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노희경 작가님을 떠올리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이 가장 먼저 생각난다. <그들이 사는 세상>이나 <괜찮아, 사랑이야> 등도 기억에 남지만 나한테는 여전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이 최고이다. 영화 보고 얼마나 울었는지, 가끔 생각날 때마다 보곤 하는데 지금까지 한 3~4번 봤나, 볼 때마다 울고 감동받고 감탄한다. 어떻게 이런 작품을 쓸 수 있을까. 노희경 작가님의 드라마를 보면 기억하고 싶은 대사가 너무 많이 나온다. 그 장면에 딱 맞는, 가슴 치게 만드는 대사들. 나중에 곱씹어보면 더 놀라게 되고 반하게 되는 대사들. 그런 대사들을 모은 책이라는데 당연히 읽고 싶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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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드라마 작가 데뷔 20주년을 기념하여 노희경 작가의 드라마와 에세이에서 명대사와 명문장 200개를 뽑아 담은 책이다. 노희경 작가님의 글을 좋아하지만 그간의 드라마를 전부 다 빼놓지 않고 본 것은 아니었기에 아직 보지 못한 드라마에는 어떤 좋은 대사가 있을까 궁금한 마음과 이미 봤고 좋아하는 작품들의 대사는 이번에는 또 어떤 느낌을 줄까 궁금한 마음이 함께 있었다. 또, 책 소개를 보니 20년 간 드라마를 쓰면서 드라마 작가에게 무엇이 가장 필요한가, 중요한가라는 질문에 “성실함”이라고 대답하셨다는 말이 인상적이어서 그 부분도 읽어보고 싶었다. 드라마가 얼마나 기발하고 멋진 스토리인지, 얼마나 높은 시청률인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시청률이 0이 나온다고 해도 끝까지 성실하게 대본을 완성해나가는 것이 드라마 작가에겐 가장 중요한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정말 멋진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기억해두고 싶다.

 

한 장씩 넘기며 읽으면서, 자주 멈추게 됐다. 읽고 멈추고 생각하고 다시 읽고 멈추고 생각하고 반복. 봤던 드라마는 그 장면을 다시 떠올려보기도 하고. 못 봤던 드라마는 어떤 장면이었을까 생각해보면서 천천히 읽었다. 이 책을 읽다보니 <굿바이 솔로>라는 드라마를 한번 보고 싶어졌다. 그 드라마는 보지 못했는데 문득 멈추게 되는 페이지에 그 드라마 속 대사가 많았다.‘흔들렸다 바로 섰다 흔들렸다 바로 섰다 하는 게 인생이에요.(p.215)', '어느 날 문득 그런 생각을 했어. 사랑이 변한다면 뭘로 변할까, 미움? 증오? 그러다 그런 생각이 들더라. 사랑은 그냥 사랑이고, 미움은 그냥 미움이고, 증오는 또 그냥 증오 아닌가? 그러다 알았어. 사랑은 가만히 있는데 내 맘이 변해놓고, 그걸 사랑이 변했다고 내가 우기는구나. 변할 수도 있는데...(p.242)' 이런 것들... 기회가 된다면 한번 보고 싶다. 어떤 문장이 최고라고 고르기 힘들만큼 모든 대사가 멋졌다. 특히, 노희경 작가님의 드라마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읽어보면 좋을 책일 것 같다. 

<나는 왜 혼자가 편할까?>의 저자 오카다 다카시의 신간! <나는 왜 적응하기 힘들까?>. 표지의 ‘있어야 할 자리에서 스트레스에 짓눌리는 당신에게’, ‘자리는 지키고 있지만 마음은 겉돌고 있는 당신’이란 문장이 눈에 띄어서 읽고 싶었다. 나도 그런 생각 할 때가 많아서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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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어딘가에 적응하기란 사실 누구에게나 쉽지 않을 것이다. 처음 겪는 새로운 환경에 발을 내딛는 것이니까 약간의 두려움도 있겠고, 걱정도 있을 것이다. 신나고 기대되는 부분도 있을 수 있겠지만 어쨌든 여러 감정이 복합적으로 사람을 긴장하게 하고 스트레스 받게 하는 것 같다. 누구나 그런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받지만 점차 적응을 하고 익숙함과 편안함을 느끼면서 스트레스를 줄여 나가는 사람이 있는 반면 갈수록 더 큰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들이 있다. 당신이 그런 사람이라면, 적응하지 못하는 것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크고 오래 지속되어 생활하기 힘들다면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특히 6~8장에서는 학교, 직장, 집에서 일어나기 쉬운 적응장애로 나눠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자신에게 해당되는 부분에서는 집중적으로 큰 도움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에서도 스트레스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하고 있는데, 역시 진리는 적당한 스트레스는 도움이 되지만 지나치면 큰 문제가 된다는 것.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다. 스트레스에 의해 마음의 균형이 붕괴된 상태를 적응장애라고 한다. 스트레스를 우습게 여겨서는 안 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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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으면서 나는 어떤 사람인지, 나는 ‘적응’을 잘 하는 사람인지 등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게 됐고, 내 주변 상황을 천천히 다시 돌아보게 됐다. 5장의 멘탈 갑 테스트도 기억에 남는다. 평소에 적응은 시간이 지나면 알아서 해결되는 문제라고 생각했었다. 처음엔 나만 그런 게 아니라 누구나 어렵고 두렵고 걱정되는 부분이 있기 마련이라고 생각했고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지면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적응을 하지 못해 불편함을 느끼고 힘들어질 때면 내 탓을 하곤 했다. 왜 적응하지 못하느냐고. 하지만 이 책을 읽어보니 그냥 내버려두는 게 해결책이 아닌 것 같다. 다들 그렇게 산다고,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그런 생각이 어쩌면 무기력함과 우울함을 키우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대처 기술을 생각해야 하고, 일시적으로 겪고 있는 적응장애를 떨쳐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스스로를 궁지에 몰아넣는 행동은 그만 해야 한다. 위로와 조언을 함께 얻을 수 있었던 좋은 책이었다. 

