는 걸까?

 텔레비전을 통해서든 아니면 인터넷을 통해서든 뉴스를 접하다 보면 세상에는 참 흉악범들이 많이도 있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하루가 멀다하고 연쇄살인범이 체포되었다느니, 우발적으로 공원에서 수십명의 사람을 죽인 청년을 경찰이 대대적으로 추적중이라느니 하는 소식이 밀어닥친다. 그리고 몇 주에서 몇 달정도 지나면 범죄자들이 재판에 섰고 어떤 판결을 받았다는 후속 기사가 이어진다. 그들이 받는 대부분의 판결은 무기징역 혹은 사형과 같은 강력한 대처이다. 우리는 재판부의 이러한 판결에 (그 재판이 어느 나라에서 일어났든 간에) 범죄자에게 적합한 벌을 내렸다며 박수갈채를 보낸다.

 하지만 ‘범인은 바로 뇌다’에선 범죄자들에 대한 이러한 처우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범죄 행위에 대해서는 마땅히 처벌이 따라야 한다. 하지만 범죄자들 스스로가 범죄를 저지르기를 원한 것이 아니라면? 그들에게 스스로 의사를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했다면? 다시말해서 의사를 결정하는데 중요한 뇌의 작용이 어떤 형태로든 장애를 겪고있는 사람이었다면?

 이 같은 질문에서 ‘범인은 바로 뇌다’의 논의가 시작된다. 뇌가 인간의 사고 작용, 특히 도덕적 행위에 대한 판단이나 자기 제어에 대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다양한 사례와 함께 제시한다. 그리고 뇌의 어느 부분에 장애가 생기면 정상적인 사회활동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고, 태어날 때에는 정상적인 뇌를 가졌어도 자라나는 과정에서 올바른 교육 또는 사회적 환경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이 성인이 되어서 어떤 일을 저지르게 되는지에 대한 자료들이 제시된다. 그래서 ‘범인은 바로 뇌다’에 쓰여진 200여 페이지에 이르는 논의 끝에 도달하는 결론은- 말그대로 범인은 뇌지, 사람이 아니라는 것. 다리를 전혀 못써서 걷지 못하는 사람에게 걷지 못하는 것은 당신의 책임이라고 감히 말하지 못하는 것 처럼, 뇌의 사고 작용에 장애가 있는 사람에게 올바른 판단을 못한 것은 범죄자의 책임이라고 말해서는 안된다는 내용이 요지다.

 물론 ‘범인이 바로 뇌다’는 모든 범죄행위가 뇌의 장애에서 나온다는 입장을 취하지는 않는다. 범죄자들 중 많은 사람들은 자신에게 의사를 결정할 충분한 능력과 사고작용이 있다. 다만, 일부 범죄자들, 특히 흉악범죄자들 중 상당히 높은 비율의 사람들은 뇌에 장애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다수 있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재판부 나아가 우리 사회는 이런 사람들을 적절한 뇌 검사를 통해 분류하고 죄에 대한 댓가를 치르게 하기 보다는 뇌 과학이 접목된 치료를 통해 사회적 교화를 제공하는 것이 올바른 접근이라는 것. 여러분은 ‘사람이 미치지 않고서야 어떻게 그런짓을?’ 이라는 소리를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흉악범죄자들은 미친 사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짓들을 한다. 단, ‘미친다’라는 단어가 ‘뇌의 정상적 작용이 힘들다’라는 뜻을 갖는다는 것에 동의한다면 말이다.

 과거에는 신체적 장애를 가진 사람에 대해 사회 전체적으로 어떠한 책임을 지려는 움직이이나 사회적 보장제도를 만들려는 움직임이 없었다. 모르긴 몰라도 천년 전에 장애를 가진 채 태어난 사람은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인식이 강산이 뒤집히듯 변해서 여러가지 보장제도가 만들어지고 있지 않나? 그 보장제도의 내용이 아직은 많이 부족하긴 하지만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보면 인류사에 있어 장족의 발전이라 할만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뇌 질병 또는 장애로 인해 범죄자가 된 사람들은 어찌 보면 시대를 잘못 타고난 피해자다. 앞으로 백년뒤에는 어쩌면 뇌 질병과 장애 또한 신체적 장애와 같은 것으로 바라보면 사회적 인식이 생기고 그들에 대한 사회적 법적 보장 제도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 이런 세상에선 지금 이순간 무거운 법적형벌을 선고받는 이들도 체계화된 치료를 받아 정상적인 사회구성원이 되는 길을 인도받을 지도 모른다. 

 그래, 그렇구나. 무슨 이야기인지는 알겠어. 그럼 재판과 전혀 관련이 없는 직업을 갖거나, 뇌 과학에 종사하는 사람도 아닌 사람들은 뭐 어떻게 하라는거야? 적절한 사회적 움직임이 만들어지도록 사회운동이라도 하라는거야 뭐야 싶을 수도 있겠다. ‘범인은 바로 뇌다’에서 나와 여러분같은 일반적인 사람들에게 하는 말은 매우 간단하다. 인간의 뇌 작용은 어린 시절 그릇된 가정환경과 부모 밑에서 자라면 충분히 발전하지 못한다. 이렇게 자라난 아이들은 폭력적 성향이 강하고 자기 억제력이 부족해진다. 그러니까 나중에 결혼해서 애를 낳으면, 학대하지 말고 나쁜 환경에 노출시키지도 말고 그냥 잘 키우세요! 따스한 사랑으로 아이를 안아주세요! 어때요, 참 쉽죠?

