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책들은 흥미롭다. 소설책과는 다른 재미가 있다. 읽으면서 나조차 몰랐던 내 모습을 알게 될 때도 있고, 내가 어떤 감정을 느꼈던 이유가 이런 이유일 수도 있겠구나, 배우게 될 때도 있다. 그러니까 심리학 관련 책들을 읽으며 그 잠깐의 시간동안 나는 내 자신에 대해 되돌아보게 되는 것이다.

 

일상생활을 하면서 내가 다른 사람에게 피해와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 많이 주의하고 노력하는 이유는 다른 사람 또한 나에게 피해와 상처를 주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하지만 살다보면 내가 주의를 기울이는 것만큼 똑같이 나에게 주의를 기울이는 사람이 없는 경우가 생기고, 상대는 별 생각 없이 던진 말과 행동인데 나는 상처를 받는 경우가 생길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당연히 있을 것이다. 내가 별 뜻 없이 하는 말과 행동에 타인이 상처받은 경우도 분명 있을 것이다. 다른 사람은 내가 아니고 내가 다른 사람도 아니니까. 똑같을 수는 없으니까. 그 사람은 그 사람이고 나는 나니까.

 

인간관계라는 것이 참 어렵다. 그래도 이런 저런 심리학책들을 읽고, 직접 여러 사람을 경험하며 상처받고 조심하고 피하기도 하면서 여기까지 온 것 같다. 여전히 어렵지만 그래도 인간관계가 힘들어 죽겠다는 정도는 아닌 것 같다. 예전엔 인간관계 고민이 엄청났던 시절도 있었지만;; 그때에 비하면 그 고민이 내 일상을 잡아먹진 않는다. 내가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 없고,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으로 보일 필요도 없다는 걸 이제는 알게 됐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며 8가지 성격 유형 중 나는 어느 유형에 속하는지 찾아가는 테스트가 재밌어서 기억에 남는다. 결과는 외향적 직관형이라고 나오긴 하는데.. 난 내향적인데;; 다른 유형들과 점수 차이도 거의 나지 않기도 하고 뒤에 읽어보니 유형별로 점수가 15점 이상으로 거의 비슷하면 성격 기능이 균형 잡힌 거라고 해서 그냥 그런가보다 생각했다. 앞서 읽었던 <나는 오늘도 가면을 쓰고 산다>에서의 결론과 같이, 결국 ‘나’를 제대로 아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 번 느끼게 됐다. 잘~ 살기 위해서는 어렵지만 꼭 필요한 것이 바로 나를 제대로 아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가면을 쓰고 살 때가 있다. 난 단 한 번도 가면을 써본 적이 없어, 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글쎄... 평생 아무도 만나지 않고 살 수 있다면 모를까, 사람들과 부딪히며 사는 사회 속에서 살면서 그러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몸이 아프지만 아프지 않은 척, 기분이 나쁘지만 그렇지 않은 척, 화가 나지만 억지로 웃어야 되는 상황 등등 상대에게 자신의 감정을 감추기 위해 가면을 쓰게 되는 것이다. 물론 가면이 고통스러운 부분만 있는 건 아닐 것이다. 어쩌면 가면을 쓰는 것이 나을 상황도 있을 수 있겠지만.. 그래도 왠지 모르게 ‘가면’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감정을 숨기고 끙끙거리는 모습이 떠올라 고통스럽다.

 

가끔씩은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제목의 오늘‘도’라는 표현을 보니 조금 슬퍼진다. 계속해서 오래 가면을 써야 한다는 것... 그거 정말 힘든 일이잖아...ㅠㅠ 가면을 쓴다는 건 나는 없어지고, 다른 사람들의 요구만 있다는 것이니까. 이 책에는 이렇게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것에 지친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사례들이 아주 다양한데,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또는 어쩌면 나의 모습일지도 모를 이야기들이었다. 공감가기도 하고 어떤 부분에서는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느끼기도 했다.

