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메자와 리카... 그녀는 은행에서 계약직으로 일하면서 고객들의 돈을, 자그마치 1억 엔이라는 거액을 횡령하고 태국으로 도망쳤다. 현재 수배중인 그녀의 이야기를 뉴스와 신문기사를 통해 지켜보는 사람들... 실제로 가끔 이런 뉴스를 들을 때가 있지 않은가? 사람들은 어떻게 저럴 수가 있나.. 자기 돈도 아니면서.. 라며 혀를 차고 그 다음 뉴스에 시선을 둔다. 그런데 만약 그 뉴스에 나온 범인이 내가 아는 사람이라면 어떨까? 내가 한때 알았던 사람이라면...?

 

이 소설은 우메자와 리카를 중심으로 하면서 그녀의 고등학교 동창인 오카자키 유코, 전 남자친구인 야마다 가즈키, 요리교실에서 사귄 친구 주조 아키가 번갈아가면서 화자로 등장한다. 자신들의 삶 이야기도 하고, 리카 이야기도 한다. 그들이 한때나마 알았던 리카는 그런 짓을 할 친구가 아니었다. 어떻게 된 거지... 혼란스러워하고 자꾸 신경 쓰는 등장인물들... 근데 그들의 삶에서도 ‘돈’ 이야기는 빠질 수 없다. 돈에 휘둘리고, 끌려 다니고... 또는 그러지 않으려고 너무 아끼다 오히려 강박관념을 안고 살기도 한다.

 

자, 중심인물인 리카의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보자. 리카는 평범한 주부였다. 결혼한지는 꽤 됐고, 남편이나 리카 모두 아이를 원했지만 오랫동안 아이가 생기지 않았다. 남편은 리카에게 별로 관심도 없어 보였고, 그녀의 일상은 무미건조했다. 지루함도 덜어내고, 돈도 벌어보고자 은행의 계약직으로 일을 시작한 리카. 네가 그렇게 일을 한다고 해도 네 벌이는 나한테는 못 미쳐.. 은연 중 우월감을 드러내는 남편에게 위화감을 느끼는 리카. 그런 와중에 일을 하다 우연히 만난 대학생 히라바야시 고타.... 고타를 만나면서 그녀의 일상은 180도 달라진다. 거의 띠동갑인 연하 애인과 어울리기 위해 좋은 옷, 좋은 화장품을 사야 했고, 몸매 관리, 피부 관리는 물론 데이트 비용까지 전부 부담하려니 돈이 부족했다. 그러다보니 고객의 돈에 손을 대기까지 한 것이다.

 

처음부터 그럴 작정으로 시작한 건 아니었을 것이다. 처음에 물건을 구입하면서 돈이 부족해서 잠깐 꺼내 썼던 가방 속의 고객의 돈 5만엔... 그것은 즉시 메꾸었다. 하지만 그런 상황이 자주 반복되고, 점점 감각이 없어지면서 스케일이 커지고.. 누가 눈치 채는 것 같지도 않으니 점점 더 대범해지는 것이다. 누가 말려줬으면.. 누가 알아채줬으면.. 하면서 손이 말을 듣지 않는 것이다.

 

돈에 구속되어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이 리얼하다. 읽으면서 씁쓸했고 두려웠다. 내 안에도 리카의 모습이 있진 않을까 싶어서.. 리카의 감정에 공감하는 나 자신을 발견하면서 순간 두려워졌다. 돈이 있다면 무조건 행복할까? 근데 왜 리카의 모습은 행복해보이지가 않지? 오카자키 유코는? 주조 아키는 과연 행복할까?

 

이로써 <8일째 매미>, <종이달>, <언덕 중간의 집>까지 가쿠다 미쓰요의 사건 3부작을 다 읽었다. 정말로 세 작품 다 재밌었다. 최고였다. 앞으로 가쿠다 미쓰요의 소설은 믿고 읽을 수 있을 것 같고, 기대하게 될 것 같다. <종이달>은 영화랑 일드도 있다고 하던데... 꼭 보고 싶다.

유명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는 주인공 요나단 그리프는 겉보기엔 누구나 부러워할 것 같은 삶을 살고 있었으나 사실 나름의 심각한 아픔을 가지고 있다. 치매에 걸린 아버지는 요양원에 계시고, 아내는 그의 베스트 프렌드와 바람이 나서 이혼했다. 그는 그런 아내를 여전히 원망하고 있다. 1월 1일, 평소처럼 새벽 조깅을 나간 요나단은 자신의 자전거 핸들에 걸려있던 어느 낯선 가방에서 다이어리를 발견하는데.... 주변을 둘러봐도 주인은 보이지 않고, ‘당신의 완벽한 1년’이라고 적혀 있는 다이어리에는 1년 동안 매일 무엇을 해야 할지 구체적으로 적혀 있었다. 도대체 이 다이어리의 주인은 누구일까. 다이어리의 글씨체가 어머니의 글씨체와 닮아 순간 마음을 빼앗긴 요나단은 그 다이어리를 가지고 집으로 돌아오지만, 곧 직접 주인을 찾아줘야겠다고 생각한다. 다행히도 1월 2일 저녁 7시에 가야 할 장소가 다이어리에 적혀 있었다. 이곳에 가면 이 다이어리의 주인을 만날 수 있을까.

