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서점 인터파크도서

<비트레이얼betrayal>. 배신, 배반.

<빅 픽처>의 작가 더글라스 케네디의 신간이다. 남편의 배신으로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한 여자의 생존투쟁이라는데 남편은 어떤 배신을 했고, 아내는 어떻게 위기를 헤쳐 나갈까 읽기 전부터 많이 궁금했다. 이야기는 역시 속도감 있게 진행된다.

주인공인 여자의 이름은 로빈. 직업은 회계사이다. 어느 날, 재정 문제 때문에 폴이 로빈의 사무실을 찾았고 그녀는 자유분방한 남자인 화가 폴에게 반해 사랑에 빠진다. 인생을 대차대조표를 확인하듯 살아왔기 때문일까. 로빈이 폴을 사랑하게 된 것은. 정확하고 분명한 것에 매달리는 일상을 보내고 있는 자신을 이 자유분방한 예술가가 다른 세계로 데려가 줄 것 같다고 생각했나보다. 폴은 낭비가 심했고, 경제관념이 빵점이었다. 무책임한 면도 있었고. 이미 첫 번째 결혼에서 실패한 경험도 있었고 친정엄마도 반대하는 상황에서 로빈이 조금 더 신중했으면 좋았으련만 어쨌든 로빈과 폴은 결혼을 했고 이제 4년차에 접어들었다. 그동안 폴의 낭비 때문에 힘든 적도 몇 번 있었지만 함께 해서 행복했고, 아이를 낳으면 폴도 좀 더 책임감 있는 사람이 될 거라고 로빈은 믿었다. 자신이 폴을 변하게 만들 수 있을 거라고. 그리고 지금은 한 달간 휴가를 보내기 위해 모로코로 여행을 떠나는 중이다.

도착하기까지 또 여러 일들이 있었지만 어쨌든 도착한 곳에서 폴과 로빈은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폴은 멋진 그림을 계속 그려냈고, 로빈은 그동안 배우고 싶었던 프랑스어를 열심히 배우고 산책도 하며 멋지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로빈에게 도착한 한 통의 메일이 이 행복한 나날을 산산조각 내버렸다. 로빈의 사무실에서 같이 일하는 동료가 보낸 메일은 폴이 로빈 몰래 정관수술을 받았다는 사실을 말하고 있었다. 로빈은 항상 폴의 아이를 낳고 싶었고 같이 노력하기로 철석같이 약속했기 때문에 폴을 믿고 있었는데 정관수술이라니. 충격과 배신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저주의 말을 퍼붓고 혼자 돌아가려는 로빈. 하지만 순식간에 로빈이 용의자로 몰린다. 폴이 벽에 머리를 박아 피를 묻히고 행방불명된 것이다. 자신을 배신하긴 했지만 어디 크게 다치진 않았을지, 자신이 남긴 쪽지에 너무 심한 말을 해서 폴이 혹시 잘못된 선택을 하진 않을지 로빈은 불안했다. 그래서 행방불명된 남편을 찾아 이곳저곳을 헤맨다.

잡힐 것 같은데 잡히지 않는 폴. 그리고 폴의 무책임한 모습이 계속 밝혀지는데도 끝끝내 폴을 놓지 못하는 로빈. 그리고 끔찍했던 사막에서의 일... 날씨까지 도와주지 않는 것 같아 읽는 나까지 갑갑하고 숨이 턱턱 막혔다. 답답함을 느끼며 결말을 향해 페이지를 넘기고 또 넘겼다. 내가 한 선택이, 이 책에서는 어떤 배우자를 선택하느냐, 이런 것들이 자신의 인생에 얼마나 큰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생각해볼 수 있었고, 믿었던 누군가에게 배신을 당하지만 그런 어려운 상황에서 도와주는 고마운 사람들이 있다는 것들이 기억에 남는다. 또, 마지막에 로빈이 앞으로의 자신의 삶을 위해 중요한 하나의 선택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어쨌든 사람들은 어느 누구도 아닌 자신이 생각하기에 올바르다고 확신하는 결정들을 계속해서 하고 그런 자신의 선택을 책임지며 살아가는 게 아닐까, 그게 인생이겠지, 그런 생각도 했다. 그나저나 폴은 어떻게 된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