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와의 간지의 데뷔작 <데드맨>을 읽었다. 이 작품은 주변에서 ‘아주 재밌다, 대단하다, 데뷔작 같지 않다’ 등등 워낙 좋은 얘기를 많이 들었던 작품이라 읽기 전부터 기대가 컸다. 누군가의 일기로 시작되는 <데드맨>은 아니나 다를까 시작부터 내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역시, 사람들이 칭찬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어~ 라고 생각하며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도쿄에서 여섯 번에 걸쳐 일어난 연속살인사건. 처음 발견된 건 머리 없는 시체였다. 도대체 누가 머리만 가져갔단 말인가. 사건 현장을 보아 범인은 피해자에게 원한이나 분노를 갖고 있는 것 같지도 않았다. 그냥 머리만 깔끔하게 잘라내 가지고 갔을 뿐이었다. 어디 다른 머리 없는 몸이 있어서 거기에 머리만 이식할리도 없을 테고.. 이식이 불가능하지 않나? 가능하다 하더라도 몸에 머리를 붙이면 그 사람은 누구로 살게 되는 걸까. 얼굴의 주인으로? 아니면 몸의 주인으로? 아무튼 괴상한 사건이다. 그런데 뒤이어 이번에는 몸통, 팔, 다리 등 각각의 신체 부위가 사라진 시체들이 발견된다. 총 여섯 구의 시체와 중년남자의 것으로 추정되는 머리카락 외엔 별다른 단서가 없는 사건.. 범인은 진짜 여섯 구의 시체에서 각 신체부위를 모아 한 인간을 만들겠다는 건가? 누가 이런 짓을, 왜 벌이는 거지?

 

이 사건을 해결하기위해 가부라기 형사를 중심으로 모인 마사키, 히메노, 사와다 포함 많은 형사들.. 하지만 시간은 흘러가는데 사건이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사이사이 드디어 데드맨의 등장... 오랫동안 의식이 없다가 깨어난 데드맨은 자신이 여섯 구의 시체의 각 신체부위를 연결해 되살아났다고 생각한다. 그때 가부라기 형사 앞으로 도착한 의문의 메일 한 통. 발신자는 데드맨이었다. 그가 보낸 제보로 드디어 사건 해결의 결정적 단서를 잡게 된 가부라기는 사건 해결을 위해, 진실을 위해 숨 가쁘게 달린다.

 

일단, 결말을 읽고 너무 슬펐다. 데드맨이 불쌍해서... 정말 나쁜 한 사람 때문에 너무나 오랜 시간을, 거의 40년이 넘는 시간을 희생한 것이 안타깝고 마음이 아팠다. 이 사람의 인생은 어떡하란 말인가.... 그리고 진실을 알면 알수록 소설에 대한 안타까움도 조금씩 생겼다. 너무 기대가 컸던 건 아닌지... 범인의 아조트 살인이 갖는 의미가 좀 생각했던 것과 달랐다고 해야 하나.. 이미 처벌해야 할 사람들이 죽기도 했고, 나이대를 맞추기 위해 그들의 손자 손녀를 죽인 것 같은데 그들이 직접적인 잘못을 저지른 것도 아니고 연좌제야 뭐야.. 이런 생각도 좀 들고.. 또, 경시청 4인방의 모습이 약간 오글거리기도 하고 ㅋㅋ 초반엔 진짜 재밌었는데 후반부로 갈수록 개인적으로는 약간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었다. 그래도 대박...까지는 아니더라도 흡입력 있는 이야기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을 것 같다.

인간관계에 관한 문제는 항상 어렵기만 한 것 같다. 근데 이런저런 사람들을 만나고 시간이 점점 흐르면서 느끼는 점은 인간관계 문제에 딱 정답이라고는 없겠지만, 그래도 가장 현명한 게 ‘적당한 거리 두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너무 가깝지도 않고 멀지도 않게 적당한 거리를 두고 관계를 맺는 게 나한테도 좋고, 상대방한테도 좋다는 것.... 요즘에는 그렇게 크게 인간관계로 스트레스 받는 일은 없지만, 적당한 거리 두기에 관심이 있어 이 책을 읽게 됐다.

 

책은 총 8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 챕터의 제목들이 인상적이다. ‘휘둘리지 않으려면, 버림받지 않으려면, 치우치지 않으려면, 손해 보지 않으려면, 상처받지 않으려면, 책임지지 않으려면, 홀로되지 않으려면, 꼴통 되지 않으려면’!!! 생각해보면 인생의 거의 모든 문제는 ‘거리 조절’에 실패했을 때 벌어진다고 이야기하는 저자는 너무 멀지도 너무 가깝지도 않게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중심 잡고 살아가는 것에 대해 여러 조언을 해준다.

