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카... 그녀는 너무 섬뜩하다. <리카>는 재미있다는 이야기를 하도 많이 들어서 몇 달 전에 구입했던 책이다. 읽어야 할 서평 책에 밀리고 밀려 있던 책인데, 자주 방문하는 카페들에서 요 며칠 <리카> 서평이 많이 보이길래 갑자기 너무 읽고 싶어졌다. 책탑 사이를 뒤지고 뒤져 찾아낸 <리카>... 표지를 쓱 한번 문지르고 바로 펼쳐 읽기 시작했다. 리카 등장하기 전까지는 무서울 것 없는 내용이라 편하게 쭉 읽었다. 가독성이 좋아서 맘 잡고 읽으면 한 두 시간이면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근데 밤에는 읽지 말자. 무섭다.

 

제 2회 호러 서스펜스 대상 수상작인 <리카>는 2002년도 작품이다. 우리나라에는 작년에 처음 소개된 것 같은데, 원래는 2002년 작품이고 그 후 11년이나 지난 2013년에 저자는 후속작 <리턴>을 출간했다. 그리고 2016년 <리버스>까지.. 즉, 리카는 3부작이다. 우리나라에는 저번 달 <리턴>까지 출간된 듯. 우리야 지금 <리카>를 읽고 너무 궁금하면 바로 <리턴> 읽을 수 있겠지만.. 당시 일본 독자들은 후속작 기다리기까지 많이 답답했을 것 같다. 11년이라니!!

 

아무튼 줄거리를 살펴보자면, 40대 직장인 혼마는 후배인 사카이로부터 인터넷 만남사이트에 대한 이야기를 처음 듣는다. 아직은 컴퓨터에 능숙하지 않았던 혼마는 만남사이트를 통해 여자들과 메일을 주고받을 수도 있고 실제로 만나기도 한다는 사카이의 말을 듣고 크게 놀란다. 호기심에 사카이를 따라서 만남사이트에 들어가 본 혼마는 곧 그 세계에 빠져든다. 나이도 약간 속이고 사카이에게 이것저것 조언을 얻어서 프로필도 작성하고 여자들에게 메일도 보낸다. 진짜 모르는 여자들에게 답장이 오고 몇 번 주고받게 되면서 혼마는 아내에게 느낄 수 없었던 설렘을 느낀다. 그렇다! 혼마는 유부남이다!!!! 아내와 딸이 있으면서 어떻게 이런 짓을!!!!

 

여러 여자들과 지속적으로 메일을 주고받던 혼마는 직장에서 부장으로 승진하기도 하고, 가족들에게 미안함도 느끼고 그러면서 슬슬 이 만남들을 정리해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딱 한 번만 만나고 끝내자는 생각으로 만남사이트에 접속한다. 그리고 만나게 된 여자가 바로 리카인 것이다. 드디어 리카 등장...!!! 자신을 28세 간호사라고 소개한 리카.. 몇 번 메일을 주고받다가 혼마는 리카가 괜찮은 여자라는 생각이 들어 자신의 휴대폰 번호를 알려준다. 그리고 첫 통화... 목소리도 예쁜 리카였다. 그런데... 그때부터 시작된 리카의 집착.. 시도 때도 없이 전화를 거는 건 물론이고, 전화를 받지 않는다고 음성메시지를 수십개씩 남기는데.. 화를 냈다가 애원했다가 시시각각 변하는 그녀의 모습에 혼마는 짜증이 난다. 어차피 만난 적도 없는 사이고, 메일만 주고받았으니, 핸드폰 번호를 바꾸고 만남사이트에 접속하지 않으면 해결될 것이라 생각했던 혼마는 핸드폰 번호를 바꾸는데... 과연 리카는 스토킹을 멈출 것인가? 노노. 그때부터 상상을 뛰어 넘는 리카의 스토킹이 시작된다.

 

처음엔 아내와 딸도 있는 남자가 만남사이트에 접속하고 여자들과 메일을 주고받으니 그런 짓을 당하지! 쌤통이다, 생각하기도 했다. 그러나 점점 섬뜩해지는 리카의 모습에 할 말을 잃었다. 리카는 정말 미친 여자구나, 제 정신이 아니구나, 싶었다. 메일을 주고받고 전화통화 한 적은 있지만 만난 적도 없는 사이인데, 마치 혼마가 자신을 사랑하다 버린 것처럼, 아니 지금도 사랑하고 있는데 왜 이러냐는 듯 집요하게 혼마를 스토킹하는 리카의 모습을 읽으면서 소름 돋고, 너무 무서웠다. 끝으로 갈수록 더 무서움ㅠㅠ 마지막엔 진짜 형사도 리카가 주는 공포 때문에 미쳐버리는데... 리카는 진짜 역대 최고 무서운 여자 캐릭이 아니었나 생각하게 된다. 읽어보면 알겠지만 후속작인 <리턴>을 읽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 10년 후를 다룬 <리턴>도 궁금하고, 리카는 왜 이런 사람이 된 건지 이전 이야기를 하는 <리버스>도 무척 궁금하다. 꼭 읽어봐야겠다.

사노 요코의 <사는 게 뭐라고>, <죽는 게 뭐라고> 이런 산문 시리즈?를 들어본 적 있다. 언제 한 번 읽어봐야겠다, 생각했었는데 어느 날 보니까 <자식이 뭐라고>, <친구가 뭐라고>, <추억이 뭐라고>도 나왔더라. 이건 ‘뭐라고’ 시리즈인가? 계속 추가돼서 나오는 건가? 아무튼 그 중에 내가 처음 읽게 된 책은 바로 이 책, <친구가 뭐라고>이다.

