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밍웨이 소설 중에서 가장 재미있게 읽었다고 자신할 수 있는 ‘무기여 잘 있어라’. ‘태양은 또 다시 떠오른다’로 주목받는 작가로 인식되었다면 이 작품으로 명실상부한 미국 대표작가로 입지를 굳혔다고 한다. 지금의 소설들에 비해서는 자극적이지 않을지도 모르나, 상당히 속도감있고 대화가 주를 이루기 때문에 지루할 틈이 없다. 특히나 인물들의 감정 표현을 배제하는 헤밍웨이 문체의 특성상 소설은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전쟁의 참혹함과 그 속에서 피어나는 ‘사랑’의 어우러짐이

소설을 더욱 빛나게 하는게 아닐까. 누군가 사막은 오아시스가 있기에 아름답다고 했던가. 그 말이 이 소설에서도 적용되지 않나 싶다.

 

  전쟁에 회의를 느끼는 프레드릭 헨리 중령. 사실 읽은지 2주 정도 됬는데 이제야 서평을 남기기 때문에 정확한 직위는 긴가민가하다. 근데 중령이 입에 딱 들러붙는 것이 중령이었지 않나.. 오늘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를 읽고 난 직후라서, 로버트 조던과 프레드릭 헨리가 얼마나 다른 인물들인지 비교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로버트 조던은 자기 자신보다는 모두를 위한다는 ‘대의’를 택한다. 결국 자기희생을 통해 모두를 살린다. 타들어가는 양초가 자기를 태워서 빛을 내듯 말이다. 하지만 이 소설 속 주인공인 프레드릭 헨리는 전쟁을 피해 자신의 피앙세와 함께 중립국인 스위스로 도망친다. 이 전쟁에 대해 회의를 느끼는 것이다. 두 인물 모두 전쟁에 회의감을 갖고 진저리

쳤지만 그 대응방식은 확연히 달랐다. 헤밍웨이의 사회에 대한 인식도 이 소설을 쓸 때와 저 소설을 쓸 때 이렇게 달랐겠지.

 

  내가 볼 때는 그렇다. 헨리라는 인물은 소설 중반까지 자기 부하들을 인간 대 인간으로 대하며 부하들의 식량도 챙기는 나름 인정 많은 상관이다. 중령이라는 직급임에도 부하들이 이 전쟁에 대해 회의를 느끼며 불만을 토로해도 묵묵히 들으며 무의식중에 동의하는 것이다. 다른 상관들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지만 그만큼 개방적이고 또 부하들로부터 신뢰받는 군인이다. 포탄이 투하될 위험에도 부하들에게 밥을 먹이려 식량을 챙겨갔다가 다리에 심한 부상을 입고 반년 가까이 병원에 드러눕게 된다. 이 부분은 헤밍웨이 본인의 실제 경험에서 나온 부분으로, 입원했을 당시 본인 심정이 그대로 묻어나있다. 그 때 헤밍웨이도 바클리와 같은 간호사에게 반하게 되지만 현실의 장벽에 그의 사랑은 좌초된다. 그게 이 소설이 비극적 결말로 치닫는 데에 일조했으려나.

 

  소설의 가장 마지막에 주인공의 삶의 이유이자 목적이며 미래였던 ‘바클리’는 아이를 낳다 죽는다. 그의 희망이 사라진 것이다. 그리고 비속을 뚫고 그대로 호텔로 돌아간다. 소설의 가장 마지막 구절을 헤밍웨이는 몇 달 간을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고 한다. 헨리는 ‘바클리’라는 유토피아로 현실을 피해 도망갔지만, 결국은 다시 현실로 돌아 온 것이다. 이 소설은 또한 상징주의적 소설로 산은 평화, 평야는 전쟁, 그리고 비는 죽음을 의미한다. ‘바클리’가 죽은 그날도 비가 내렸고, 전쟁 중에는 비가 계속 오는 우울한 날씨가 지속된다. ‘태양은 또 다시 떠오른다’가 잃어버린 세대를 다뤘다면, 이 소설은 어떻게 ‘잃어버린 세대’가 양산되는지에 대한 그 과정이라 할 수도 있겠네. 전쟁으로

인해 병을 앓고, 사랑을 잃고 또 그렇게 모든 것을 잃고 호텔(일상)으로 돌아가며 방황하게 될 인물들. 전쟁에서 벗어나면 행복해질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실상은 뫼비우스의 띠마냥 불행의 연속일 뿐이다.