<나에게는 지우고 싶은 기억이 있다>. 정말 호기심 생기는 제목이다. 누구에게나 하나쯤은 있지 않을까? 지우고 싶은 기억... 자신이 겪었던 모든 일들을 기억하는 건 불가능하지만 우리는 꽤 많은 기억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그 중에는 떠올릴 때마다 행복한 기억도 있을 것이고, 불행한 기억도 있을 테지. 책 제목처럼 지우고 싶은 기억이라면 아마 후자 쪽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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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는 지우고 싶은 기억이 있는가? 아프고 힘든 기억을 어떻게 떨쳐내고 자신을 지키면서 좀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그에 대한 이야기를 저자는 차분하게 말해준다. 여러 사례들이 진짜 많이 나오는데 공감되는 것도 몇 개 있었다. 용서하기 싫으면 용서하지 말고, 미워하고 싶으면 계속 미워하라는 말이 조금은 위로가 되기도 했다. ㅋㅋ 읽으면서 지금보다는 내 생각을 더 하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완전 나만 아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 너무 필요 이상으로 타인을 위한 삶을 살았던 게 아닌지. 내 감정에 더 솔직해지자는 것. 끔찍하게 싫은, 지우고 싶은 기억이 있는 건 아니지만 소소하게 지우고 싶은 기억들을 책을 읽으며 떠올려보니 거의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에게 맞추다가 오는 스트레스였던 것 같다. 특별한 이야기가 있었던 건 아니었다. 다른 책들에서도 이미 읽어왔던 이야기들이 많았다. 하지만 그 이야기들로 인해 내 생각이 제대로 바뀌지 않았기 때문에 결국 나는 비슷한 상황들에서 비슷한 상처를 받으며 살아가고 있는 것 같아 그 점을 반성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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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깨달음은 지금까지의 방식이 아닌 다른 방식을 찾아야겠다는 것이었다. 지우고 싶은 어떤 기억이 있을 때 그 기억을 떠올리면 기분이 안 좋아지니까 애써 무시하거나 아니면 그 기억 자체를 계속 머릿속에서 리플레이하고 있었다. 차라리 외면하는 것보다는 리플레이해서 정면으로 마주보는 건 좋은데 문제는 바라보는 방식은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았다는 것이었다. 어떻게 한다 해도 과거에 어떤 일이 있었고 내가 그 일로 인해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다는 그 사실은 영원히 바뀌지 않는다. 지금까지의 방식은 계속해서 나에게 상처를 줄 뿐이라는 걸 절실히 깨달았다. 그 사실과 그 사람을 바꿀 수는 없으니 현재 내 자신의 생각을 바꿔보는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과거엔 많이 힘들었던 기억이 시간이 흘러 바라보니 별 거 아니었다는 걸 깨닫게 되기도 할 것이다. 알지만 실천하기 어려운 부분인데 어쨌든 그 방법 외엔 영원히 무시해버릴 수 없는 그 기억을 던져버릴 방법은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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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은 ‘나’이다. 과거의 지우고 싶은 기억에서 벗어날 수 있는 있느냐는 오직 나에게 달려 있다. 남보다 나를 더 생각하고 내 감정에 더 솔직해지자. 생각을 바꿈으로써 정말 많은 것이 바뀔 수 있다는 걸 기억해야겠다. 읽기 전보다 마음이 조금은 더 가벼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