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마지막 한방, 진짜 세다..... 음... 이렇게 된 거였군. 이제 끝인가, 안도했던 순간 갑자기 훅 들어옴. 와, 정신 못차리겠네. 가만 있어보자. 그럼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아.... 그러면.. 어떡해.... 이 책은 마지막 한 장 아니, 마지막 한 문장을 위한 책이다.

 

미나토 가나에의 <리버스>는 후카세라는 한 남자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기존에 내가 읽었던 미나토 가나에의 책들은 전부 여자가 화자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후카세는 남자... 아무튼 후카세는, 사무용품 영업부에서 근무하는 평범한 직장인이다. 조용하고 크게 눈에 띄지 않는? 그런 스타일. 후카세의 취미이자 유일한 관심사는 커피이다. 그래서 평소엔 눈에 띄지 않는 그도 학창시절 학교에서나 현재 회사에서나 커피를 내릴 때는 주목을 받는다. 그가 타주는 커피가 정말 맛있었기 때문!! 여자친구 미호코도 커피 덕분에 만났다. 집 근처 단골 카페에서 처음 만났으니까...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후카세의 여자친구인 미호코는 편지 한 통을 받았다며 그에게 보여준다. 그 편지에는 ‘후카세 가즈히사는 살인자다’라고 쓰여 있었다. 거리낄 게 없는 사람은 이게 무슨 황당한 얘기냐고 누가 이런 말도 안 되는 악질 장난을 치는 것이냐 깊게 생각할 필요도 없이 바로 부정했을 것이다. 근데 후카세는 그 문장을 읽고 바로 부정할 수 없었다. 과거의 한 사건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나는 살인자인가.. 그 사건은 그냥 사고가 맞나..?

 

대학생 때였다. 세미나 수업 동료들과 여행을 갔던 날이었다. 친구가 별로 없었던 후카세는, 동료가 먼저 여행 가자고 자신에게 제안하기도 했고, 절친인 히로사와도 간다고 해서 합류했다. 별장 주인인 무라이는 나중에 합류하기로 하고, 후카세와 히로사와, 다니하라, 아사미 먼저 떠났다. 목적지에 도착한 그들은 고기도 먹고 술도 마시며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그러다 무라이의 전화를 받았다. 역에 도착했는데 자신을 데리러 와달라고. 택시를 불러서 타고 오면 좋겠건만... 자꾸 데리러 오라고 우겨대서 데리러 가긴 가야겠는데, 문제는 운전면허가 있는 친구 둘 다 마침 술을 마신 상태였다. 게다가 올 때 이미 겪었듯이 길이 무척 험했다. 날도 저물었고, 가로등도 없는 구불구불한 길이었는데... 운전에 능숙한 아사미는 단번에 거절한다. 자신은 술을 많이 마셨고, 선생님이 꿈인데 잘못 걸려서 장래를 망칠 순 없다고... 그래서 결국 히로사와가 무라이를 데리러 가게 됐다. 운전면허를 딴 지 얼마 안 돼서 운전에 미숙하고, 게다가 술도(조금이긴 하지만..) 마신 히로사와가.. 그날, 무라이를 데리러갔던 히로사와는 결국 돌아오지 못했다. 절벽 아래에서 불에 탄 자동차와 함께 발견된 것.

 

나머지 네 명의 친구 중 어느 누구도 히로사와가 술을 마셨다는 얘기는 꺼내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비밀이 됐고, 교통사고로 처리됐다. 그날 히로사와가 가지 못하게 말렸어야 한다는 죄책감은 있지만 어쨌든 사고였기에 그럭저럭 가슴에 묻어두고 살고 있었는데, ‘살인자’라고 말하는 편지를 받은 것이다. 후카세 뿐만이 아니었다. 나머지 세 명의 친구들도 그 편지를 받았다. 도대체 누가? 친구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후카세는 히로사와가 어떤 인생을 보냈는지 거슬러 올라가보기로 결심한다.

히로사와에 대해 알고 싶어서 이런 저런 사람들을 만나면서 후카세는 자신이 히로사와와 제일 친하다고 생각했는데.. 알면 알수록 히로사와에 대해 모르는 것이 참 많았다는 생각을 한다. 그렇게 히로사와를 더 그리워하고, 기억하고, 미안해하다가 사건이 정리될 즈음, 작가는 독자에게 강하게 한방 먹인다. 그냥 그렇게 끝날 줄 알았지? 아니거든? 하... 뭐랄까. 진짜 제일 친하다고 생각하는 친구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 생각해보게 된다. 그리고 남자들 간의 우정 속의 그 미묘한 심리에 대한 묘사가 인상적이었다. 그런 심리는 남자들 간의 우정에서라고 해서 다를 게 없구나.. 그런 느낌.. 재밌었다. 마지막 한 문장의 반전으로 오래 기억될 것 같다.

나는 아침형인간은 확실히 아니다. 그렇다고 저녁형? 올빼미형? 인간이냐 하면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뭐지;; ㅋㅋ 그냥 잠이 많고 게으르다. 저녁에 일찍 자든 늦게 자든 잘 수 있을 때까지는 계속 자니까 ㅋㅋ 자는 게 너무 좋음... 반드시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할 일이 있을 때면 알람을 설정해두고 일찍 일어나긴 하는데 꾸준히 일찍 일어나진 못한다.