 

허무와 좌절 그리고 강렬한 사랑. 표면적으로 보면 가장 안어울리는 이 요소들이 한 소설 속에서 어떻게 어우러질 수 있는지 보여준 명불허전 헤밍웨이다

우연히 인터넷 웹서핑하다가 보게된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영화 '시계태엽오렌지'의 캡쳐본. 영화로 훨씬 유명한 '시계태엽오렌지'다. 당시 이를 모방한 범죄도 많았다고

한다. 스크롤을 쭉 내리면서 오 이영화 소재도 소재 나름대로 자극적이거니와, 강제로 선을 주입시킨다는 방식이 무척이나 특이해서 계속 읽어야지 읽어야지 이러다가,

도서관에 갔는데 딱 있네? 해서 읽게 되었다. 언어 관련해서 책을 낼 정도로 언어 구사에 탁월했던 작가이므로, 당시 십대들의 비속어라던가 대화문이 구어체로 읽는데

거부감이 전혀 없다. 처음에는 번역이 특이하네?하다가도 어느새 알렉스가

내 옆에서 이야기해주는 느낌이다.ㅋㅋㅋ 처음에는 소재가 소재이니만큼 어렵지않을까 싶었는데 전혀 그렇지않다.

 

인물들은 알렉스, 조지, 딤, 텔로이트, 내부무장관, 부모님, 소장 등등이 있다. 각 인물들 모두 개성이 뛰어나서 하나같이 지루할 틈이 없다.  읽으면서 법에 대해서, 처벌에

대해서, 또 범죄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근원적인 선과 악에 대해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고등학교 때 윤리시간이 제일 싫었는데 내가 이렇게 철학적인 문제에 대해 고민해 볼 줄 누가 알았으랴. 악한 사람은 악하고 선한 사람은 날때부터 선할까? 아니면 성선설대로, 모두들 선한데 환경에 의해서 성향이 정반대로 바뀌기라도 하나? 아니면  처음부터 모두들 악한 성향을 갖고 있는건 아닐까? 각자 사람마다 가치관에 따라 믿는 가설이 다르겠지만, 여기서 작가인 앤서니 버지스는 악한 사람은 처음부터 악하며 선한 사람은 처음부터 선하다고 말해주는게 아닐까. ? 누가봐도 너무나 악한 주인공 '알렉스'는 폭력은 기본에 강간은 옵션 심지어는 집을 털다가 집주인 할머니마저 죽이게 된다. 이 때 같이 놀던 무리의 배신으로 홀로 감옥에 가게되고, 여기서 '루드비코'요법이라는 감옥 내에서 행해지는 정부의 새로운 '교화'요법을 시행받게 된다.

 

알렉스는 조금이라도 더 빨리 감옥에서 나가고 싶은 마음에 신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를 받게 된다. 알렉스는 약을 주입받고 의자에 묶여서 앉은 채, 세상의 모든 잔인한 영상들 (매우 폭력적인)을 저렇게 눈을 감지 못하도록, 얼굴도 피하지 못하도록 화면만 하루 왠종일 바라보게 된다. 폭력을 즐기던 알렉스는 자신에게 폭행이 가해지는 듯한 느낌을 받고, 폭력을 매우 두려워하게 된다. 생각보다 효과적인 실험의 성공으로 알렉스는 감옥에서 나오게 된다. 하지만 이 과정을 통해 알렉스는 선과 악을 구분하는 능력을 상실한다. 즉, 선한 것에서는 인간 본연의 선함으로 대응할 수 있을지도 모르나, 악한 존재, 나에게 해를 가하는 존재들에 대해서도 알렉스는 꼼짝없이 사과만 하게되는 것이다. 누군가가 다치는 것을 자기가 다치는 것만큼 죽기보다 싫어한다.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잘못했다고 한다. 나사 하나 풀린 성자의 모습이랄까.

정부에서는 과연 이런걸 바랬던 걸까. 폭력적인 단어가 입밖으로 나오기만해도 스스로 구역질이나고 몸을 통제할 수 없게 된다. 이제서야 신부가 의미한 바를 이해하게 되었다. 그러다 과거에 같이 놀던 불량써클 친구들 중 하나는 경찰이 되어있다. 이 얼마나 아이러니한 상황인가. 

