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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풀리는 여자 스타일

“잘 풀리는 여자 스타일”이란 무엇일까? 이 책의 제목을 보는 순간 나는 잠시 고민했다. 그러다가 마땅한 해답 없이 그냥 책을 읽어보기로 결정했다. 제목으로 내용을 유추하는 것은 색다른 즐거움을 주지만 자유롭게 책을 읽을 수 없는 틀을 만들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내가 그동안 가지고 있던 작은 문제들, 소소하다고 생각하거나 귀찮다고 느껴 그냥 넘어갔던 일들을 하나씩 끄집어내어 천천히 짚어준다.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 이야기들이 많아 큰 새로움은 없었지만, 내 손이 닿지 않는 곳을 긁어 주는듯한 시원함이 느껴졌다.

서론을 보니 작가는 ‘잘 풀리는 인생’에 대해 이렇게 써놓았다.

잘 풀리는 인생에는 특별한 비결이 있는 게 아니다. 누구나 좋아해 주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다른 사람이 나를 좋아해 주는 만큼 나는 잘 풀리게 되어 있다.

누구나 좋아해주는 사람이 되는 것. 그것은 내가 항상 원하는 일이었다. 나는 종종 ‘어떻게 하면 다른 사람이 나를 좋아할까?’, ‘어떻게 하면 친한 친구들을 더 많이 만들 수 있을까?’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했었다. 이 책의 목표인 잘 풀리는 인생이 되기 위함보다는 외롭지 않기 위한 고민이었지만 방법적인 측면에서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가 되었다.

그녀는 연애시절부터 자수성가한 남편의 고생담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이고 진지하게 들어준다는 것이다. 그녀는 재미없는 이야기를 가슴으로 들었다. 그리고 매번 감동적인 표정을 지어가며 당신이 최고라고 말해주었다. (본문 41,42p)

이 책에서 내가 가장 배우고 싶었던 화술에 관한 이야기이다. 나는 부인의 모습을 통해 상대방에 대한 나의 반응의 태도를 반성했다. 맞장구가 중요하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고, 좋은 반응의 태도를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지만 상대방에 대한 진심어린 마음이 부족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사실 입으로 맞장구를 쳐주는 것도 어렵기는 하지만 마음이 담기지 않은 말이라면 그것에 무슨 힘이 있겠는가. 공중에서 흩어져버리는 말이 아닌 가슴 속에 박혀 기억되는 말로 호응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자신이 이해받고 싶은 만큼 다른 사람에 대해서도 가능하면 이해해 주려는 습성이 지나친 관용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착각하지 말자. 용서는 나중의 일이다. 살아온 환경이나 성격 등 그가 당신을 함부로 대할 만한 이유가 백 개는 넘는다 해도 먼저 돌아보아야 할 상대는 자기 자신이다. (본문 60p)

사람들과의 대화패턴을 떠올렸을 때 내가 자주 하는 것은 ‘넘어가기’이다. 상대방의 말이 내 마음에 상처를 내고, 그것이 가슴 속 자국으로 남아도 모른 척 웃어넘기는 것이 주특기인 것이다. 나는 그렇게 하는 것이 타인에 대한 배려이며, 그 사람과의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사실 그 안에는 싫은 소리를 했다가 나쁜 이미지가 생길까봐 두려워하는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작가의 말을 통해 새삼스레 깨달은 것이 있다.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나에게 가장 중요한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다’라는 것이다. 나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앞서 돌봐주기 이전에 나 자신의 마음을 돌봐줘야 할 의무와 권리가 있다. 그동안 다른 사람에게 비춰질 나의 이미지 때문에 움츠렸던 나에게 ‘너 자신을 먼저 챙겨도 괜찮아’라는 말은 내 행동에 당당한 자유를 주는 느낌이다. 물론 타인의 마음을 해치지 않는 선의 자유지만 말이다.

남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고 해서 거창한 해결점을 찾으려고 노력할 것까진 없다. 소소한 것이라도 괜찮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 가운데서 무리하지 않고 도울 일이 있다면 용기 있게 손을 내밀어보자. (본문 111p)

나는 가끔 내 결혼식에 사람들이 몇 명 정도 올지 상상하여 계산해보곤 한다. 친구, 동료 등을 떠올리다보면 올지 안 올지 아리송한 사람들이 많아 숫자를 세다가 만다. 그리고 얕은 내 인맥에 가슴을 친다. 작가는 인맥을 쌓기 위해서 다른 사람을 도와주라고 말한다.

난 다른 사람을 도와줄 때도 여러 가지를 따져보는 편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인지, 꼭 해야 하는 일인지, 얼마만큼의 시간과 노력이 들지 등을 말이다. 그런데 이런 생각을 하다보면 도와주고자 하는 마음이 사그라지고, 도와줄 타이밍도 놓치고 만다. 되돌아보면 충분히 해줄 수 있는 일이었는데 선뜻 나서지 못했다가 상대방의 신뢰를 잃고, 관계가 소홀해져 후회한 일도 있었다.

사실 주변 사람들이 원하는 도움은 거창하고 힘든 것이 아니라 관심으로 해 줄 수 있는 일들인 것 같다. 빌려달라고 부탁받은 책을 선물해준 일, 매일 타는 지하철의 시간표를 만들어 준 일, 아침에 일어나지 못하는 친구를 깨워준 일 등 별로 특별하지 않은 내 행동이 다른 사람을 기쁘게 해주었던 일을 생각해보면 말이다.

내 인맥은 내가 관리하는 것이다. 조금 손해 보는듯한 느낌이 들어도 기꺼이 도와주려는 마음을 갖고, 관심을 가져 적절한 순간에 적합한 도움을 주면 나는 사람들에게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안부를 물으며 상대방의 근황에 대해 아는 것도 필요한 것 같다. 수동적으로 오는 연락만 기다리는 나에게 먼저 연락하는 일은 다소 어려운 일이지만 그래도 그렇게 하고 싶고, 또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에는 내가 제시한 것 외에도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한 화법이나 행동방법이 많이 나와 있다. 작가가 제안하는 방법들은 꽤 구체적이며, 실현 가능하다.

문제는 나의 행동력이라는 생각이 든다. 맛있는 요리를 만들기 위한 레시피를 가지고 있어도 내가 활용하지 않는다면 요리의 맛은 변하지 않는 것처럼 책에서 알려주는 쓸모 있는 방법들을 내가 흘려보낸다면 나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다른 사람들과 잘 풀리는 관계를 가지고 싶다면, 그래서 잘 풀리는 삶을 살고 싶다면 행동하기로 지금 결심하자. 변화는 결심에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