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 대박!’ 이 정도는 아니었지만 재밌게 읽은 <모방살의>. 기대가 너무 컸었나보다. 재미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고, 서술 트릭 대박이라고 그래서 처음 읽을 때부터 나는 낚이지 않겠어, 라는 마음으로 이것저것 의심하며ㅋㅋ 전투적인 자세로 읽어 내려갔다. 글씨도 크고 쑥쑥 읽혔다. 읽기 전에 목차를 보니 깔끔하게 두 명의 화자 이름만 번갈아 나왔던 게 기억난다. 나카다 아키코와 쓰쿠미 신스케. 두 명이 번갈아 가면서 이야기를 하는데.... 마지막 부분에 진실이 밝혀지고 순간 멍~했다. 책을 덮고 가만히 앞부분을 떠올리고, 다시 찾아 읽기도 하면서 내용을 정리하고는 아, 그렇게 된 거였네, 감탄했다.

​

7월 7일 오후 7시에 사카이 마사오라는 한 남자가 청산가리 중독사로 죽었다. 유서는 없었지만 그의 집 문은 안쪽에서 잠겨 있었고 세상의 주목을 받지 못했던 무명 작가였던 터라, 신변 비관 자살로 처리되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며칠 뒤... 라고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7월 7일 오후 7시 도쿄 기타 구 이나즈키 정의 고묘소 빌라. 3층에 사는 사카이 마사오라는 남자가 자기 집 창문에서 떨어져 사망한다. 청산가리를 마신 후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비틀대다 창문 너머로 떨어졌으리라 추측된다. 그의 집 문은 안쪽에서 잠겨 있었고 경찰은 자살로 판단했다. 사카이 마사오는 추리 소설 신인상을 받기도 한 신인 추리 소설가인데 최근 글이 잘 써지지 않아 괴로워했다고 한다. 아마 자살 동기는 창작자의 고뇌 아니었겠는가. 뭐 이런 생각을 했던 것이다.

​

그 뒤로는 나카다 아키코와 쓰쿠미 신스케가 차례로 등장해서 사카이 마사오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나씩 해준다. 먼저 나카다 아키코는 사카이 마사오의 연인이었고, 쓰쿠미 신스케는 프리랜서 작가인데 사카이와는 추리 동호회 동료였다. 그 둘은 사카이가 평소 자살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의문을 가지고 사건을 파고든다.

아키코를 통해 본 사카이는 약간 의문스러운 점이 있어보였다. 자살을 할 것 같아보이진 않았고, 오히려 살해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새롭게 등장한 도가노 리쓰코라는 여자에게. 돈과 아이, 유괴, 카메라 트릭 등등 여러 이야기가 등장한다. 다음으로 쓰쿠미 신스케를 통해 본 사카이는 추리소설계의 거장인 세가와 고타로의 소설을 표절했다는 의혹이 있다. 그래서 자살한 게 아닐까 싶기도 했지만 계속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야나기사와라는 인물이 좀 수상했다. 그가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더 의심하게 되는데 이야기는 점점 더 복잡해지고 헷갈렸다.

​

아키코의 이야기를 읽으면 도가노 리쓰코가 범인인 것 같고, 신스케의 이야기를 읽으면 야나기사와가 범인인 것 같고. 물론, 자살이 아니라는 가정 하에 그렇다는 얘기지만. 아니면 진짜 자살인 건지. 궁금해서 정신없이 읽었던 것 같다. 그러다 뭔가 이상함을 느끼기 시작하다가 끝에 한방 먹는 거. 아. 1970년대 작품이라니... 대단한 것 같다. 스포가 될까봐 자세한 이야기는 못하겠다. 읽어보면 이 느낌을 알 듯. 하. 근데 너무 우연 아닌가. 이름도, 직업도 다 같은.... 