 

또 한 명의 주인공 한나 마르크스는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친구와 준비한 일은 잘 풀리고 있었고, 자신을 많이 사랑해주는 남자친구 지몬도 곁에 있었다. 하지만 지몬의 사정이 별로 좋지 않았다. 직장도 잃었고, 무엇보다 병원에서 암 선고를 받아 절망적이었다. 지몬은 한나를 사랑하지만 자신의 상황 때문에 그녀에게 이별을 고하는데, 한나는 그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래서 지몬과 자신을 위해 ‘당신의 완벽한 1년’이라는 다이어리를 작성하기 시작한다. 1년 동안 지몬과 함께 어디서 무엇을 할지 다이어리에 적은 것.... 하지만 지몬의 상태는 점점 안 좋아지고.. 지몬은 한나가 작성한 다이어리를 다른 사람에게 전해줘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1월 1일, 그 다이어리가 요나단 그리프의 자전거 핸들에서 발견된 것이다.

 

이렇게 이 소설은 요나단과 한나의 이야기가 교차되며 진행된다. 요나단은 다이어리에 적혀 있는 대로 하나하나 실천을 해나가고, 새로운 삶을 살게 되며, 한나와 연결된다. 각기 다른 인생을 살던 개성 뚜렷한 남녀가 서로 다른 시공간을 살다가 결국 운명적으로 만나 사랑하게 되는 이야기... 사랑뿐만 아니라 삶의 의미나 인생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는 소설이었다. <미 비포 유>를 뛰어넘는 플롯이라는 소개가 눈에 띄었고 줄거리가 재밌어 보여서 읽게 된 소설인데, 생각보다 훨씬 재밌었고 감동적이었다. 인생은 무한한 가능성이 있고,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재’인 것 같다. 지금 이 시간이 최고의 선물이라는 것을, 현재를 자신의 생각대로 사는 것이 큰 축복임을 알게 됐다.

<일상을 심플하게>는 표지나 속지, 모든 것이 깔끔하고 심플한 책이다. 스님이자 정원 디자이너로 활동 중인 이 책의 저자 마스노 슌묘는 이 책을 통해 간소하게 살아가는 것, 버리고 정돈하는 것, 만족하는 것에서 오는 행복, 사로잡히거나 떠안지 않는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읽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는 것 같다.

 

간소와 검소의 차이를 아는가? 간소는 불필요한 물건을 도려내고 또 도려내가는 것이고, 검소는 가치가 낮은 물건을 사용하는 것이라고 한다. 차 마시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다기를 사는 것을 예로 들어 쉽게 설명하고 있다. 불필요한 것을 없애고 정말 필요한 것만으로 간소하게 생활하는 것이 참 좋을 것 같은데, 그러려면 자신의 생활에서 무엇을 간소하게 하고 무엇을 검소하게 할 것인지를 분별하는 눈이 있어야 하겠다.

 

오늘 할 일만 생각하자던 이야기도 기억에 남는데, 살다보면 하루하루가 정신없이 지나갈 때가 많은 것 같다. 하루 만에 끝내는 것이 도저히 불가능할 일도 있기 마련이지만 그래도 하루에 무슨 일이 있더라도 꼭 할 수 있는 일을 하나쯤은 만들어두는 것이 마음의 작은 기둥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여기가 아닌 어딘가를 찾지 않는다’라는 이야기 속에서는 ‘인간도처유청산’이라는 선어를 알 수 있었다.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의 장소는 사실 발 닿는 곳마다 있다는 것! 지금 있는 곳에서 열심히 살아가도 불합리함이 계속된다면 떠나야겠지만, 시간을 소홀히 보내면서 그저 여기가 아닌 다른 곳만을 바라보는 거라면 그건 자세가 잘못된 것 같다.

 

저자는 심플하게 사는 것이 그저 정리정돈을 잘하고, 검소하게 생활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심플하게 살아간다는 것은 자신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을 가려내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지금 내가 가장 중시해야 할 것,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에 관심을 두는 것이라고... 그것을 가려냈을 때 우리는 몸도 마음도 생활도 가장 심플한 상태가 될 것이라고 말이다. 맞는 말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