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수의 무정은 우리나라 근대 문학사상 최초의 근대 장편소설로 1917년부터 매일신보에 연재되어 당대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던 소설이다. 무정은 우리가 잘 알다시피 계몽적 성격이 강한데, 등장인물간의 사제관계나 교육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 것으로 보아서 작품 전체를 통해 이야기하고자하는 한 가지, 문명과 개화의 중요성이라 할 수 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이형식, 박영채, 김선형으로 이들은 신·구질서가 충돌하던 격변기의 조선 사회를 대변하는 다양한 인물들이다. 형식은 일본 유학을 하고 온 지식인이고 영채와 선형의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물이다. 영채는 전통적 유교 교육을 받은 구도덕을 대표하는 여성에서 자아 각성을 통하여 근대적 윤리관을 갖춘 여성으로 변화하는 입체적, 유동적 인물이다. 선형은 신교육을 받았으면서도 피동적인 삶을 영위하는 수동적이고 온순한 인물이며, 병욱은 반봉건적, 진취적인 인물이며 영채를 변하게 하는 인물이다. 등장인물 영채는 감옥에 간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기생이 되었지만 형식을 생각하며 정절을 지킨다. 하지만 불의의 사고로 강간당하게 되자 목숨을 끊는 지극히 전근대적 가치관을 가지고살아가는 과거 지향적 인물로 생각할 수 있다. 이광수가 식민지 시대의 근대화의 필요성에 대해서 말하려고 하지만 작품전반적으로 영채를 미화하고 변화되는 과정을 중점으로 다룬 점을 보아 무정을 통해 신구 도덕 및 가치관의 마찰을 드러내며 새로운 가치관의 수용을 주장하면서도 영채를 작품 전반적으로 언급하는 것이 일관성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후에 영채가 유서를 남기고 죽으려고 하지만 병욱은 영채가 지닌 도덕관을 낡은 도덕관이라 비판하고, 영채에게 낡은 도덕의 사슬을 끊고 자유를 얻을 것을 권고한다. 죽은 줄 알았던 영채와 이형식이 기차에서 다시 만나는 부분에서 신과 구의 갈등이 다시 표면화 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소설에는 겉으로 드러나는 이야기와 이야기를 통해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 즉 두 개의 이야기가 있는데, 겉으로 드러나는 이야기는 이형식이 그의 과거와 현재를 대변하는 두 명의 여인 간에 일어나는 애정과 결혼의 삼각관계인데, 이것을 매개로 하여 구한말 조선의 전통(영채)과 식민지 시대의 근대화(선형)가 만나면서 생기는 갈등을 말해준다. 이 삼각관계는 오로지 형식과 영채 두 사람에 의해 생겨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결국 이형식은 선형을 선택함으로써 그가 지향하는 세계가 어느 쪽인가 하는 점을 명시적으로 드러낸다. 소설의 마지막 부분, 삼랑진에서 낙동강 홍수로 인해 기차가 얼마 동안 정차 하게 된다. 영채와 병욱, 형식과 선형, 우선은 엄청난 자연재해로 인해 곤경에 빠져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무능한 민족의 참상을 보게 된다. 이에 그들은 역의 대합실에서 자선음악회를 연다. 자선음악회의 감동 속에서, 곤경에 빠진 수재민 앞에서 그들의 갈등은 해소 되고 민족을 위해 시급히 교육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이것이 그동안 계속 되어왔던 영채와 선형을 선택한 형식의 대립, 즉 근대와 전통의 대립도 삼랑진의 자선음악회에서 민족 계몽주의로 통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