책을 덮으며 일본 직장인들이라고 다를 건 없네, 라는 생각을 했다. 먹고 살기 힘든 것은 우리나라 직장인들이나 일본 직장인들이나 비슷한 것 같다. 일본 직장인들의 열광적 지지 속에 35만 부나 판매됐다는 이 책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 만화에는 <미생>과 <송곳>이 있다면 소설에는 이 책이 있다는 소개와 뭔가 시선을 끄는 제목 때문에 읽고 싶었다. 그래서 읽기 시작했는데 펼치자마자 1시간도 안돼서 다 읽었다.

​

이 책의 주인공은 아오야마 다카시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힘들게 취업해서 열심히 회사를 다니고 있는 신입사원인데 넘치는 회사일에 치여 매일매일 피로에 절어 있는 상황이다. 폭언을 하는 상사 밑에서 실적을 내기 위해 기계처럼 일할 뿐이었다. 매주 일요일 밤이면 월요일이 다가오는 게 싫어 죽고 싶은 심정이었다. 어느 날 퇴근길, 아오야마는 죽음을 생각한다. 이대로 정신을 잃어 승강장에 떨어지면 다 끝날까, 그러면 내일 회사에 가지 않아도 되려나. 생각하면서. 그때였다. 그의 팔을 낚아챈 사람이 있었다. 활짝 웃으며, “야, 오랜만이다! 나야, 야마모토!”라고 말하는 남자. 야마모토...? 누구지? 초등학교 동창이라고 열심히 설명하는 야마모토에게 “미안한데, 나는 네가 전혀 기억나지 않아”라고 말할 수 없었다. 그와 함께 한 술자리에서 아오야마는 마음이 편했다. 진짜 친구를 만난 느낌. 그 뒤로도 자주 만나게 되는데 그때부터 아오야마의 피곤하고 무료한 일상이 변화하기 시작한다. 넥타이 색깔을 이렇게 바꿔보는 게 어때, 말은 이렇게 해보는 게 어때 등등 야마모토의 조언대로 바꿔보며 더 밝게, 긍정적으로 일하는 아오야마는 모처럼 실적을 올릴 기회까지 잡게 된다. 하지만 그 계약이 아오야마의 잘못으로 (물론 나중엔 아오야마의 잘못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지만) 취소될 위기에 처하자 아오야마는 무너져 내린다. 매일 회사 옥상에 올라가며 자살까지 생각하는 아오야마...

​

하지만 그때도 역시 야마모토의 이야기를 듣고 마음을 고쳐먹는다. 자신의 인생은 무얼 위해 있는가. 절반 정도는 자기 자신을 위해 있는 거라면, 나머지 절반은 자신을 소중히 생각하는 사람을 위해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힘든 일 때문에 지금 자신의 기분만 생각하고 너무 고통스럽다고 목숨을 끊는다면 남겨진 사람들의 심정은 어떻겠는가. 여러 깨달음을 얻은 아오야마는 회사를 그만두기로 결정한다. 그때 그가 했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자신은 세상을 바꿀 수도 없고, 회사 부서 또 마주한 사람 한 명의 마음조차 바꿀 수 없는 보잘 것 없고 장점 없는 인간이지만 그래도 그런 자신도 한 가지만은 바꿀 수 있다고, 바로 자신의 인생이라고. 자신의 인생을 바꾸는 것은 어쩌면 주변의 소중한 누군가의 인생을 바꾸는 것과 이어져 있는지도 모른다고, 자신에게는 자신을 걱정해주는 친구도 있고, 부모님도 있으니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이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보겠다고 말하던 모습이...