 

저자의 말처럼 어쩌면 나 자신조차 내 진짜 마음을 제대로 살펴본 적이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어떤 걸 진짜 바라는지, 어떻게 살고 싶은 건지... 이미 만들어진 기준을 답답해하면서도 그것을 깨고 나올 용기가 없어, 또는 이상하게 생각할 타인의 시선 때문에 나 자신을 합리화하고 있었던 건 아닌지, 그래도 나름 좋은 조언들을 얻어보겠다고 가족과 친구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다가 가장 중요한 나의 생각은 최종적으로 결정할 때 잠깐만 했던 건 아닌지... 모든 고민의 시작은 이게 아니었나 생각해보게 됐다.

 

나 자신에 대해 깊게 생각해봐야겠다고... 읽으면서 제일 많이 생각했다. 내가 내 자신을 잘 아는 건 당연한 것일 텐데, 나 자신에게조차 솔직하지 못하고 감추느라 급급했으니 얼마나 공허하고 방황하게 되는 것인지..

 

몇 달 전, 우연히 다큐멘터리 한 편을 봤다. sbs 스페셜이었고, 제목이.... 육중완의 심야 편의점이었나? 장미여관의 육중완씨가 심야 편의점 알바를 며칠 하면서 밤의 편의점 모습, 그곳을 찾는 여러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보여줬는데... 그 방송을 보고 무심코 지나치던 많은 편의점들을 사람 냄새 나는 한 공간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됐다. 왜 갑자기 뜬금없이 그 다큐멘터리 이야기냐, 그것은 바로 이 책 <편의점 가는 기분>이 그 다큐처럼 사람 냄새 나는 편의점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읽으면서 그 다큐 생각이 많이 났다.

 

이 책은 심야 편의점에서 일하는 열여덟 살 소년 ‘나’와 심야 편의점을 방문하는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나누는 가슴 뭉클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외조부모와 살고 있는 주인공은 고등학교를 자퇴했고, 지금은 할아버지의 편의점에서 야간 근무를 하고 있다. 나는 가끔 편의점에 가지만 주로 아침과 낮에 가서 심야의 편의점 모습이 익숙하지는 않다. 깊은 밤, 편의점에는 술 취한 사람들이 많이 오진 않을까, 심야 편의점 알바는 위험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평소 심야 편의점에 대해서는 이 정도 생각만 했었다. 내가 잠들어 있을 시간에 편의점에는 어떤 사람들이 갈까.

 

학원 수업을 마치고 배가 출출한 여고생, 주민들 몰래 길고양이 밥을 주러 다니는 캣맘, 한겨울의 냉기를 피하려는 소녀와 엄마, 정체를 알 수 없는 청년..... 읽어보니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심야 편의점을 오갔다. 모두 저마다의 사연을 간직하고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그래도 열한 살 소녀 수지와 실어증에 걸린 엄마 이야기. 일부러 더 밝고 씩씩하게 구는 수지를 보며 마음이 아프기도 하고, 또 그런 모녀를 추위를 피해 잠시나마 편의점에 머무르게 하고,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이기는 하지만 건네주는 주인공의 마음 씀씀이에 마음이 따뜻해지기도 했다. 수지가 공항 찾아가는 이야기는 너무 슬펐고... 아무튼 개인적으로는 꼬마 수지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청년 이야기도 기억에 남는다. 오해했던 게 미안하기도 했다.

 

이제 <편의점 인간>이라는 책도 곧 읽을 예정인데, 어쩌다보니 ‘편의점’이라는 장소에 관련된 책을 비슷한 시기에 연달아 읽게 됐다. 평소에 그냥 별 생각 없이 지나쳤던 곳... 가끔 배가 고플 때나 급하게 무언가를 사야 할 때 빠르게 찾게 되는 언제 어디에나 있는 편리한 곳이 어떤 누군가에게는 꼭 필요한 장소이고, 따뜻한 희망이 되는 공간이었다. 따뜻한 이야기와 위로가 필요할 때 읽기 딱 좋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