 

주변에서 ‘성공한 사람들은 모두 아침형인간이다, 아침형인간만이 성공할 수 있다’, 또는 ‘아니다, 사람이나 체질에 따라 다 다른 것이다, 아침형인간에 적합하지 않은 사람도 있다’ 등등 여러 이야기를 들어왔다. 솔직히 나도 잘 모르겠다. 근데 나는 항상 아침형인간이 되길 꿈꾸긴 한다. 왜냐, 가끔 아침에 일찍 일어났을 때 하루가 긴 그 느낌이 너무 좋다. 그리고 확실히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가 있다. 항상 부드럽고 따뜻한 이불 속을 박차고 나올 수만 있다면 그래서 그 시간에 공부를 한다면 참 좋겠는데... 라는 생각 많이 한다. 올빼미형 인간들에게는 이른 아침의 2시간보다 늦은 저녁의 2시간에 머리가 더 맑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도저도 아닌 나는 그래도 생각해보면 일어나기 힘들어서 그렇지, 늦은 밤보다는 이른 아침에 머리는 더 맑았던 것 같다. 이런 이유로 아침형인간이 되고는 싶은데 번번이 실패하는 것이다.

 

이 책 <아침 5시의 기적>은 제목을 보자마자 한번 읽어보고 싶었던 책이었다. 아침형인간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인 것 같아서... 일단 이 책의 저자 제프 샌더스가 올빼미족이었다는 사실이 인상적이었다. 저자는 바쁜 일정 때문에 자신이 좋아하는 마라톤 연습을 잘 못하게 되자 아침 5시 기상을 결심했는데, 아침잠이 많았던 그는 결심 후 아침 기상을 시작하면서 인생의 엄청난 변화를 체험한다. 그래서 당신의 남은 인생은 당신의 아침 습관이 결정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아침식사 전의 시간을 온전히 자신의 시간으로 만들 수 있다면 그것은 그날 하루의 주도권을 잡는 것이라는 것....

 

아침형인간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아침형인간이 되고 싶은데 실천이 어려워 속상했던 나 같은 사람들이 읽으면 동기부여를 얻기 딱 좋은 책이다. 제목에 아침 5시라고 적혀 있지만 저자는 꼭 5시가 아니어도 괜찮다고 말한다. 사람에 따라 시간은 다르다고~ 나도 꼭 5시가 아니더라도 지금보다 일찍 일어나 아침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삶을 살고 싶다. 이 책에 제시된 방법들을 따라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교코 씨, 오랜만이네요. 반갑습니다. 예전에 <세 평의 행복, 연꽃 빌라>를 재밌게 읽었었다. 남의 시선을 굉장히 중요시하고 별 거 아닌 일에도 항상 불평과 간섭을 하는 엄마와 여유라곤 하나도 없는 직장에 질려버린 주인공이 독립하여 다 쓰러져 가는 빌라에서 앞으로 일하지 않고 살겠다, 다짐하고 새 삶을 시작하는 과정을 그린 소설이었다. 묘한 매력이 느껴졌던.. 그리고 끝나는 게 아쉬웠던 소설로 기억하고 있다. 더 얘기해주지... 이렇게 끝나면 안 돼.. 이러면서.. ㅋㅋ 그리고 그 3년 후의 모습에 대해 이야기하는 <일하지 않습니다>를 바로 읽겠다고 다짐했던 것 같은데, 이제야 읽었다.

 

마흔여덟 살이 된 교코는 지금도 여전히 그 연꽃 빌라에 살고 있었다. 낡은 목조 건물의 다 쓰러져가는 연꽃 빌라. 앞부분에 지진 이야기를 읽으며 혹시 연꽃 빌라가 무너지는 건 아닌가 조마조마하며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래도 걱정마시라. 연꽃 빌라는 무사하다. 잘 버텨줬다. 직장 생활 하면서 저금해둔 돈으로 지내면서 자발적으로 일하지 않고 있는 교코... 한 달에 10만 엔으로 생활한다고 스스로와 약속하고 그 범위 안에서 살고 있다.

 

청소하고, 산책하고, 채소 위주의 간소한 식사를 하며 살아가는 삶.. 창문을 통해 새들을 구경하고,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산책하며 사람들을 구경하고,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을 읽고, 라디오를 듣기도 하고 그렇게 산다. 특별히 해야 할 일 없이... <일하지 않습니다>에서는 프랑스 자수를 시작한 교코의 모습도 볼 수 있다. 멋쟁이 할머니 구마가이 씨와 직업이 여행가인 고나쓰 씨도 여전히 연꽃 빌라에 산다. 어려운 일이 있을 때는 서로 돕지만 서로에게 깊이 개입하지는 않는 이웃 관계를 유지하면서... 그들과의 에피소드가 적다는 점이 아쉽긴 하다. 그래도 새로운 이웃, 지유키 씨가 등장해서 반가웠다. 젊고 밝고 호기심이 넘치는 키가 아주 큰 지유키 씨 덕분에 연꽃 빌라 2층도 구경할 수 있었다.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의 모습인데 재밌고, 개인적으로 책장이 넘어가는 게 아쉬운 책이었다. <세 평의 행복, 연꽃 빌라>를 읽었을 때는 미래가 불안하지 않을까, 아직 일을 해야 하는 게 아닐까 그런 마음이 더 강했는데.. <일하지 않습니다>에서 자신의 결심대로 담담히 잘 살고 있는 교코의 모습을 보니 그런 걱정은 사라졌고 뭉클했다. 그렇게 평온하게, 자신의 결심대로 살면 되는 것이다. 남한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니니까... 남들과 다르게 살아도 상관없다. 죄책감 느낄 필요도 없고... 계속 교코의 이야기가 듣고 싶다. 연꽃 빌라 이야기.. 계속 나오겠지? 기다려진다. 교코 씨, 잘 지내요. 다음 이야기 나오면 내가 꼭 읽을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