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연이 딸과 살아가는 다큐를 시청한지 얼마 되지 않아 이 책을 만났다.자신을 드러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방송이라는 경로는 더더욱 그러하다.  김연은 방송을 통해 마지막 보험이 죽음이라고 했다. 지금 17살인 딸이 스무 살이 되고 자신의 나이 쉰에 자신을 위한 유럽 배낭 여행을 떠날 것이라고 했다. 엄마가 아닌 이제 그녀 스스로를 위한 삶을 꿈꾸는 그녀. 홀로 딸을 키워가는 그녀는 고독하고 외로워 보였으나 행복해 보였다.  김연처럼 우리 주위에는 혼자 사는 여성들이 많다. 여전하게 세상은 아직도 그녀들에게 많은 편견을 갖고 있지만 그들을 당당하게 세상과 맞서고 있다. <미술관에는 왜 혼자인 여자가 많을까>의 원제는  On My Own.  이 책의 저자 플로렌스 포크는 두 번의 이혼으로 혼자가 된 자신의 이야기와 심리치료사가 되어 상담해온 많은 여성들의 이야기를 통해 스스로 행복해지는 법을 말한다.

 연인이 있는 것, 그리고 더 나아가 결혼이라는 것이 행복으로 향하는 마법의 문처럼 생각하는 여성들이 많다.  나도  한 때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삶은 원하는 대로, 계획하는 대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이별을 경험하게 된다. 혼자 남겨져 살아야 한다는 것, 정확하게 말하면 둘이었다가 혼자가 된 상실감은 크다. 연인과의 이별, 남편과의 이별이든 대부분의 여자들은 결별의 이유를 자신에게 찾으려고 애쓴다. 사랑했기에 믿었기에 때로 배신감은 더 클 수 있다. 

 저자는 ‘혼자라는 것은 하나의 기회다’ 라고 말한다.  혼자만의 공간을 통해  누군가의 아내, 누군가의 연인으로써 존재가 아닌 여성으로써의 존재를 발견할 기회라는 것이다. 이런 모습은 기혼 여성들이 베란다나, 부엌 한 켠에 자신의 공간을 마련하고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갖고자 하는 마음과 같은 것이라고 생각된다. 혼자라는 것의 확장은 고독과 이어지는데, 고독은 외로움이 아니었다. 고요하고 안정된 마음을 넘어 초월적이고 창조적인 것과 관련된 것이었다. 순간, 나는 고독해지고 싶어졌다. 

 혼자라는 것을 견디지 못하는 여성들에게는 자신만의 트라우마가 존재하고 있었다. 대부분의 경우 어린 시절 부모나 주위 친구들에게 받은 상처가 연장되어 있다는 것은 놀라운 것이었다. 아픈 부모가 자세히 설명해주지 않고 떠나버렸을 때, 친구들 사이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믿었던 어른에게 폭력을 당한 상처들이 그러했다. 특히나 ‘상실의 원인이 무엇이든 아이는 잘못한 것은 자신이라고 생각한다. ’ p 115 라는 문장을 읽었을 때 가슴이 먹먹해졌다. 작가는 어린 시절 그 상처를 견디기 위해 찾았던 비밀의 정원을 기억하라고 한다. 당신을 위해 썼던 일기, 책 읽기,  빨간 머리 앤의 상상하기도 비밀의 정원의 형태인 것이다.

 혼자라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생길 때 가장 필요한 것이 자신에 대한 믿음이라고 강조한다. ‘자신에 대한 믿음이 있으면 길에는 생각보다 더 많은 갈림길이 있다느 것을, 더 많은 기회가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잘할 때까지 똑같은 걸음을 반복하며 연습함에 따라, 갈림길이 선명하게 보인다. ’ p 247  나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없다면 반복도 연습도 하지 못한 채 갈림길에서 주저앉게 될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믿음을 바탕으로 변화되는 자신을 만나는 것이 행복이라는 것을 안다면 피나는 노력도 두려울 것이 없다는 것이다.

