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지난 10월 13일~ 10월 22일 진행된 <이지연과 이지연>의 안은영 저자와의 온라인 만남에서 발췌한 글입니다.
[안은영 저자와의 온라인 만남 전문보기]
그녀에게 멘토는 ’어머니’
peterte : 사랑. 일, 결혼등에 관해 다른 사람들의 멘토가 되어준다는건 참으로 어려운일이라 생각되는데요. 개인적으로 자신의 삶에서 멘토가 되어주는 누군가나 무엇이 존재합니까? 있다면 무엇이 어려울때 도움을 줍니까?
안은영 :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나도 모르는 사이 누군가의 멘토가 돼버렸다는 게 정확할 거예요. 흠결없이 잘 살아온 인생이 아니기 때문에 그다지 신나는 일은 아닙니다. 지금껏 제가 휘청일 때마다 저를 일으켜주었던 분은 식상하게 들리시겠지만 어머니입니다. 더불어 행복하고 싶고, 늘 곁에 있고 싶고, 그리고 덕분에 힘이 나는 존재가 멘토라고 한다면 말이지요.
’이지연과 이지연’ 그 의미?
맥도사 : 이지연은 사람을 지칭하는 것 같은데 구체적으로 무얼 상징하는 지 그의미가 궁금해지네요.
안은영 : 길가다 누군가 불러보면 한번쯤 돌아볼 법한, 흔한 이름. 그러면서 정이 가는 이름을 제목으로 쓰고 싶었어요. 이름에서 풍기는 단정하고 어딘지 상념이 많을 것 같은 느낌도 좋았고, 발음하기에도 편했고 매우 단순한 이유로 정한 이름이예요.
사랑, 조금 돌아가거나 늦어도 괜찮다
사랑해책아 : 사랑을 믿지 않는 저같은 사람이 읽어도 사랑이 다시 찾아올까요?
안은영 : 이지연과 이지연 대신에 여자와 여자, 그녀와 그녀,,, 로 대체해도 될 만큼 20대와 30대를 살아가는 이 시대 젊은 여자의 이야기를 써보고 싶었어요. 굳이 말하자면 조금 돌아가거나 늦어도 우리의 일이나 사랑이 늦되거나 모자란 것은 아니다, 뭐 이런 낯간지러운 속뜻도 담겨있지요. 덕분에 이 소설도 나오게 됐으니, 저로선 여자생활백서가 두고두고 고마운 첫 아이랍니다.
상처는 완전히 치유되지 않는다. 다만 잊는 것일 뿐
책에살고책에죽다 : 이지연, 그녀는 어떠한 사람일까요? 사랑을 잃어버린 이유는 또다른 상처를 두려워해서는 아닐까요?
안은영 : 네... 그럴 수 있어요. 상처가 무서운 이유는 그 자체의 아픔때문이 아니라 아직 닥치지도 않은 상처를 미리 예견하면서 과거의 기억을 오버랩하는 데 있다고 봐요. 상처의 완전한 치유는 없을 겁니다. 잊는 거죠. 상처입었다는 사실을.
연애에 적령기는 없다
취직해야지 : 곧 27살이 되는 여자가 그것도 사지육신 멀쩡하고 눈두개 코 하나 입 하나 거기다가 눈은 돈 들여서 쌍꺼플수술까지 한 여자가 연애전과 하나 없는 건 왜 그런걸까요? 답을 알면서도 물어봐요. 집구석에만 있고 나가도 만나는건 똑같은 상황의 친구들 가수 이소라씨가 그랬죠..집구석에만 있으면서 남자 만나고 싶다 연애하고 싶다라고 말하지말고 기어나가라고요.
안은영 : 경험상 맨날 만나는 친구들이 남자친구를 만들어주진 않아요. 친구들과 소소한 일상을 공유하는 일도 좋지만 거기에 함몰되면 연애며 취직이며 언제나 마음만 굴뚝, 쳇바퀴를 돌게 되죠. 뭐든 혼자서 계획해보고 혼자서 실행하보는 건 어떠세요? 남자친구, 지금은 없어도 나중에 제대로 된 연애를 하게 될 테니 조급해하지 마세요. 연애에 적령기가 있는 건 아니잖아요.
현명하게 이별의 아픔을 극복하는 방법
야옹이를타고서 : 이지연과 이지연이라... 동명이인인 두 사람의 인물을 통해 본 사랑일까요? 아니면 한 인물속에 혼재되어있는 자아일까요? 무척 궁금합니다. 어쩌면 일본만화인 ’나나’와 같은 그런 사랑이야기는 아닐까. 기대도 되구요. 사랑이야기를 다루는 작가님으로서 우리 사랑으로 가슴앓이하는 독자들에게, 그 시련을 극복하는 방법, 나를 잃지 않고 현명하게 사랑의 아픔을 극복하는 방법 있으신가요?
안은영 : ’나나’는 저도 무척이나 좋아하는 만화지만 내용은 전혀 달라요. 시련을 극복하는 방법이 있다면 정말이지 제가 좀 배워보고 싶어요. 저는 늘 사랑에 실패할 때마다 새로운 걸 찾았던 것 같아요. 일이건 취미건 운동이건. 연애에 몰두했던 시간과 열정을 쏟아부을 대체제가 필요했으니까요. 다소 무식한 방법이긴 했지만 저한텐 잘 맞았어요. 나를 잃지 않고 현명하게 사랑의 아픔을 극복하는 법? 제 경우는’나는 실연했다 고로 혼자다’ 라고 제 상태를 두 눈 부릅뜨고 인정했죠. 당장은 아프지만 빨리 극복할 수 있답니다.
’이지연과 이지연’ 책을 쓰게 된 계기 
별난K : 어떻게 해서, 이 책을 쓰시고자 결심하시게 되었는지, 참 궁금하네요. 뭔가 생각할 거리를 주는 책인지 궁금합니다.
