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지 않고 나는 새는 없다 – 버드 스트라이크

    

 

그동안 구병모 작가의 책은, 특히 저에게 호불호가 심하게 갈리는 편이었습니다. ‘한스푼의 시간’은 꽤 좋았고 ‘빨강 구두당’은 다시 읽을 정도로 좋았는데 기대했던 ‘아가미’는 별로였거든요. ‘버드 스트라이크’를 읽으며 이제는 확실하게 알았습니다. 구병모 작가 작품은 제 취향이 맞습니다.

      

버드 스트라이크는 여러 의미로 정의내릴 수 있는 소설입니다. 성장소설, 탈식민주의 소설, 집단의 편견에 저항하는 소설, 정체성 탐색에 관한 소설, 혹은 판타지 소설이라고까지 부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어느 것도 놓치고 싶지는 않지만 , 저에겐 특히 성장소설로서의 의미가 가장 큽니다.

     

이 책을 읽은 건 부산 가는 KTX 안에서였습니다. 미리 준비해간 버드 스트라이크를 읽던 중이었고, 갑자기 여유로워진 탓인지 평소 잘 하지도 않던 SNS로 타인의 일상을 훑어 보았습니다. 저는 평소 SNS를 필터링 된 일상이라고 여기는 사람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날은 지인들의 SNS를 결국 다 보고야 말았습니다. 졸업식과 입학식 사진들. 학교 로고들. 행복한 표정들. 아이는 올해도 힘든 한해를 준비해야 하는데 말입니다. 급작스럽게 마음이 무거워진 저는 핸드폰을 덮고 다시 책을 읽었습니다. 그때 눈에 들어온 구절입니다.

      

루는 그것이 자기에게 하는 말인지 몰라 위를 가만히 올려다보았다. 설마 지요는 비오가 다쳐도 상관없다는 뜻인가.  

“바람에 몸을 맡기면서도 때론 바람에 저항해야 하는데, 흔들리지 않고 휘청거리지 않고 날 수는 없어. 비오가 아니라 우리 중 그 누구라도, 하다못해 작은 새나 벌레라도 날개를 가진 자라면.”

      

어느 집단에도 속하지 못했지만 그 안에서 자신의 설자리를 찾아가는 비요, 자신이 속한 집단으로부터 이방인 취급을 받는, 그래서 더욱 자신의 자리를 찾고 싶어하는 루, 한 국가의 수장이지만 아버지의 그늘로부터 벗어나지 못하는 휴고, 부모가 겪은 불행의 원인을 외부에서 찾으려는 마이. 이들 모두는 청소년이건 성인이건 아직도 성장의 고통을 겪고 있는 인물들입니다. 인물들 모두에게서 내 아이의 모습이 비치는 건 단순히 부모로서의 감정이입을 넘어, 인간이라면 누구든 삶을 몫을 해내야 한다는 당위처럼 느껴졌습니다.

      

자신에게 좀더 가까워지려는 삶의 여정에서, 누군가는 비요처럼 여전히 길의 한가운데에 있고, 누군가는 휴고처럼 목적지에 도달했으며, 누군가는 루처럼 기다리지 않고 직접 찾아나서고, 누군가는 마이처럼 잘못된 선택을 하기도 합니다.

     

우리는 목적지에 도착하는 그 날까지, 바람에 저항하며, 흔들리기도 하고, 휘청이기까지 할 것입니다. 하지만 흔들리더라도 두려워하지 않고 계속 날 수 있습니다. 흔들리지 않고 날 수 있는 새는 아무도 없으니까요.  비요도, 루도 각자의 방식대로 성장해 나가듯이 자신의 방식대로 지금보다 조금 더 성장해 나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누구나 다녀 본, 그러나 학교라는 낯선 공간 – 곧 죽어도 등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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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라는 공간은 양면적입니다. 아이들이 바글바글한 시끌벅적한 일과 중의 학교는 친숙한 공간입니다. 하지만 방과 후 모두가 하교한 뒤의 적막한 학교는 상당히 낯선 곳이기도 하거든요. 친구들과의 행복했던 기억이 있는 추억의 장소이기도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열등감과 소외감으로 얼룩진 아픔의 장소이기도 합니다. 일과가 끝난 뒤 방과 후 학교에 남아 본적이 있나요? 일몰 이후의 학교란 상당히 공포스럽고 기괴하기까지 합니다. 하루 종일 활기에 차있던 공간은 적막과 어둠에 쌓이면 전혀 다른, 또 다른 공간이 되어 버립니다.

 

학교라는 현실적 공간에서 멀리 떨어진 비현실적 이야기를 다룬 ‘곧 죽어도 등교’는 마치 방과 후 적막하고 섬뜩한, 낯선 모습의 학교와도 같습니다. 친숙한 학교를 전혀 다른 공간으로 만들어버린 후, 배경으로 사용했다는 공통점 외에는 아무것도 공유하지 않는, ‘곧 죽어도 등교’는 학교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다룹니다.

 

밀실하면 떠오르는 연관 검색어는 틀림없이 살인사건이겠죠. 하지만 난데없이 연애편지라니요? 방과 후 교실이라는 밀실(?)에서 쥐도 새로 모르게 전달된 연애편지의 진범을 찾아가는 고도의 심리게임, 그리고 이름을 이용한, 암호풀이 못지않은 트릭까지. 송헌 작가의 ‘밀실 연애편지 사건’은 알콩달콩한 연애 이야기를 밀실트릭과 함께 풀어갑니다.