 

이 경찰이 된 친구 딤에게 사정없이 얻어맞고, 어느 집으로 몸을 피하기된다. 그런데 알고보니 이 집의 주인인 작가의 부인을, 자신이 과거에 강간했던 사실을 깨닫는다.

집주인은 낯이 익은 것 같고 말투도 어딘가 들어본 것 같지만 처음에는 긴가 민가하다가, 나중에 알렉스가 과거 자신의 부인을 강간했던 그놈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과거에 알렉스는 범죄를 저지를 때마다 음악을 들으면서, 혹은 그 후에 집에와서 음악을 들으며 쾌감을 느끼곤 했다. 이 사실을 안 작가는 알렉스를 어느 집에다

가둬놓고 문을 잠그고 스피커로 음악을 튼다. 한마디로 죽으라는 거지. 알렉스는 엄청난 고통에 시달리다가 결국 혼절하게 되고, 눈을 떠보니 병원이다. 정치적으로 말이

많은 루드비코요법을 이용해 표심을 잡아보려는 어느 정치인의 이익과 맞물려, 알렉스는 다시 재치료를 받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부모님에게 욕설을 하면 할수록 무언가

쌓여있던 응어리가 풀리는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맨 마지막에 바에 앉아, 예전처럼 약탄 우유를 먹으면서 문득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자신이 성장했음을

깨달으며 나름의 해피엔딩으로 끝이 난다.

 

이 책을 끝까지 읽고나면 과연 알렉스가 천성부터 글러먹은 인간 쓰레기인지에 대해서 의문을 갖게 된다. 알렉스는 평범한 가정을 꾸리고 싶어한다.

심지어 그는 재치료를 받아서 예전의 알렉스 그대로 임에도 말이다.

 

교도소 신부 말대로, '선함이란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것, 우리가 선택해야하는 어떤 것' 이 말이 맞는 듯하다. 누군가 선악의 기준을 내릴 수 있을 정도로 도덕적으로 중립적인 위치에 서있는 사람이 있을까? 또한 선함이 악함을 벌할 수 있다면 그 근거는 무엇이며, 악함이 왜 선함의 앞에서 을의 위치에 서야하는가 하는 생각도 든다.

소장은 '눈에는 눈으로 응징해야 한다. 누가 너를 때리면 너도 반격을 하겠지. 야만적인 깡패놈들에게 타격을 받은 국가는 반격을 할 수 있다.' 라고 한다. 내가 당하면

나도 이에 응징하거나 보복하는 등의 어떠한 '반응'을 보여야 하는데, 루드비코 요법으로 치료받은 알렉스는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잘못했다고 사과하는 방법이 유일한

대응법인 것이다.

 

이렇게 서평을 써놓으니 무척 어려워보이는데, 사실 전혀 어려운 내용은 아니다! 읽으면서 생각이 많아질 뿐. 법의 위치에 대해서. 또 과연 인간이 선한 존재인지.

선한 존재가 무조건적으로 찬양받아야 할 존재인지. 그저 정부에서 원하는 이상적인 '백성', '국민' 상(象)이 아닐까?

작가인 앤서니 버지스는 <강요된 선보다는, 본래의 악함이 낫다>고 한다. 의견이 분분할 수 있지만 뚜렷한 답이 있는 질문일까. 

 

알렉스日 '악의 원인이 무엇인지 놈들이 발톱을 물어뜯으면서 연구한다는 말은 나를 웃게 만들지. 선의 원인은 밝혀있지도 않으면서 왜 그 반대쪽이냐고...

더욱이 악이란 자기 자신이 유일한 존재. 즉 혼자로서의 너 또는 내가 책임지는 것이고, 이때 자아란 하날님 또는 신에 의해서 만들어지는데

그건 신의 커다란 자랑거리이자 기쁨인거야. 그러나 자신에게 솔직하지 않으면 악이란 있을 수가 없지!.' (P51)

 

악한 행위는 책임을 감수하면 행해질 수 있는건가?   

