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진기 작가의 어둠의 시리즈를 재밌게 읽고 진구 시리즈로 넘어왔다. 어둠의 시리즈에 고진 변호사가 있다면 진구 시리즈에는 당연히 진구가 있다. ㅋㅋㅋ 진구 시리즈 1탄인 <순서의 문제>는 총 7개의 중,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주인공 진구가 주축이 되어 사건을 해결해나가기 시작하는데, 진구는 독특한 캐릭터이다. 나이는 20대 초반이고 대리운전으로 생계를 꾸려가고 있다. 읽어보면 알 수 있지만 중학생 때는 꽤 모범생이었던 듯하다. 특히 수학을 굉장히 잘했던 아이. 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고등학생 때는 거의 공부를 하지 않고 잠을 자거나 농구만 했고 결국 중퇴했다. 검정고시로 대학에 들어가 법학을 복수전공하기도 했지만 대학도 중퇴. 지금은 고시원에서 생활하고 있다. 물론, 첫 사건을 해결하고 돈을 뜯어내서 좋은 아파트로 옮기긴 했지만... 진구는 도덕과 정의를 위해 싸우는 탐정은 아니다. 철저히 자기 호기심을 자극하는 범죄에만 관심을 갖는다. 그 사건이란 대개는 돈이 연관되어 있고. 좋은 캐릭터라고 볼 순 없지. 그리고 진구에게는 주해미라는 여자 친구도 있다. 해미가 가끔 사건을 물어다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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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이기도 한 ‘순서의 문제’는 살인 사건과 상속 순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고, 이야기 자체는 재밌었는데 진구라는 캐릭터를 처음 만나는 입장에서 좀.. 얘 뭐지? 싶은 느낌이랄까. 진구라는 캐릭터를 완벽하게 파악할 수 있었던 이야기였다. 그리고 이어진 ‘대모산은 너무 멀다’는 진구의 천재성과 대범함을 보여주는 이야기이긴 했으나 개인적으로는 너무 짧다고 생각했다. 세 번째 ‘막간: 마추픽추의 꿈’까지 읽고 약간 내 스타일 아닌데, 덮을까 싶었는데 조금 더 읽어보자 해서 읽은 다음 이야기가 좀 괜찮았다. ‘티켓다방의 죽음’... 단편집을 읽기 전에 항상 책을 옆에서 보고 어떤 이야기가 분량이 가장 많은지 살펴보곤 한다. 7개의 단편 중 이 이야기가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하고 있었다. 나의 기대를 채워주길 바라며 읽기 시작했다. 다 읽고 나서 느낀 점은 돈 앞에 추해진 인간을 봤다는 것? 그리고 처음엔 수사에 혼란을 주기 위해서 한 행동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앞을 내다보고 한 행동이기도 했다는 걸 알고 진구한테 솔직히 좀 놀랐다. 결국 진실은 추측만 할 수 있을 뿐이지 정확히 알 수 없고, 진구의 손에서 타살이 되기도, 자살이 되기도 했던 게 아닌가. 이 이야기는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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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재밌게 읽은 이야기는 ‘뮤즈의 계시’였다. 어둠의 변호사 시리즈의 주인공인 고진 변호사가 잠시 등장해서 더 기억에 남고 고진과 진구의 대화를 통해 사건의 진상을 대충 파악할 수 있었는데 진구가 법정에서 증인으로 나와 차근차근 설명해서 현장감 있고 재밌었다. 마지막 이야기 ‘환기통’은 순서 배치가 좀 이상한 게 아닌가 생각했다. 앞쪽에 두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은데. 이제 진구 시리즈 두 번째 <나를 아는 남자>를 읽어야겠다. 이건 진구를 주인공으로 한 첫 장편이라는데 기대된다. 얼른 읽어봐야지!

처음엔 일본 소설인줄 알았다. 그냥 느낌이... 근데 우리나라 소설이었다! 이 소설은 크게 두 이야기가 엮여있다. 먼저 주인공 김영민이 형을 죽인 범인을 추적해가는 이야기가 시작점이기도 하고 중심을 이루기도 한다. 김영민은 국회 출입기자인데 어느 날 이복형 김영석이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연락을 받고 급히 병원으로 달려간다. 형이 한쪽 귀가 잘리고 머리에 심한 상처를 입은 채 숨졌다고 한다. 담당 경찰 곽형사는 이것이 단순한 교통사고 아니라 누군가가 고의적으로 저지른 살인사건으로 보고 수사에 착수한다. 세관 직원이었던 형의 물건을 정리하러 세관에 간 김영민은 그곳에서 형이 압류물품 창고에서 골프채를 빼내다 걸려 감사를 받던 중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영민이 생각하기에 형은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 형 영석은 자신과 달리 겁이 많고 소심한 사람이었다. 영민은 뭔가 있다고 느꼈고 형의 죽음과 형이 훔친 물건을 직접 조사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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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죽음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하나의 이야기가 더 곁들여진다. 바로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가토의 검에 관련된 이야기이다. 우선 문화재환수위원회는 임진왜란 때 일본이 약탈해 간 통도사의 금란가사를 돌려받기로 한다. 일본이 쉽게 반환할리 없을 텐데 어떻게 된 것일까. 영민은 거기엔 숨겨진 거래가 있었다고 추측한다. 가토의 검을 넘겨주고 금란가사를 돌려받기로 한 것이라고. 거기에 형이 얽히게 돼서 죽임을 당한 거라고. 가토의 검은 임진왜란 당시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가토 기요마사에게 하사한 검이다. 이렇게 형의 죽음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약탈문화재 반환 문제까지 다루고 있다. 그리고 거기에 얽힌 여러 인간들의 탐욕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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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감이 느껴지는 소설이었다. 빠르게 읽히고 대체로 재밌긴 했는데 뒷맛은 별로 개운하진 않다. 반전이 놀랍기도 하고, 그냥 주인공 캐릭터가 좀.... 씁쓸하다. 끊임없는 폭력에 침식당한 인간이 얼마나 무서운 괴물이 될 수 있는지 살펴볼 수 있었다. 폭력적인 아버지 밑에서 자랐고 그 폭력 때문에 어머니를 잃기도 했던, 그리고 새어머니는 자신의 아들 영석만 아꼈고 그런 상황들 속에서 자란 영민이 처음엔 안쓰럽기도 했다. 또 형의 죽음을 동생이 직접 추적한다는 내용이 기대가 되기도 했고. 그런데 책장을 넘길수록 무서워졌다. 여러 인간들의 지저분한 욕망에 대해 살펴본 것 같다. 