 혼자만의 시간을 찾은 여성들에게 있어 창조적인 삶이란 자신의 비밀스러운 삶을 찾아내는 행위이며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표현할 수 있는 행위라는 것은 고독의 참의미가 된다는 것을 책을 통해 발견하게 된다. ‘고독은 풍요로운 상태다. 나와 주변의 고요함 사이에 아무것도 끼어들지 않는 상태다. 시야를 가리는 장애물이 하나도 없는 상태, 생각이 왔다 갔다 하지만 아무것도 앞을 가리지 않고 모든 사물이 그 자체로서 그대로 존재하는 상태. 바람이 불어 그 상태를 흩뜨려놓지 않는 한, 균형을 잡을 수 있는 한, 우리는 고독의 파도를 타고 해안으로 간다. ’p 298  아, 정말 멋진 말이다. 물론 온전하게 내 것으로 만들 수 없는 문장이지만, 나는 흥분하고 있다.

 책이 주는 특별함은 여성들만의 위한 상담, 모든 연령대의 여성들의 고민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동생이거나 후배, 언니나 엄마, 할머니가 될 수 있는 모든 여성들의 이야기. 물론 소개된 것이 여성들을 위한, 혼자인 여성들을 위한 삶의 정석은 아니겠지만 여성들이 행복해질 수 있는 것에 대해 말하는 것은 분명하다. 마지막으로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세 가지다. 인식하고, 이름 붙이고, 표현하라는 것이다.  내 안에 있는 욕망과 감정을 인식하고 그것들에게 이름을 붙여주고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권리가 있다는 것을 나 자신을 위해 표현하라.

 어려운 책이지만, 여성이기에 이 책을 읽는 동안 힘겨워 멈추기도 했고 공감하기도 했다.  또한 내가 감추고 있었던 나의 감정 상태도 체크할 수 있었다. 내 안의 깊은 우물을 들여다 보게 한 이 책을 이렇게 말하고 싶다. 여성인 당신에게, 당신을 위한 책이라고.

 엄마인 저는 아직 그렇게 파닉스에 목마르지 않은데, 아이는 목마른 것 같습니다. 파닉스 큐 책을 아이와 함께 하면서 드는 생각이에요.

 50개월 아직 파닉스를 본격적으로 안 접해도 될 것이라 생각하는 엄마와 달리. 아이는 파닉스가 좋답니다. 파닉스큐 교재가 왔어도 사실  바로 안 주고 좀 숨겨 두었더랍니다. 엄마인 제가 요즘 주변이 복잡해서 아이와 차분히 할 시간을 벌기 위해서 말이에요, 그런데 소민이가 먼저 발견해서 가져왔습니다. 파닉스라면서 입이 헤벌쭉 벌어져서 좋다고 말이지요.

 소안이와 다투고 삐져서 방에 들어갔다가 컴퓨터 책상위에 놓여 있던 책을 발견하고는 삐친 기분은 어디가고 기분이 아주 좋아져서 나왔습니다. 어제 저녁 때 발견하였는데 하루 만에 본 책은 unit 3의 반 정도까지  하고, 워크북은 unit 4까지 하고, 다음 날 눈 뜨자 마자 또 하자면서 책상위에 펴놓고 엄마보고 시디 틀어 달라고 하는 아이를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모르겠습니다. 제 아이이지만 유별난 것 같기도 하고, 아이에게 딱 맞는 좋은 교재를 찾은 듯도 싶고 말이지요. 아이와 함께 하면서 살펴 본 파닉큐 1단계이야기를 해 봅니다.

 <파닉스큐 1단계 의 구성>

파닉스 큐는 전체 4단계로 구성되어 있는데, 제가 아이와 처음으로 접한 것은 1단계 Alphabet & Sonuds로 파닉스의 기본이 되는 부분입니다. 본 책 1권(시디 포함+ 스티커 2장), 워크북 1권이 세트입니다. 가격은 워크북까지 포함해서 한 세트가 19,000원입니다. 본책에 들어 있는 시디는 오디오 시디 + 학습용 PC 시디 겸용으로 오디오에서는 그냥 소리만 나오지만 PC상에서는 게임, 챈트, 플래시 에니메이션 등이 다양하게 있어서 지루하지 않고 책의 내용을 반복 학습할 수 있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본 책 >

 

 

 

전체 9강으로 되어 있는데, 3강이 끝난 후에 Review할 수 있는 2페이지와 4쪽의 미니북이 들어 있어서, 앞에서 배운 것을 복습할 수 있게 구성이 되어 있습니다.