자연주의 소설의 한 획을 그은 모파상! 실은 교보문고에서 싸게 팔길래 제목만 익숙한 '여자의 일생'이라는 책. 너무 감성에 호소하는 책일까봐 조금 깨름칙했으나,

첫 장을 딱 읽어본 뒤에 주인공인 '잔'이 너무 발랄하고 유쾌한 소녀같은 인물이기에 읽게되었다. 책의 겉에 둘러진 띠에 '공지영 작가가 추천하는 세계명작!'이라는 말도

한 몫 했다. 자연주의 어쩌고는 사실 졸라를 중심으로 발전한 자연주의에 대해서 배우긴 했으나, 모파상이랑 졸라가 친구였는지도 몰랐다. 저 당시 파리에는 저런

문호들이 카페에서 모여서 커피시켜놓고 앉아서 자신들의 문학 성향이라던지 방향에대해 토론했다고 생각하니 전율이 든다. 파리라는 도시가 왜 낭만의 도시인지.!

왜 갔다오고 난 뒤에야 파리의 진가에 대해서 알게되는건지 ㅜㅜ

 

여자의 일생은 말그대로 주인공인 '잔'이 결혼하기 전부터, 결혼하게되는 과정과 남편의 두 번의 외도. 한 번은 어릴 적부터 같이 지내온 자신의 하녀와 그리고 다른 한번은

백작 부인과....... 나쁜놈은 최후의 말로가 비참하다 ^ㅆ^ 권선징악 참 좋다. 여기서 하녀랑 남편이랑 바람난 거 알았을 때 하녀를 욕했으나, 알고보니 처음 이 집에

온 날부터 하녀를 힘으로 범한건 남편 나쁜놈이었다. 그리고 자신의 애까지 밴 하녀를 돈 한푼 없이 내치려고 했으나, 잔의 아버지와 잔의 배려로 두둑히 돈을 챙겨서

결혼까지 시켜 내보낸다. 잔의 남편으로 나오는 줄리앙이라는 놈. 처음에는 자상하고 남자답기까지 하더니 돈 때문에 결혼한 최악의 악질로 결혼 이후에 잔의 인생이

꼬이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 백작 부인과 바람났을 때, 이를 알게된 백작이 둘이 같이 있던 오두막을 내리막길로 굴려서 죽여버리는데 완전 고소했다. 내가 이를 위해서

잔의 비참한 결혼생활을 삼분의 이나 읽어왔던거였나!! 진짜 십년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듯 했다.

 

그녀는 자기와 남편의 사이에 어떤 베일이나 장애물 같은 것을 느꼈다. 두 사람은 절대로 영혼까지는, 생각의 밑바닥까지는 뚫고 들어갈 수 없다는 것을 처음으로

깨달았다. 나란히 걸어가기도 하고 가끔 서로 얽히기도 하지만 결코 섞이지는 못한다는 것.

그리고 인간 각자의 정신적 존재는 삶에 있어서는 영원히 혼자인 채로 있으리라는 것을 깨달았던 것이다.(P.68)

 

잔느는 신혼 여행중에 자신의 남편인 줄리앙과 함께 있으며 이런 생각을 하는데, '결혼'이란 것에 대한 모파상의 생각일지도 모르겠다. 굉장히 와닿았기에 바로

메모해뒀었다. 결혼이란 정말 이런걸까 생각해보게 된다.

 

습관은 그녀의 생활에, 어떤 종류의 물이 물체 위에 남기는 석회의 앙금과도 비슷한 체념의 층을 만들어주었던 것이다. 그녀의 가슴속에는 일종의 명상적인 우울과

살아가는 것에 대한 막연한 환멸이 자라고 있었다. 그녀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그녀는 무엇을 바라는 것일까? 그녀는 그것을 알지 못했다. 어떠한 세속적인 욕구도

그녀를 사로잡지 못했다. 세월에 퇴색해버린 거실의 낡은 안락의자처럼 모든 것이 그녀의 눈에는 천천히 생기를 잃어가고 있었다. (P.83)

 

새삼 모파상의 감성적인 서술에 감탄에 경탄에 감동 ㅠㅠ 이게 남자 감성에서 나올 수 있는 구절인가? 어떻게 석회의 앙금과도 비슷한 체념의 층이라는 비유를 할 수가

있지. 세월에 퇴색해버린 거실의 낡은 안락의자.! 이렇게까지 잔느의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해내는 모파상에게 다시 한번 놀란다 ㅠㅠ