<촉매살인>! 하나의 살인 사건이 일어나고 그것이 다른 살인 사건을 유발시킨다는 것일까? 추리소설 좋아하는 나는 정말 재밌게 읽었다. 탄탄한 구성이 멋졌고, 1970년대를 배경으로 했다는 게 눈에 띄었다. 그리고 재능 없는 바람둥이 형사와 냉소적인 천재 소녀라는 캐릭터의 조합이 신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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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노르웨이 스메스타의 리요르 역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으로 시작된다. 1970년 8월 5일, 주인공인 크리스티안센 경감은 퇴근길에 전철을 탄다. 하지만 그의 뒤에 오던 한 여자는 전철을 타지 못했다. 전철 문이 그녀의 코앞에서 닫혔기 때문. 다급히 전철 문을 두드리고 마치 누군가에게 쫒기는 듯한 표정의 여자는 잠시 후 철로 바닥에서 죽은 채 발견된다.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총책임자로 나선 재능 없는 바람둥이 형사 크리스티안센과 냉소적인 천재 소녀 파트리시아.... 그녀를 죽인 범인은 누구이고, 이 사건의 진실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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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이 살인사건의 발단은 2년 전 발생한 피해자 연인의 실종사건이다. 2년 전인 1968년 8월 3일, 정치활동을 하는 여섯 명의 청년들이 발드레스로 여행을 오는데 이틀 뒤(8월 5일) 팔코 레인하르트라는 인물이 실종된다. 팔코는 그때 당시 급진적 사회주의 운동권 모임의 리더였다. 그리고 2년 후에 그 팔코 레인하르트의 약혼녀 마리에 모르겐스티에르네가 전철역에서 피살된 것이다. 2년이라는 시차를 두고 같은 날짜에 죽은 연인. 어떤 관련이 있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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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무거운 내용이고 묵직하지만 진짜 재밌다. 천재 소녀 파트리시아의 캐릭터가 멋졌다. 비록 장애 때문에 휠체어 신세를 지고 있지만 멋지게 수사의 방향을 지시하는 모습이! 신선하긴 한데 캐릭터 조합이 아쉬운 점도 있긴 있었다. 한쪽이 너무 뛰어나고 다른 한쪽은 좀 많이 기대는 느낌. 파트리시아의 능력을 독자들만 알아야한다는 게 아쉽기도 하고. 두 사건의 연관성과 주변 인물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나온 이야기들 그리고 추려진 용의자들. 정치적 음모에 의한 사건인가. 아니면 단순한 남녀 간의 치정극인가. 수집된 정보는 많지만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경감이 이런 단서들을 가져다주면 파트리시아는 추리한다. 나도 같이 추리하는 재미가 있었다. 물론 추리 실력은 형편없지만 ㅋㅋ 너무 복잡했다. 파트리시아가 정말 천재적이다. 범인과 결말은 깜짝 놀랐다. 나는 생각지 못했던... 비극적인 결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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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한스 올라브 랄룸의 전작 <파리인간>과 <위성인간>을 읽지 못했는데, <촉매살인>을 읽고 나니 꼭 읽어보고 싶다. <촉매살인>이 크리스티안센 경감과 파트리시아 시리즈의 3번째 작품이라고 하는데 전작에서는 둘이 또 어떤 사건을 어떤 식으로 해결했는지 궁금하다. 궁금해서 검색해봤는데 <파리인간>은 배경이 1968년, <위성인간>은 1969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고 한다. 지금으로부터 47년, 46년, 45년 전을 배경으로... 내가 태어나기도 전의 시대적 배경을 다룬 이야기들... 역사적 배경과 관련이 있는 추리소설의 구성이 이렇게 탄탄할 수 있었던 건 작가가 역사학도이기 때문이 아닐까. 전작들도 궁금하고 다음 시리즈도 궁금하다. 파트리시아가 또 어떤 활약을 할지, 작가는 또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