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 같은 소리 하고 있네>, <낼모레 서른, 드라마는 없다>의 이혜린 작가!! 신간이 나왔다. 책 제목은 바로 <로맨스 푸어>. 이혜린 작가의 책은 여성들이 많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에 통통 튀는 유쾌함과 특유의 느낌이 더해져서 재밌게 읽은 기억이 나서 기대가 됐다. 하우스 푸어, 워킹 푸어, 카 푸어 등은 들어봤어도 로맨스 푸어? 이건 또 무엇이냐.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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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읽다 보니 어라? 이 소설 좀비 이야기다? 로맨스 소설이면서 좀비 소설인가? 가벼울 것 같았던 이 이야기가 점점 가볍지 않은 모습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이 소설의 여주인공 유다영은 30대의 은행원이다. 다영은 30대의 연애는 사랑만 갖고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20대의 연애는 사랑만으로 가능하지만 30대의 연애는 그렇게 무모할 수는 없다고. 그래서 남자를 만날 때 끊임없이 머릿속에 계산기를 두드린다. 후배에게 승진까지 빼앗긴 다영은 나이는 좀 있지만 은행 최고 고객인 돈 많은 남자, 성욱과 결혼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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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곳곳에서 전염병이 돈다. 정확한 정보는 없는 가운데, 목숨을 잃는 사람들의 수는 점점 늘어갔다. 더 무서운 건 그 바이러스가 없는 동네 강북만을 휩쓸었다는 것이다. 속수무책 전염병에서 보호 받으려면 돈이 있어야 했다. 그런 다영 앞에 나타난 또 다른 한 남자. 우현. 그는 잘 생긴 외모를 빼면 가진 것 하나 없는 남자지만 좀비와의 싸움에서 언제나 다영을 지켜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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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소굴이 되어버린 강북에서 안전한 강남으로 나를 데려가 백신을 놓아줄 수 있는 돈을 가진 성욱이냐 아니면 좀비와 맞서 싸울 때 나를 지켜줬고 그래서 좋아하게 된 우현이냐. 두 가지 선택 앞에 놓인 다영. 그녀는 누굴 선택할 것인가? 살기 위해선 백신이 필요하니 누굴 선택할지는 답이 나온 셈인데, 그녀의 마음은 자꾸 다른 쪽으로 기운다. 그녀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또 내가 저 상황이라면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생각하며 읽는 재미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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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단순히 한 여자가 돈 많은 남자와 그렇지 않은 남자 사이에서 누굴 선택할까 고민하는 가벼운 이야기는 아니다. 좀비들과의 싸움에서 그대로 드러나는 인간의 모습에 씁쓸해지고, 죽음이라는 극한 상황 앞에서 무엇이 더 중요할지 생각해보게 되는 이야기다. 비슷한 고민이 있을 수 있는 20대, 30대 여자들이 재밌게 읽으면서 그 묵직한 주제를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주인공 다영의 용감한 선택을 보면서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추천!