 

남편의 제대로된 사랑 한 번 못받고, 남편을 잃고 잔이 의지할 것이라고는 자신의 피붙이인 아들 '폴'이다. 하지만 아버지의 성향을 똑 닮은 탓인지, (부전자전인가) 어찌나

엇나가는지 엄마인 잔을 무슨 ATM기 마냥 도박하다 돈 모자라면 돈보내달라고 하고, 돈 다 쓰고나면 돈 보내달라고 하고, 그렇게 재산을 모두 탕진하고 엄마를 떠나서

매춘부인지 술집여자인지랑 동거를 하다가 애를 낳는다. 돈이 다 떨어졌다고 돈을 보내달라고 하지만 잔도 파산직전이라 보낼 수가 없다. 남편에 이어 아들한테 마저

버림받는 이 얼마나 비련의 여인인가. 잔의 기구한 인생이 참 안타깝다. 머리가 하얗게 세고 의지할 곳 하나 없는 잔. 그러나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하셨던가.

잔이 과거에 자신을 배신했으나, 인륜을 저버리지 않고 책임져준 하녀, 로잘리가 '잔'의 소식을 듣고 수발을 들기 위해 잔의 집으로 찾아온다. 정말 이런 친구 있으면 참 좋을 것 같다. 적극적이고 자기 의사표현 확실하고. 현재 삶에 대해 살고자하는 의지없이 그저 표류하는 잔느를 바꾸려 노력한다. 아마 로잘리가 없었더라면 잔느는

혼자 끙끙대다가 죽거나, 비관해서 자살했을지도 모르겠다. 아니 자살할 용기도 그렇게 적극적으로 뭔가를 할 수 있는 상태도 아니었다. 남편과 아들 이 두 남자에게는 버림받지만, 같은 여자에게는 선택받는다.

 

지금 생각해보니, 잔느의 어머니는 엄청나게 뚱뚱한 거구임에도 알고보니 젊은 시절 여성편력이 화려했던 아버지때문인지, 다른 남자를 마음에 품게된다. 일명 불륜인데,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처럼 편지로 주고받는 그들의 사랑이 안타까웠다. 한마디로 정말 불륜,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데 사랑을 숨길 수 밖에 없었던 어머니와 자신이 모르는 엄마의 부도덕한 모습에? 아니면 여자로서의 모습?에 절규하고 비탄하는 잔느에게서 이질감과 동시에 공감을 했다. 나라도 그럴 수 밖에 없었을 듯 하다.

내가 평생을 알아왔던 나의 어머니가, 알고보니 내가 아는 그 어머니가 아니었다면. 그리고 어머니의 사후에서야 평생을 숨겨온 그녀의 비밀을 알게된다면, 배신감일까

안타까움일까 충격일까 혹은 몰라준데에대한 미안함일까. 잔느가 어렸을 적에 잔느에 대한 사랑을 써둔 그녀의 어머니의 편지에서 거짓말 안보태고 코끝이 찡했다.

그 뒤로 그녀의 숨겨온 사랑이야기가 드러나기 전까지. 하지만 제 3자인 내입장에서는 사실 안타까웠다. 사랑하지만 표현할 수 없는, 또 이루어질 수 없는 그 사랑에.

 

폴은 끝내 돌아오지 않지만, 자신의 자식을 엄마인 '잔'에게 맡긴다. 이 순간 잔느의 감정을 서술한 구절이 참 와닿았다. 그녀의 지금까지 구구절절했던 인생사가

이 아이로 보상받는 느낌이라 해야하나. 이 아이가 자기 아들의 '딸' 즉 같은 여자라 그런건지도 모르겠다.

 

그것은 그녀의 무릎 위에서 자고 있는 작은 생명의 체온이었다. 그러자 무한한 감동이 그녀를 사로잡았다. 그녀는 어린애의 얼굴을 보았다. 자기 아들의 딸, 여리디 여린

그 피조물이 강한 빛을 받아 입을 옴죽거리면서 파란 눈을 뜨자, 잔느는 두 팔로 들어 올려 미친 듯이 키스를 퍼붓기 시작하였다. (P.243)

 

로잘리日 "인생이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행복한 것도 불행한 것도 아닌가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