 한 강의 구성은 3가지 글자와 그에 해당하는 3가지 단어를 챈트로 듣고, 써보고, 글자를 찾아 동그라미 치는 활동(또는 대소문자 연결하기)/도입부에서 챈트로 접한 글자와 단어를 듣고 따라하기. 스티커 붙이기/듣고 글자와 단어를 체크하기, 듣고 쓰기(또는 연결하기)/문장으로 된 챈트를 듣고, 그림에서 해당 단어 찾아 동그라미 치기, 퀴즈(듣고 표시하기. 제시단어와 같은 음절로 시작하는 단어 표시하기) 등이 4장(8페이지)으로 되어 있습니다.

 기존의 집에 있던 파닉스 관련 책은 그냥 인터넷 서점에서 원서로 구입하거나 해서 시디가 없어 좀 아쉬웠는데, 이 책은 시디로 듣고, 따라하고, 퀴즈까지 풀게 되어 있어서 마음에 들어요.

 본격적인 파닉스를 위해서도 좋지만 1권은 알파벳과 그 음가를 다루고 있어서, 파닉스를 위해서가 아니라도 알파벳과 단어들을 익힐수가 있어서 좋습니다. 시디를 PC에 넣으면 알파벳 쓰는 순서도 함께 제시되어 있어서 알파벳을 익히기에도 아주 좋은 것 같습니다.  

  

 소민이는 처음 해 보는 듣고 체크하는 활동이 재미있나 봅니다. 알파벳을 좋아해서 이미 접한 익숙한 단어들이 나와서 그런지 어려워 하지 않고, 아주 재미있어 해요. 5살 소민이 수준에 아주 적당한 것 같습니다. 퀴즈도 어렵지 않게 푸는 데 조금 어려운 점은 번호 순이 아라비아 글자가 아니라, 소문자 abc등으로 표기되어 있어서, 체크하다가 조금씩 혼동이 오는 것 같습니다.  

 

 

9번째 듣기 문항에서 Bb가 제시되었는데, 알면서도 순간 b번호에 체크하더라구요. egg그림을 보는 것이 아니라 번호를 보고 말이에요. 이런 점이 여러 군데 보이는 것이 빨리 듣고 바로 체크하는 부분에서 조금씩 혼동이 오나 봅니다.  번호가 123의 아라비아 숫자 였음 그렇지 않았을 터인데, 점점 진행 할수록 적응이 되긴 하겠지만 이런 듣기 학습 처음이라 이런 문제가  보입니다.

 

 

 시키지도 않았는데 2틀째 되니 처음보다 요령이 생겼는지 도입부의 챈트 나오는 부분에서는 들리는 단어들은 표시도 해 가면서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듣습니다. 퀴즈 푸는 속도도 빨라져서 첫 날에는 바로 바로 못하기에 제가 끊어서 조금씩 여유를 주었는데, 둘째날은 그러지 않아도 될 정도로 속도도 많이 빨라졌습니다. 시디에 담긴 제 속도로 하면 간간히 위의 글자와 아래 그림을 한꺼번에 할때 조금씩 혼동이 오긴 하지만 그럴 경우에만 시디를 일시정지 시켰는데, 몇 개 없더라구요, 점점 익숙해 져 가는 것이 눈에 보입니다. 상당히 재미있어 하고 말이지요. 주변 환경만 조용하다면(동생의 방해) 오늘도 꽤 많이 했을 것을 2강 반을 하고 어쩔 수 없이 학습을 끝내고 말았습니다.

 

<워크북>

 

 본 책을 하고 워크북을 해야 하는데, 소민이는 이 워크북만으로도 아주 좋아합니다. 엄마가 봐줄 시간이 안 되는데, 어제 자꾸 하자고 졸라서 어쩔 수 없이 워크북 먼저 내어 주었답니다.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은 하고, 모르는 것만 질문하라고 말이지요.

어찌나 즐거워 하면서 하던지요. 5살 아이인데 이렇게 쓰고 학습하는 것을 어찌나 좋아하는 지, 사실 저도 신기할 따름입니다.

