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재미있다. 재미있는 책을 읽을 때는 좀 두꺼웠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하곤 했다.
몇 페이지 안남았을 때 좀더 천천히 읽으면서 끊나지 않기를 바라기도 하고...
어려움과 역경 속에 사는 주인공이 주위 환경을 디디고 행복이라는 것을 찾아 깨어나는 소설이다.
중고등학생들이 보면 참 괜찮을 것 같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 너무나 마음에 든다.
주인공 완득이, 담임선생님 이동주선생님(완득이는 똥주라 부름), 난장이 아버지, 베트남 어머니... 여자친구 정윤하...
완득이는 베트남어머니를 두었는데, 자신의 어머니라는 존재를 선생님이 알려줘서 알게 된다.
결혼업체 소개로 한국에 온 어머니.. 장애인인 아버지와 결혼해서 아들 하나 낳고, 이혼하고 떠나가고..
나중에 완득이를 찾고, 둘이 만나는 장면은 감동적이기 보다는 밋밋했었던 것 같다.
무슨 모자 상봉이 이렇게 허무한지, 그분이든 나든 눈물 한 방울 흘려줘야 하는 거 아닌가?
완득이의 자조섞인 생각은 어쩌면 현실적인 장면을 표현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담임선생님 이동주선생님.. 완득이는 똥주라 칭한다.
사회과 선생님이지만 만날 욕을 입에달고, 완득이네 옆 건물 옥탑방에 살고 있으면서 완득이에게 나온 배급품을 뺏어먹는 선생님이다.
완득이가 교회에 가서 똥주를 죽여달라고 하느님께 기도를 했을 정도이니... 과히 이 둘의 사이가 짐작이 될 것이다.
하지만 선생님은 외국인노동자를 위해 힘쓰는 사람이었고, 누구보다 완득이네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이기도 했다.
선생님의 집안이 부자인 걸 안 완득이는 선생님께 독설을 내뱉지만..
선생님은 욕설과 비난조로 이야기하는 듯 보이지만 마음 속에 쏙쏙 와닿게 말씀도 잘 하시는 것 같다.
"하도 가난해서 다른 나라로 시집온 어머니 있어봤어요? 쪽팔려 죽겠는데 안 가져가면 배고프니까, 할 수 없이 수급품 받아가 본 적 있어요!"
"쪽팔린 줄 아는 가난이 가난이냐? 햇반 하나라도 더 챙겨 가는 걸 기뻐해야 하는 게 진짜 가난이야. 이** 야"
이런 과연 선생님이 있을까?
전형적인 선생다움은 없지만 아이들을 위하는 마음 하나는 가득 담고 계신 듯하다.
그리고 또 하나의 캐릭터 여자친구 정윤하...
어찌보면 완득이는 가난하고 불쌍한 아이가 아니라 주위에 따뜻한 사람들이 존재하는 행복한 아이가 아닌가 싶다.
점점 완득이가 깨달아가는 모습이 참 보기가 좋고, 자기가 좋아하는 킥복싱을 하는 모습도 보기 좋다.
안정감을 찾아가는 주변의 상황도 괜찮다.
아버지와 내가 가지고 있었던 열등감. 이 열등감이 아버지를 키웠을 테고 이제 나도 키울 것이다. 열등감 이 녀석 은근히 사람 노력하게 만든다.
대단한 거 하나 없는 내 인생, 그렇게 대충살면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거창하고 대단하지 않아도 좋다. 작은 하루가 모여 큰 하루가 된다. 평범하지만 단단하고 꽉 찬 하루하루를 꿰어 훗날 근사한 인생 목걸이로 완성할 것이다. p.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