 

친구란 무엇이냐. 나에겐 친구란 굉장히 중요한 존재인데... 뭐라고 표현해야 하나.. 그냥 친구들과의 추억들, 그때 그랬잖아, 라고 말하면 맞아. 그랬어, 라며 추억을 공유하는 존재이고, 굳이 만나서 특별한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재밌는 사이가 아닐까. 표현력이 부족해서 이렇게밖에 설명을 못하겠는데.. 아무튼 <친구가 뭐라고>라는 제목을 보고 나는 친구가 뭐긴 뭐야. 친구지. ㅋㅋㅋ 그러면서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은 저자와 다른 작가의 대담 형식으로 진행된다. 저자의 어린 시절부터 노년에 이른 지금까지의 친구와 우정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저자가 살면서 만난 여러 친구들과의 일과 거기서 자신이 느낀 점 등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냥 두 사람의 대화를 천천히 쭉 따라가다가 잠깐씩 멈춰 나의 생각은 어떤지, 그와 비슷하게 나는 친구들과 어떤 일이 있었는지 등을 떠올릴 수 있는 시간이었다. 편안하게 읽으면서 과거를 추억할 수 있는 책인 것 같다.

 

맨 마지막의 후기에서 내 부족한 표현력을 정리해줄 좋은 문장을 만났다. “생각해 보면 친구란 것은 쓸모없는 시간을 함께 보내는 존재다.” 나는 왜 이렇게 딱 한 문장으로 멋지게 표현할 수는 없는 걸까 ㅋㅋ 그렇다. 나도 공감한다. 친구란 쓸모없는 시간을 함께 보내는 존재라는 것에 대해... 나도 학창시절부터 참 많은 쓸모없는 시간을 친구들과 보냈다. 친구를 기다리느라 놀이터에서 또 다른 친구와 아무 말도 없이 그네에 앉아 멍하니 있었던 적도 많고, 같이 내일로 여행을 갔던 친구들과는 첫 차를 타기 위해 여수에서였나..? 아무튼 어두컴컴한 길에서 진짜 버스가 오긴 올까 불안해하며 기다리기도 했었다. 그러다 저 멀리 보이던 버스를 보고 셋이 어찌나 좋아했던지.. 아직도 야, 그때 기억나? 하면 우리는 한 시간도 넘게 그때 그 상황에 대해 수다를 떨 수 있다. 수많은 기다림의 시간을 친구들과 함께 보냈다. 자신의 친구들과의 추억을 천천히 생각해볼 시간을 갖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제 153회 나오키상 후보작이자 2016년 일본서점대상 4위.. 게다가 최근 영화로까지 개봉된 이 <아주 긴 변명>이라는 작품! 이렇게 주목을 받고 있다면 당연히 내용이 궁금해질 수밖에 없겠다!!! 먼저 책 소개를 읽었을 때, 남자 주인공의 모습에 크게 놀랐다. 아내가 사고로 죽었는데, 어떻게 눈물 한 방울이 나오지 않을까. 슬프지 않지만 오히려 주변을 의식해서 슬픈 척 연기를 했다는 소개글을 읽으며 도대체 이 남자는 뭔가? 근데 그런 남자가 아내를 죽은 뒤에야 뒤늦게 사랑을 한다니?? 옆에 있을 때나 잘해주지...ㅠㅠㅠ 안타까움을 느끼며 읽기 시작했다.

 

인기 소설가 사치오. 그는 갑작스러운 버스 사고로 아내 나쓰코를 잃는다. 아내가 친구 유키와 함께 떠난 여행에서 사고를 당한 것이다. 아내는 작가가 꿈인 남편을 오랫동안 뒷바라지 했던 여자였다. 그런 아내의 헌신 덕분에 인기 소설가가 되었지만 그는 아내에게 더 이상 사랑의 감정이 남아 있지 않았다. 심지어 아내를 두고 바람을 피기도 했다. 그런 사이였으니 아내가 죽었는데도 눈물 한 방울 나오지 않았다. 그냥 주변의 눈을 의식해 슬픈 척 연기를 했을 뿐이었다. 그런 그의 앞에 아내와 같은 사고로 죽은 유키의 가족들이 나타난다. 유키의 남편과 아이들.... 아내가 살아있을 당시에는 한 번도 만난 적 없던 사이였다. 같은 사고로 아내를 잃었으니 의지하며 잘 지내보자고 인사한 그들은 그 후에 자주 만나고 친해진다. 그러면서 서서히 사치오는 그들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어 그들 가족구성원의 한 사람으로 속해져 가는데... 그 과정에서 뒤늦게야 아내에게 미안함을 느끼고, 아내에 대한 자신의 사랑을 깨닫게 된다.

 

처음에 책 소개를 읽었을 때도 그렇고, 앞부분을 읽으면서 사치오가 참 미웠다. 아무리 그래도.. 다른 건 몰라도.. 한때는 사랑해서 결혼했던 여자인데.. 그런 아내가 죽었는데도 어떻게 눈물조차 나오지 않을 수가 있나. 참 매정한 사람이다, 싶었다. 근데 읽으면 읽을수록 조금은 사치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했다. 심리묘사가 뛰어난 책이라 가능했던 게 아닐까 생각한다. 소중한 것들은 언제나 옆에 있을 때는 감사함을 모르는 것인가 보다. 사실, 당연히 있고, 영원히 계속되는 건 없는데... 익숙해지면 당연히 있고, 영원히 계속될 것처럼 생각하고 살아가고 있으니...

 

읽고 나서는 주변 사람들을 생각하게 되는 책이다. 곁에 있을 때 더 잘해야지, 소중한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지 말아야지, 왜 더 잘해주지 못했을까 잃고 나서 후회하는 일이 없게 해야지... 여러 생각이 든다. 조용하고 잔잔하지만 강력한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