안은영 : 여자생활백서, 라는 첫 책을 썼을 때 정말 많은 독자메일을 받았는데 그 분들의 편지는 군더더기없이 진심이었고 담백했고 그리고 절실했어요. 20대를 건너온 30대 여자와 다가올 30대를 불안해하는 20대 여자의 거리... 소설의 시작은 거기서 비롯됐고, 제 직접적인 경험과 주변의 경험을 상기시키면서 내용을 완성했습니다. 소설이지만 억지로 꾸며낸 판타지는 아니니까 이 시대를 살아가는 여자분이라면 아주 조금이나마 공감은 되실 듯 해요.
그녀가 꿈꾸는 ’연애’
노랑머리펭 : 어떤 연애를 하고 싶으신가요.
안은영 : 20대 땐 나를 사랑해주는 남자가 좋았는데요, 30대가 되니 나를 이해해주는 남자면 좋겠어요. 저는 한번 좋아하면 진돗개처럼 쭉 좋아하는 편이라 연애할 땐 앞만 봐요. 때론 그게 제 발목을 잡기도 하죠.
사람은 누구나 다중 인격을 갖고 있다
호랑이티거 : 내 안에 여전히 존재하는 또다른 나에 대한 이야기인가요? 한번 읽어보고 싶군요. 내 안에 다른 내 모습을 내가 발견하게 되었을 때 갈등이 생기게 됩니다. 어떤 것이 내 진짜 모습일까? 그럴 경우에 어떤 것이 내 본 모습이라고 생각하세요? 겉으로 드러난 내 모습일까요? 아니면 내 안에 숨겨진 또 다른 나의 모습일까요?
안은영 : 사람은 누구나 이중, 혹은 다중의 인격을 갖고 있다고 생각해요. 자아는 물론 하나지만 때에 따라, 상황에 따라, 닥쳐오는 고난이나 선택의 갈림길에 따라 스스로도 몰랐던 인격이 속출하죠. 가장 목소리가 크고 가장 마음이 쏠리는 상태가 그순간 진짜 속마음이 아닐까요?
20대, 그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는 여자들에게
지혜214 : 저는 회사에 다니고 있는데 매일 똑같은 일에 피곤에 지쳐서 그냥 하루를 그냥 살아가야 된다고 해야하나..정말 때로는 너무 무의미하게 살아가고 있어요. 어떻게 해야 회사생활에서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고 또 이직등 준비할것들이 너무 많잖아요. 그런걸 어떻게 준비해야할지 조언을 듣고 싶어요. 그리고 작가님도 회사생활을 하셨을텐데..어떻게 보내셨는지도 너무 궁금하구요. 20대후반의 여성분들에게 어떤 조언을 제일 먼저 해주고 싶은지 너무 궁금합니다.
안은영 : 저요,, 십년 넘게 하루하루 그냥저냥 살었어요. 물론 기자일 자체가 다른 직업보다 역동성은 있지만 모든 일은 4년차가 넘으면 순수함을 잃고 관성의 법칙으로 ’그냥저냥’으로도 충분히 할 수 있거든요. 어떤 일을 하시는지는 모르지만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일단 저지르고 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나중에 후회하는 것보다 낫잖아요. 20대 독자에게 제가 하고 싶은 얘기 중에서 연애해라, 여행가라, 돈을 모아라, 라는 조언보다 앞서는 것은 친구관계를 점검하고 당신의 욕망에 귀기울이라는 거에요.
사랑할 때, 이것만은 명심하자
하늘바다꿈 : 저는 아직 사랑한번 못 해봤는데요 용기가 없어서 찐한 사랑 한 번 못해봤네요. 그래도 아직 젊으니까 기회는 무궁무진 하다고 생각하는데 작가님은 사랑도 많이 해보셨을 거 같거든요. 사랑을 많이 해보셨는지요?사랑을 할때는 패턴이 있는지 궁금하네요. 그리고 사랑 할 때 이것 하나 만은 명심해라 하는거있으면 알려주시면 감사해요.
안은영 : 연애를 하면 길게 하는 편입니다. 4년 5년 무려 7년짜리도 있어요! 연애에 패턴은 분명히 있죠. 그것이 안전장치이기도 하고 때로는 그것때문에 새로운 연애가 힘들어지기도 하죠. 제 경우는 시작도 늦고 끝고 늦다는 것. 보기보다 눈치가 없어서 뒤늦게 상대방의 감정을 받아들이고, 흠뻑 빠져서 허우적대다가 헤어질 때 몹시 힘들어해요. 음... 써놓고 보니 좀 바보같군요. 그래도 잘하는 거 한 가지는 그 긴 연애기간 동안 상대방이 저를 지루해했던 적은 없었다는 고백을 매번 들었다는 것인데, 그나마 연애를 다이나믹하게 하는 힘이 아닐까, 싶어요 적어도 제 경우엔.
사랑의 시시함 VS 사랑의 위대함
vicky0104 : 사랑이 참 시시껍절하다고 느껴질 때.. 반대로 사랑이 참 대단한 거라고 느껴질 때는 어떤 때인가요?
안은영 : 시시껍절하다고 느껴질 때-나랑 키스하면서 TV 속 축구에 눈을 고정시킨 남자친구를 봤을 때요. 대단하다고 느껴질 때는 이 남자가 나를 참 많이 이해하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때의명해요. 인정하진 않지만 너하고 싸우고 싶지도 않아. 그러니까 열 내지 마. 라고 말하곤 나중에 꼭 한번 ’그때 너 되게 웃겼어’ 라고 되짚어주는 센스. 남자는 단순해서 연애의 정치학엔 여자보다 서투르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