 아침에 일어나서 기지개를 켠다. 세수를 하고 머리도 감고 아침밥을 든든하게 먹은 뒤 상쾌하게 집을 나선다. 지하철이나 버스나 혹은 자신의 차를 타고 일터로 나간 뒤, 8시간이든 10시간이든 자기 할 일을 열심히 혹은 시간이 빨리 지나길 기다리며 끊임없이 시계나 보면서 버티고 있노라면 하루 일과가 끝날 것이다. 그리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면 저녁을 먹고, 조막만하게 남은 시간동안은 TV를 보거나 인터넷을 하거나 혹은 책이나 영화를 보고 음악을 들으며 하루를 정리할 것이다. 센스가 있는 사람이라면 자기 전에 일기 몇 줄 정도 끄적이는 보람찬 일로 잠자리에 들기 전 의식같은 시간을 보낼 지도 모른다.

 정말 특별할 것이 하나도 없는 평화롭고도 지겨운 일상. 그러던 당신에게 앞으로 반 년 후면 이 세상과 작별을 고해야 한다는 선고가 떨어진다면? 이런 가정은 자신에게 오지 않을 것이라 생각할 것이다. 나조차 그런 일은 내게 일어나지 않을 거라 믿으며 살아가고 있으니까 남말할만한 처지는 못된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끝은 있게 마련이다. 왜 이런 말도 있지 않은가? ‘하루를 살아간다는 것은 하루를 죽어가는 것과 같은 의미다.’ 그 어떤 사람이라도 영원히 살아갈 수 없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누구나 망각하고 있는 사실이기도 하다. ‘내 생에 마지막 저녁식사’는 우리의 너무나 당연한 망각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기회를 마련해주는 책이다.

 ‘로이히트포이어(등대의 불빛)’는 독일 함부르크에 위치한 호스피스이다. ‘내 생에 마지막 저녁 식사’는 이곳에서 요리사로 일하고 있는 루프레히트 슈미트 씨의 일을 화두로 삼는다. 그는 어쩌면 어떤 이에게는 마지막 식사가 될 지도 모르는 음식들을 만들며 살아간다. 그는 매일같이 호스피스에서 세상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는 이들이 먹고싶어하는 음식을 직접 물어보고 손수 준비한다.

 이미 많이 알려졌듯이 호스피스에 입주한 사람들은 모두들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사람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삶에 대해 절망하거나 좌절만을 하며 남은 시간을 보내지는 않는다. 그들은 자신이 먹고 싶은 음식을 매일 같이 생각해내고 요리사 슈미트 씨에게 주문을 한다. 비록 많은 양을 먹을 수는 없더라고, 심지어는 몸 상태가 급변해서 냄새만 맡아도 구역질이 올라오는 상황인데도 말이다. ‘로이히트포이어’의 입주민들에게 음식은 음식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바쁘게 살아오면서 잊고 지내왔던 추억을 되새기는 통로가 되기도 하고, 자신이 곧 건강해질 것이라고 믿게 해주는 부적이 되기도 한다. 또는 그동안 가족과 친구들에게 꺼내지 못했던 감정이나 사실들을 털어놓게 하는 자백제의 역할도 한다.

 사실 ‘먹고싶은 음식 먹기’는 시한부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이들에게 떠나기 전 해야할 일들 중의 하나에 불과하다. 이 책에선 ‘음식’만을 다루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여태껏 살아오면서 놓쳤던 많은 것들에 대해 생각을 한다. 후회도 한다. 그리고 지금이라도 그 일들을 하려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러기엔 너무 늦었다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침대에서 일어나 몇 발자국 걷는 일조차 힘든 그들에게 이루지 못했던 여행과 모험, 자기 성취는 너무나 높고도 큰 일들이다. 떠남을 준비하는 이들이 자신은 떠날 일이 없을거라 믿는 우리같이 아직 건강한 사람들을 위해 남기는 메세지가 여기서 나온다.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작별의 때는 온다. 그러므로 하고 싶은 일, 해야만 하는 일들을 하면서 살아가라고. 아직은 괜찮다고, 떠나려면 멀었다고 생각했던 그 순간이 마지막 순간이 될 수도 있다고.

 사실 이들은 축복받은 사람들일 수도 있다. 세상에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사고로 인해 죽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당장 우리 한국 땅만 해도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누군가를 만나러 가는 길에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사람이 하루에 수십 명에 이른다. 이 외에도 많은 재난, 사고로 인해 자신의 삶을 정리할 시간을 단 한순간도 갖지 못한 채 떠나는 이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나타나지 않는가. 이런 생각을 해보면 자신의 삶을 정리할 시간을 조금이나마 가질 수 있다는 것은 확실히 축복받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이들보다 더 축복받은 사람들은 누구일까? 미래를 계획할 수 있고, 이루지 못한 많은 일들을 이룰 수 있는 건강과 시간을 가진 사람들은 누구일까? 전혀 어렵지 않은 이 질문 앞에서, 나는 오늘 무엇을 했는지,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위한 삶을 살았는지 반성하지 않을 수 없다.

 요리사 슈미트 씨에게 ‘마지막 저녁 식사’를 주문했던 이들은 모두 떠났다. 그러나 그들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을 떠나는 것은 평등하고도 당연한 일들이기 때문에 슬프지 않다. 오히려 그들은 생애 마지막을 가치 있게 보냈기에 평온해 보인다. 그럼 그들에게 ‘마지막 저녁 식사’를 만들어 줬던 슈미트 씨는 어떻게 되었을까? 그는 자신의 손님들이 알려준 교훈을 진심으로 받아들였다. 지금 슈미트 씨는 여행을 떠났고 그 길 위에서 오래토록 자신이 꿈꿔왔던 하고 싶은 일을 이뤄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