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쓰키 서점’이라는 작은 고서점을 운영하는 할아버지와 단둘이 살았던 고등학생 소년 나쓰키 린타로... 그는 갑작스럽게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장례를 치르고 슬픔에 빠져있던 어느 날, ‘얼룩이’라는 이름의 얼룩 고양이 한 마리를 만난다. 뜬금없이 갇혀있는 책을 구해야 한다며 린타로에게 도움을 요구하는 얼룩이. 말하는 고양이라.... 거참.. 당당하기도 하네. 이 모든 상황이 당황스럽지만 린타로는 고양이의 말을 무시할 수 없었다. 그렇게 책벌레 소년 린타로와 까칠한 고양이 얼룩이는 책의 미궁 속으로 모험을 떠난다.

 

독자는 린타로, 얼룩이와 함께 이 미궁을 모험하며 ‘책’에 대해 여러 가지 생각을 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된다. 총 4개의 미궁이 나오는데, 그 속에서 우리는 무조건 책을 많이 읽는 데, 즉 책의 권수에 주안점을 둔 사람, 책이란 줄거리만 읽으면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사람, 세상이 원하는, 돈이 되는 책만 좋아하는 사람, 책을 대하는 마음이 일그러진 사람을 만날 수 있다. 책을 읽으며, 무조건 책을 많이 읽는 것은 좋은 것인가?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은 무조건 존경받아야 하나? 독서의 효율화는 무엇일까? 어떤 책을 만들어야 할까? 책을 만드는 사람들은 세상에 어떤 책이 필요할 것인지에 대한 생각 없이 그저 잘 팔리는 책을 만들면 되는 걸까? 우리는 왜 책을 읽고 있나? 왜 우리는 책을 읽어야 할까? 책은 나에게 무엇을 주는가? 등등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만든다.

 

책 읽는 게 유일한 취미인 나에게, 주변의 많은 사람들은 묻는다. 책이 왜 좋으냐고, 책을 읽으면 어떤 점이 좋으냐고... 그때마다 나름의 대답을 하긴 하는데, 사실 잘 설명을 못하겠다. “그냥...”이라고 얼버무릴 때가 많은 것 같다. 그냥 좋은데 왜 좋으냐고 물어보면 뭐라고 대답을 해야 할지... 그런데 이제 그렇게 묻는 사람이 있다면 바로 이 책, <책을 지키려는 고양이>를 읽어보라고 추천하거나 선물하고 싶다. 긴 말이 필요 없는 것 같다. 책을 읽는 이유, 책을 읽어야만 하는 이유 등에 대해 이토록 멋지게 표현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멋진 문장이 참 많았다. 책의 존재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술술 읽히는 소설이기 때문에 전혀 부담 없다. 

<마흔, 혼자 공부를 시작했다>는 40대에 독학의 즐거움을 깨달은 의사이자 영화감독인 와다 히데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나는 ‘혼자 공부’라는 키워드에 꽂혀 이 책을 읽었다. 독학을 한다는 건 대단한 의지가 필요한 일인 것 같다. 읽기 전부터 생각은 했지만, 역시 읽어보니 굳이 독자를 40대로 한정지어 생각할 필요는 전혀 없어 보인다. 제목만 보고 나만 괜히 한정지어 생각할 걸 수도? 어쨌든 40대가 아닌 나에게도 많은 자극과 깨달음을 준 책이다. 온전히 자기 자신을 위한 공부가 궁금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읽어도 좋을 책이다.

 

책은 총 7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어른의 공부가 효과적인 이유, 독학을 함에 있어 필요한 것들, 나만의 지성을 만드는 법, 혼자 시작하기 좋은 분야별 공부법, 바쁜 독학자를 위한 시간 사용법, 나만의 지성을 쌓는 독서법, 생각하는 힘을 키우는 말하기와 글쓰기 등 나를 위한 공부에 대한 좋은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대개 공부에는 때가 있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학창 시절에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는 건 맞다. 하지만 졸업하고 그 시기가 지나가면 공부는 끝인가? 아니다. 저자의 말처럼 어쩌면 시간도 돈도 제약이 없고, 깊이 있는 공부를 할 수 있는 어른의 공부는 더 효과적일 수 있다.