​

솔직히 누가 그걸 모르냐, 다들 그렇게 사는 거지, 너도 나도 다 행복 찾겠다고 회사를 그만 두느냐, 지금 직장 그만두고 나가면 다시 직장 구하기가 얼마나 힘든데, 그냥 버텨라, 생각할 수도 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기도 했고.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사회와 회사를 위해 개인이 희생하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정말 죽음까지 생각할 정도로 힘들다면, 더는 버틸 수 없을 정도라면 그만두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살자고 하는 일이지, 죽자고 하는 일이 아니지 않은가. 또, 누군가의 힘들다는 말을 들었을 때 무조건 “힘내, 너라면 할 수 있어”라는 말이 더 부담과 고통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깟 회사가 뭐라고, 회사보다 네가 더 소중해. 꼭 그 일 아니어도 돼. 너무 힘들면 때려치워.”라는 말이 힘이 될 수 있다는 것도. 모두들 자신만의 인생이라고 생각하며 살지만 꼭 그렇지 않음을, 나의 순간의 선택이 나를 소중하게 생각해주는 사람들의 인생을 순식간에 바꿔버릴 수 있음을 생각하게 됐다. 금방 읽었지만 여운이 길게 남는 책일 것 같다. 

항상 생각하지만 정말 손재주 있는 사람들 너무 대단하고, 부럽다. 이 책에서 손재주 있는 사람들이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먹고 사는 모습을 보면서 그냥 내가 다 기분 좋고, 즐거운 밥벌이를 하는 모습이 너무 부럽고 그랬다.

​

이 책 <손맛으로도 먹고 삽니다>는 총 10인의 소상공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음식을 만드는 일에 즐거움을 느끼고, 자기가 만들고 싶어서 만들어봤는데 주변의 반응이 너무 좋아서 작게 시작해봤다는 이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식빵, 홈베이킹 클래스, 식혜, 곡물잼과 스위츠, 견과류 강정과 떡, 쫄면, 도시락, 이유식, 반찬, 돈까스 & 스몰비어를 소개하는데 좋았던 건 하나씩 소개하면서 창업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고민할 만한 문제를 주제로 던져주고 있다는 점이었다. 예를 들면 시작할 때 내 손맛도 돈이 될까 라는 고민을 했다는 점, 언제 시작해야 할지, 목돈이 없는데 창업은 어떻게 할지, 브랜드는 어떻게 만들고, 홍보는 어떻게 해야 할지, 가게 자리는 어디가 좋을지, 나 혼자서도 가능할지, 운영은 어떻게 할지, 고정 매출을 확보할 방법은 어떤 게 있을지, 위기는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 등등 한 곳 한 곳 소개하면서 저런 궁금증을 같이 설명하고 있어서 읽으면서 창업에 이르기까지 필요한 정보를 더 얻을 수가 있었던 것 같다.

​

10인의 이야기가 다 흥미로웠지만 개인적으로는 식빵 전문점과 쫄면 전문점 이야기가 특히 더 흥미로웠다. 작은 식빵 가게의 월 매출이 굉장히 놀라운데, 여러 빵 중에 식빵에 집중하면서 다양한 종류 그리고 건강한 식빵, 정성으로 승부한 것 같다. 그리고 확실히 잡지, 방송, SNS의 힘이 대단하구나, 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쫄면 전문점은 내가 쫄면을 좋아해서 더 재밌게 봤다. 따뜻한 국물의 온쫄면이 신기했고, 보통 가게는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차려야 성공하는데 입지가 조금 불리하더라도 특이한 아이템이 있으면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줬던 것 같다.

​

이 책은 나처럼 호기심이 생겨 읽는 사람에게도 여러 정보를 줄 수 있지만 특히 예비 창업자들이 보는 게 더 효과적일 것 같다. 뒷부분에 레슨이라고 해서 따로 소상공인을 위한 스타트업 가이드도 실려 있는데 이 부분을 통해 좀 더 많은 창업 정보를 얻을 수 있어서 힘이 될 것 같다. 평소 내가 잘 만드는 음식이 하나 있는데(또는, 잘 만드는 악세사리, 물건 등등이 있는데) 주변에서 정말 맛있다고 팔면 대박 나겠다고 하는 아이템이 있는데 왠지 창업은 어려울 것 같고, 모아둔 돈도 없고,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시는 분들이 읽어보면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