 

사랑뿐만 아니라 우정에 대해서도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주는데.. 친구 사이의 거리에 대해서도 여러 생각을 했다. 나는 친구를 사귈 때 좁고 깊게 사귀는 스타일이고 친구가 많은 편도 아니다. 즉, 저자가 예로 들고 있는 많지 않은 친구와 속 깊은 우정을 나누는 사람이 바로 나의 경우라고 볼 수 있다. 나도 고민이 있거나 하면 다른 사람들처럼 친하고 많이 믿고 있는 소수의 친구들에게 털어놓는데, 이 책을 읽다보니 어쩌면 내가 소수의 사람에게 나의 소중한 가치를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진 않은지 생각해보게 됐다. 그럴 경우 친구들이 나를 휘두르려는 저의나 악의가 없다고 하더라도, 친구들에게 의지하려는 내 마음이 나 스스로를 옭아매서 소중한 친구들을 ‘나를 휘두르는 사람’으로 만들 수 있다는 얘기가 기억에 많이 남는다.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서 읽으면서 아.. 이럴 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친구 숫자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안 하는데, 인생을 함께 걷는 친구를 꾸준히 만들어야 한다는 충고는 가슴 깊이 새겨둬야겠다. 너무 많은 친구와 얕은 우정을 나누는 것도 문제이지만 또 너무 소수의 친구와의 우정에 올인하는 것도 좋지 않다는 의견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예전에는 가까우면 좋은 거라고 생각했다. 사랑하는 사람이든 친한 친구든 가족이든 전부...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과의 관계만 인간관계 스트레스의 원인이었다. 근데 어느 순간부터 아무리 가까운 사이에도 어느 정도의 거리가 있는 것이 건강한 인간관계라는 것을 알게 됐다. 너무 가까워도 좋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무엇이든지 적당한 게 좋다고 하지 않던가. 인간관계도 그런 것 같다. 알지만 쉽지 않기도 하고... 그 적정선을 맞추는 게 참 어렵지 않나... 결국 여러 관계에서의 ‘거리 두기’는 평생 내가 스스로 풀어야 할 숙제일지도 모른다. 건강한 인간관계를 위해 적당한 거리 두기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상기하게 된 것만으로도 이 책을 읽을 가치는 충분했다고 생각한다.

제목과 표지가 참 인상적인 책 <퇴사하겠습니다>!!!! 모두 스마트폰만 바라보며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있는 고양이들... 출근 중인 것 같기도 하고, 퇴근 중인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표지를 보자마자 든 생각은 우리 인간들의 출퇴근길을 옮겨놓은 것 같다는 것이었다. 처음에 <퇴사하겠습니다>라는 제목만 보면 자칫 퇴사를 종용하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는데, 이 책은 도망치고 싶을 때가 아니라 자신에 대해 돌아보고 싶을 때 읽을 책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직장인들은 이런저런 이유로 자주 퇴사를 생각할 텐데, 그럼에도 다시 마음을 다잡는 이유들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일단 요즘 같이 취업이 어려운 시대에 당장 회사를 그만 두면 다음 계획이 있는 것도 아니고, 생활 유지할 수 있을까 불안하고 무섭기 때문이 아닐까. 그리고 노후를 생각하면 일할 수 있을 때까지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일단 저자는 자유를 위해서 잘 다니던 회사를 나왔다. 가끔 회사를 그만 둔 사람들이 ‘회사를 그만 두면 인생 끝나는 줄 알았는데, 막상 나오니 어떻게든 살게 되더라.’라고 말하는 걸 들을 때가 있다. 들으면서 정말 그럴까? 생각이 드는데.. 뭐, 사람이 죽으란 법은 없으니까 어떻게든 살아가겠지만 쉽지는 않을 것 같다.

 

저자는 아사히신문사를 자진 퇴사한 후 자신이 현실적으로 경험한 일들과 그것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이 책에 담았다. 사소한 부분까지 하나하나 이야기하는데, 오로지 퇴사만이 답이라고 말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다들 그렇게 사니까 회사에서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티는 것만이 답이라고 말하는 것도 아니다. 그냥 담담히 자기 이야기를 한다. 아, 퇴사하면 이런 일들이 생길 수 있구나.. 알게 됐다.

 

‘회사는 나를 만들어가는 곳이지, 내가 의존해가는 곳은 아닙니다.(193쪽)’라는 문장이 기억에 남는다. 회사에서 주는 월급에 의존하고 회사라는 울타리에 의존하고 있는 건 아닐런지. 월급으로 회사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풀고, 굳이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들을 사들이고 있는 건 아닐까? 이런 저런 생각이 들었다.

 

직장인들이 이 책을 읽으면 일과 회사, 돈 그리고 나의 관계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볼 기회를 갖게 될 것 같다. 우리나라 직장인들의 경우는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회사에서 보내는, 회사 중심적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더 나아가 결국 자신의 하루하루, 그것들이 모인 자신의 삶 전체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