 

개인적으로 4장의 혼자 시작하기 좋은 분야별 공부법과 7장의 생각하는 힘을 키우는 말하기와 글쓰기 부분이 인상 깊었다. 먼저 4장에서는 역사, 경제, 심리학, 와인, 영어 분야의 공부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 역사나 영어 공부에 대한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특히 역사 공부를 할 때 근본적인 구조를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 역사 공부를 하면서 자신을 지킨다고 생각하라는 이야기 등이 좋았다. 조리 있게 말하고 누구나 읽어도 이해하기 쉬우면서 정확한 전달을 할 수 있는 글을 쓰고 싶다는 욕심은 항상 있다. 그래서 이 책의 7장을 주의 깊게 읽었던 것 같다.

 

어떤 결과를 위한 공부 말고 온전히 나를 위한 공부에 관심이 있다면 이 책을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관심 있는 분야를 혼자 천천히 공부한다는 것, 그것에 재미를 느낀다는 것. 정말 멋지고 가치 있는 일인 것 같다. 그것이 자신의 인생에 엄청난 활력을 불어넣어 줄 것이기 때문이다. 

<잘 넘어지는 연습>은 2012년 런던올림픽 남자유도 동메달리스트 조준호 선수의 첫 번째 에세이다. 처음에 봤을 때 제목도 마음에 들었지만 저자가 조준호 선수라 더 읽고 싶었던 책이다. 우리가 살면서 한 번도 실패하지 않고, 넘어지지 않고 살 수는 없다. 그렇다면 실패하지 않으려, 넘어지지 않으려 애쓰기보다 차라리 잘 넘어지는 연습을 하는 게 어떨까. 툭툭 털고 일어나 다시 걸을 수 있도록 말이다. 인생에도 유도의 기본 기술인 낙법이 필요하다는 것. 유도선수인 저자는 자신의 경험과 함께 이러한 멋진 메시지를 이 책을 통해 전하고 있었다.

 

올림픽 경기를 볼 때마다 생각한다. 저 선수들은 이 한 번의 경기를 위해서 얼마나 많은 연습을 했을까. 그런데 꼭 우승하고 금메달을 따야만 주목 받고 그간의 노력이 인정받으니 허탈하진 않을까, 마인드 컨트롤하려면 정말 힘들겠다, 스포츠의 세계에서는 유독 1위를 해야만 빛나는 것 같다, 등등 이런 저런 생각...

 

조준호 선수의 이야기를 하나씩 읽으며 역시 스포츠의 세계가 쉽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주변에 엄청난 실력의 천재선수들에게 느끼는 여러 감정들, 진짜가 되기 위한 노력보다 가짜임을 숨기기 위한 노력을 더 많이 하는 지경까지 이르게 된 상황, 하지만 그런 주위 시선을 향한 의식과 타인과의 경쟁의식을 걷어낸 순도 100퍼센트의 노력만이 성장을 가져온다는 사실. 수많은 고민 후 결심한 은퇴까지.

 

책을 읽기 전엔 동메달리스트인 운동선수의 어떤 치열한 노력에 대한 이야기, 나같이 평범한 사람들은 생각도 못할 연습량과 스트레스, 그럼에도 결국 해내고 마는 끈기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멋진 노력에 자극을 받겠지만, 아무래도 나는 유도와는 관계가 없으니까... 근데 그의 삶과 경험에 대한 이야기를 읽는데 자꾸 내 삶이 겹쳐졌다. 자꾸 넘어지고 또는 넘어질까 걱정하면서 시작도 하기 전에 겁먹던 나에게 꼭 필요한 책이었다. 조준호 선수가 직접 경험하고 배운 것을 책에서 읽으며 넘어져도 된다고, 원래 넘어진 후에 ‘그리고’의 시간이 필요한 거라는 걸 절실히 느꼈다. 유도에서도 낙법을 친 다음에 바로 벌떡 일어나지는 않잖아? 잘 넘어지고 천천히 숨 고르고 다시 잘 일어나면 된다. 정말 멋진 이야기가 많았다.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