   

 

워크북의 활동 상당히 재미있어 합니다. 한 unit당 4페이지로 구성되어 있어요. 본 책에서 다루고 학습한 내용을 반복하는 수준이에요. 각 글자로 시작하는 단어 찾기, 제시된 그림을 보고 첫 글자찾기, 따라 써보기, 첫 글자 쓰기, 해당하는 그림을 보고 색칠하거나 세모, 네모, 동그라미로 구분해서 표시하기 등등의 활동을 하게 되어 있습니다.

 

 

<학습용 CD>

 

이 시디가 제법 좋은 이유는 PC에서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이에요. 

 

 

 일단 들어가면 이렇게 시디에 들어 있는 주제 unit들이 한 눈에 보여 클릭하게 되어 있어요. 본 책의 구성처럼 3강이 끝나고 Review를 할 수 있는 부분이 나옵니다. 여기선 퀴즈를 풀게 되어 있어요.  그리고 리뷰 부분 말고 각 unit를 들어가면 sounds, chants, reading, games 등이 나오는데, sounds에서 알파벳을 어떻게 쓰는지도 그 음가와 더불어 알 수 있습니다.

 역시나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게임입니다. 버블 게임도 있고, 과녁을 맞추는 게임도 있어 재미있어 해요.

본 책에서 나왔던 내용을 눈으로 보면서 귀로 들을 수 있으니 효과가 배가 되는 것  같아요. 챈트도 신나고, Reading 부분은 플래시 동영상으로 되어 있고, 읽는 부분은 색깔이 바뀌게 되어 있어?기 연습하기도 좋은 것 같습니다.

 

 

아직은 1단계를 할 수준이지만 차후 본격적인 파닉스를 접하게 할 때 활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일단은 아이가 참 즐거워 하구요, 두번째는 직접 들으면서 교재를 진행하게 되어 있어서 엄마가 못해주는 발음부분에 대해서 아주 안심이에요, 시디 또한 아이가 놀면서 학습하기에 적당하게 되어 있는데다가 본문의 내용을 반복학습할 수 있어서, 이 세트 하나면 파닉스 정말 정복이 될 것 같습니다. 중요한 것은 아이에게 너무 빠르지 않게 적정연령대에 들여 주는 것만 남은 것 같습니다.

이렇게 아이에게 맞는 좋은 교재를 알게 될 때 엄마는 행복합니다.        

 

09.05.29

<히가시노 게이고> - 재인 \12,000

 정말 나오기 전부터 읽고 싶었던 히가시노 게이고의 신작 <예지몽>. 제목이나 표지부터가 오컬트적 분위기를 물씬 풍기고 있는 것 같다. 이러한 ‘오컬트’적 분위기와 ‘유가와’의 분석적인 분위기가 섞여진다는 게 조금은 의외였지만, <용의자 X의 헌신>에서 봤던 그 친숙한 ‘구사나기’와 ‘유가와’가 어떤 이야기를 이어나갈지 궁금해 하며 책장을 펼치게 되었다.

5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는 <예지몽>..

 처음에 나는 <예지몽>이라는 작품이 ‘장편 소설’인 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책장을 펼치자 나를 반겼던 것은 ‘1장 꿈에서 본 소녀’라는 한 단편의 타이틀이었다. <예지몽>은 ‘꿈에서 본 소녀’, ‘영을 보다’, ‘떠드는 영혼’, ‘그녀의 알리바이’, ‘예지몽’의 5장으로 이루어진 단편집이었던 것이다.(나는 폴터가이스트 현상이 다뤄진 ‘떠드는 영혼’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그 단편들은 하나 같이 ‘오컬트’적인 사건들을 다루고 있었다. 약간은 신기한, 영적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그 사건들.. 하지만 그 오컬트적 사건들도 유가와의 명석한 추리에 의해 하나의 계획된 사건으로 밝혀지고, 기묘하게만 느껴졌던 영적인 빛이 벗겨지고 있었다. 아니, 엄밀히 말하자면 완전히 벗겨지진 않은 것 같다.