 

학교에서 내 번호의 날짜가 되면 오늘은 어느 과목 선생님이 나를 지목할지 긴장했던 기억이 납니다. 번호로만 언급되는 학급에서 하나씩 사라지는 아이들의 미스터리. 시선이라는 관계의 기본요건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생각해 보게 되는 위래 작가의 ‘우리’는 ‘곧 죽어도 등교’의 단편 중에 가장 흥미진진하면서도 무서운 작품입니다. ‘진짜 우리’란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에 대한 생각을 자극하는 소설이기도 합니다. ‘우리’라는 무리가 만들어지면 ‘그들’이라는 무리 역시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는 집단의 친밀감과 폐쇄성의 양면성을 일깨워주는 작품입니다.

 

학교는 겨울보다는 여름이 더욱 고단한 장소입니다. 추위보다는 더위가 고역인 곳이지요. 하지만 전기세를 아끼지 않고 에어컨을 하루 종일 추울 정도로 틀어주는 학교가 있다구요? 설마 그럴리가요? 정말 그런 학교가 있다면 역시 예상대로 그 학교는 뭔가 비밀을 지니고 있는 겁니다. 에어컨을 아끼지 않는 학교의 비밀을 다룬 아소 작가의 ‘연기’에서 그 비밀을 파헤쳐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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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개 안건’과 ‘11월의 마지막 경기’는 학교의 어두운 비밀을 은밀하게 이야기해줍니다. 학교의 운동부는 늘 그렇듯 학교의 비밀을 하나쯤 지니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비밀은 누군가의 아픔이고 누군가의 상처입니다. 도덕과 윤리, 혹은 정의를 운운하기 전에 학교라는 공간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사회라는 것을 먼저 떠올린다면 그들의 아픔에 공감하고 위로해 줄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두 이야기 모두 해피엔딩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새드 엔딩도 아닌, 내 주변에 대한 관심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는 묵직한 이야기입니다.

 

‘곧 죽어도 등교’에는 어두운 이야기만 실려 있는 건 아닙니다. 우울한 주제도 밝고 경쾌하게 풀어내 주는 빛과 소금 같은 이야기도 있습니다. 왕따 소녀의 호탕한 복수극 ‘신나는 나라 이야기’와 발랄한 문체와 명량한 분위기로 남사친의 짝사랑 그녀 썸남을 찾아가는 ‘고딩 연애 수사 전선’은 소재도, 분위기도, 문체도 유쾌합니다. 특히 ‘신나는 나라 이야기’는 무거울 수 있는 소재의 왕따 이야기조차 만화책장 넘기듯 재미있게, 하지만 가볍지만은 않게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작품입니다.

 

‘곧 죽어도 등교’ 단편집에서 가장 눈여겨봐야 할 작품은 ‘신의 사탕’입니다. 내 뒤통수에 살고 있는 누군가가 나의 지배권을 통제한다는 설정은 진짜 나는 누군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만들어줍니다. 나를 증오하는 나, 나의 약점과 열등감을 보완한 또 다른 나는 다른 이들에게 사랑받고 인정받는 이상적인 존재입니다. 문제는 또 다른 나를 인정하려면 지금의 나라는 존재를 거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신은 인간들에게 자신의 부족함을 채워 넣은 완벽한 또 다른 자신을 허용함으로서 달콤함은 주었지만 사탕 녹아버리듯 자신은 사라져야만 합니다. 한유 작가의 '신의 사탕'은 나라는 존재는 누구에 의해서, 어떻게 그리고 무엇이라고 정의되어지는가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진지한 작품입니다.

 

학교라는 공간은 참 요상합니다. 친밀한 동시에 낯선 곳입니다. 누구든 학교를 다녀본 경험이 있기에 누구에게나 친숙한 공간일 수 있지만, 오히려 많은 사람들에게 친숙한 곳이기에 누군가에게는 낯선 곳일 수 있습니다. 극단의 양면성을 지닌 학교라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로맨스, 미스터리, 그리고 호러까지. 누군가에게는 밝음의 상징이라는 학교라는 공간을 어둡고 음산하고 낯선 곳으로 만들어 버린,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등교를 할 수 밖에 없는 곳으로 규정짓는 매력적인 소설 ‘곧 죽어도 등교’의 학교로 등교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져보길 바랍니다. 낯섬과 친밀감 사이에서 학교라는 공간의 정의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소설 ‘곧 죽어도 등교’에서 학교가 가진 이중적 가치와 더불어 어릴 적 추억 혹은 아픔-지금은 제발 극복했거나 치유되었기를 바라며-을 떠올려보며 그 시절 불안했던 사춘기를 호러와 미스터리로 치유해 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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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으로 배우는 우뇌 영어에서는 영어공부가 선조들의 한자공부법과 같다고 이야기 합니다. 한자공부법과 영어공부법, 전혀 다른 학습법인 듯 하지만 문장의 형식을 분석해보면 같은 구조를 지니고 있으므로 한자공부법을 영어공부법에 대입해보자는 것이 이 책의 발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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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첫 영어 시간을 떠올려보세요. 아마도 8품사 내지는 문장의 5형식을 배웠을 겁니다. 지금도 많은 영문법책이 품사나 문장형식을 1장으로 구성하는 걸 보면 쉽게 이해가 갑니다. 이 책 ‘눈으로 배우는 우뇌 영어’는 영어의 8품사, 5개의 문장 형식, 3구 3절을 시각적으로 표현하여 읽는 영어 학습이 아니라 보는 영어 학습법을 제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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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채은 영문법의 가장 기본이라고 알려진 8품사 5형식 3구 3절을 한눈에 보이도록 연습하도록 도와줍니다. 지금까지 해 왔던 영어학습법과는 차별되는 점이 이 책의 가장 인상깊은 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