<모든 요일의 기록>이라는 제목을 보자마자 매일 일기를 쓴다던 한 친구가 생각이 났다. 그 친구는 매년 초 다이어리를 사서 매일매일 그곳에 하루도 빠짐없이 일기를 쓴다고 했다. 나는 그게 정말 신기했고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나 역시 매년 초 다이어리를 사긴 하지만 간단한 스케줄 기록이나 가계부 용도로 사용하지, 어쩌다 한 번이면 몰라도 매일 일기를 적는 건 나에겐 너무 어려운 일이었기 때문이다. 매일 일기를 쓴다는 게 단순한 하루 일정을 적는 게 아니라면 그 하루에서 무언가를 끄집어내고 뽑아낼 수 있어야 하는데 나는 그게 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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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모든 요일의 기록이라 길래 ‘이 책의 저자도 내 친구처럼 매일 일기를 쓰는 사람일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떤 걸 소재로 삼아 일기를 썼을까가 가장 궁금했다. 게다가 저자가 10년차 카피라이터라고 하니 더 기대가 됐다고나 할까. 왠지 카피라이터들은 삶의 순간들을 잘 포착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표지가 참 깔끔하고 매력 있다고 느끼며 책을 펼쳤고 저자의 솔직한 이야기에 금방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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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총 5장, ‘읽다, 듣다, 찍다, 배우다, 쓰다’로 구성되어 있다. 그냥 ‘읽다’ 처음 부분부터 내가 좋아하는 책 이야기라 완전 빠져들었다. 대학시절 도서관에 대한 추억, 나 역시 도서관을 자주 갔는데, 시험기간엔 도서관에 사람이 너무 많이 몰리니까 시험기간을 싫어할 정도였다는, 시험기간이 끝나고 썰물처럼 사람들이 빠진 도서관을 사랑했다는 저자의 말이 너무 이해가 갔다. 책을 깨끗하게 보고 싶다는 욕구에 대한 이야기 등 나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몇몇의 이야기는 반가웠고 나와는 다른 몇몇의 이야기는 한 번도 만나본 적 없는 그녀를 아주 조금은 알 수 있게 만들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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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한 책이었다. 개인적으로는 1장, 4장, 5장이 재미있었다. 별반 다르지 않은 일상을 이렇게 누군가의 공감을 이끌어내고 매력에 빠지게 만들다니 참 멋진 것 같다. 남자 이름이지만 엄연히 여자라는, 김민철 카피라이터님의 결국 잘 쓰기 위해 일상의 순간들을 잡아낸 이 기록을 보니 나에게도 그런 일상의 순간들을 잡아내려는 마음이 더 필요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비슷한 일상이라도 항상 깨어 있으려고 노력하는 모습, 현재에 집중하고 성실하게 임하는 모습 본받아야겠다.

 

이 세상에 절대 변하지 않는 사실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는 사실이다. 때와 이유는 다 다르겠지만 결국 사람은 다 죽는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 사실을 너무 자주 잊고 산다. 마치 죽음은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면서. 나도 그렇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내일 나에게 예기치 못한 사고가 생기지 않을 거라고 또는 내가 어떤 병에 걸리지 않을 거라고 어찌 장담할 수 있을까.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게 사람 일인데. 그런데도 나는 나에게 죽음은 먼 훗날의 일이라고 확신하면서 비슷비슷한 일상을 가끔은 지루해하며 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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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죽는다는 그 사실을 매번 각인하면서 사는 건 어찌 보면 우울한 일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든다. 매번 그렇게 생각하는 건 허무함을 불러일으킬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지금처럼 전혀 생각하지 않는 것은 ‘오늘’의 소중함을 느끼지 못한 채 허비하는 일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가끔 내가 평범한 일상에 따분함을 느껴 오늘을 허비하고 있는 것 같이 느낄 때 그 사실을 생각하려 노력한다. 책을 통해서든, 영화나 다큐멘터리를 통해서든. <내일은 못 볼지도 몰라요>라는 제목을 보자마자 그냥 느낌이 왔다. 나에게 오늘의 소중함을 깨워 줄 책이구나,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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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2007년부터 2014년까지 대구의료원 평온관에서 호스피스 완화의료 센터장으로 일했던 김여환 박사가 900명이 넘는 환자들의 임종을 지켜보며 그들의 인생의 마지막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말기 암으로 시한부 인생을 살다 떠난 많은 환자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음, 11살 빈이 이야기도 그렇고 책에 소개된 다른 많은 환자들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참 많이 슬펐다.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어떻게 살아야 할지, 인생에서 진짜 중요한 게 무엇인지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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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살아가다 잠깐씩 멈추어 쉴 때 우리는 우리의 마지막 순간을 떠올려야 한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찾아오는 것이니까. 불길하다고 피하고 싶다고 구석에 처박아 두어선 안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만약 내일이 오지 않는다면 오늘을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 계속 생각했다. 내일 내가 정말 사랑하는 사람을 다시는 볼 수 없게 된다면 나는 오늘 그들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 짜증내지 말고 한 번 더 사랑한다고 말하고, 한 번 더 안아주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