기묘하게 일어나는 초자연적 현상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예지몽>에는 초자연적? 되는 사건들.. 형사 구사나기의 집념과 유가와의 논리로 그 사건들을 하나씩 풀어나가는 것이다. 나는 <예지몽>을 읽으면서 초자연적인 현상들이 ‘음모’였다는 것을 차츰차츰 알아나갈 때마다 왠지 모를 허탈함을 느꼈던 것 같다. 내심 초자연적 현상이 존재하기를 응원했던 것일까.. 유가와의 ‘너무도 논리적인’ 그 모습에 조금은 반감이 들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난 명석한 두뇌의 유가와도 괜찮지만 아무래도 직접 발로 뛰는 구사나기 쪽이 마음에 드는 타입이니까.. 아무튼, 이러한 미묘한 감정들 때문에 작품이 끝나는 순간까지 한 사건이라도 초자연적인 것이 존재하길 기대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 기대는, 마지막 단편인 ‘예지몽’에서 충족됨으로써 내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어 주었다.

 단편 ‘예지몽’의 작품 내용이 충족 시켜주었던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마지막 부분의 소녀의 한 마디.. 다음 사건을 예견하는 그 한 마디가 예지몽의 존재를 인정함으로써, 히가시노 게이고가 나에게서 반쯤 강탈해갔던 초자연적인 분위기를 다시금 내 손으로 안겨다 준 것이다. 하하.. 그 느낌이란.. 마치 빼앗긴 선물을 다시 돌려받은 어린아이의 훈훈함이랄까.. 히가시노 게이고는 다시금 ‘초자연적 존재’를 인정함으로써 독자들로 하여금 생각할 여지를 제공해 주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상상력’을 제한한다는 것은 가혹하고도 멍청한 행위임을 뼈저리게 알고 있는 것은 작가 바로 자신일테니까.. 참 새삼스레 히가시노 게이고의 센스에 감탄하게 된 것 같다.

작가의 경험이 녹아 들어있는 문학..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을 읽으면서 매번 드는 생각이지만, 정말 한 작품에는 작가의 경험이라든지 배경 지식이 녹아들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전기 공학과를 나왔고, 엔지니어로 일했던 경험이 있는 히가시노 게이고이기에, 여러 가지 과학적 사실들(줄다리기의 예, 유리를 가열하면 전기가 통한다는 등의)을 인용하면서 작품을 전개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전문지식의 인용은 작품의 사실성(소설은 허구성을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을 강화 시켜주었고, 우리가 몰랐던 과학적 사실들을 일깨워 줌으로써 독자의 흥미를 유발하는 효과까지 거두고 있었다. 참.. 작가가 살아온 모든 시간들이 ‘문학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니, 왠지 모르게 헛되이 시간을 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공학과가 ‘이성적’인 느낌이 강하게 난다는 것을 핑계로 하기는 조금 묘한 감이 있지만, 공학과를 나온 히가시노 게이고가 <비밀>, <붉은 손가락>과 같은 정말 감성적인 작품을 썼다는 것은 참 대단하게만 느껴지는 것 같다.

 문득 든 생각이지만, 아마 히가시노 게이고는 유가와와 구사나기 둘 다의 성격을 가진 미묘한 인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하.. 뭐 그 인물들을 창조해 낸 ‘창조자’이시니 당연한 얘기겠지만.. 어찌 보면 그 창조자로부터 끊임없이 영향을 받고 있는 독자들도 히가시노 게이고로부터 창조된 것이니 모든 독자들의 성격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작품을 쓰고 난 뒤의 독자들의 반응에 대한 ‘예지몽’을 꾸면서 말이다. 하하.. 가장 초자연적인 존재는 ‘작가’일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서평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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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밤 자신들이 죽인 원혼에게 시달리고 있을 테지, 망령은 마음속에 있으니까.” - p126

“어떤 동기가 있어. 그 동기 때문에 화가 나서 범죄를 저지르지. 그런데 한번 저지른 그 범죄 때문에 또 열이 올라 앞뒤 가리지 않고 다음 범죄를 저질러. 악순환의 표본이라고 할까. 불현듯 정신을 차려 보면 최초의 동기 같은 건 어디로 가 버렸는지 흔적도 없다는 거지.” - p140

“우리 같은 일반인은 쉽게 신비를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어. 그것을 막는 것이 바로 과학 아니겠어? 자, 가지.” - p2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