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갈등과 대립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것은 서로의 마음에 상처를 주기도 하고, 관계를 서먹하게 만들기도 하기 때문에 나는 되도록이면 사람들과 마찰을 만들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갈등을 피하기 위하여 내가 선택하는 방법은 주로 이런 것들이다. 다른 주제로 넘어가기, 그 자리를 피하기, 하고 싶은 말을 삼키기... 이 방법들은 나에게 유용하게 사용되지만 때로는 참지 못할 분노와 답답함을 유발하기도 한다. 내가 그동안 문제를 부딪치지 않고 넘어만 다녔던 것일까?
갈등의 긍정적인 면에 대하여 고등학교 때 배웠던 기억이 있다. 그 때는 머리로 이해하고, 끄덕이며 받아들였던 것 같은데 실제 나의 삶 속에서는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나는 다른 사람의 비판과 이의제기에 굉장히 민감한 사람이다. 나랑 다른 의견을 내세우는 사람은 나의 얼굴을 보면서 내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이 책을 통하여 비판에 조금 너그러워지는 사람이 되기를 원했다.
이 책에서는 갈등과 대립을 넘어선 성공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있다. 별다른 갈등 없이 의사결정을 이뤄내는 조직보다 갈등을 이겨내고 합의점에 도달하는 조직이 더 바람직하다고 이야기한다. 또한 어떻게 하면 서로 다른 의견을 조율할 수 있는지에 대하여 설명해 준다. 적을 동지로 만들기, 공감하기, 예스/예스의 원리 등을 통하여서 말이다.
개인적으로 내가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위대한 도전'이라는 에필로그 부분이다. 그 부분에서 작가는 서로 다른 텍사스 롱혼 5마리를 통하여 갈등이 이뤄낸 성공을 보여주고 있다. 그것은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내용임과 동시에 작가의 주장을 이해하며 기억하는 것에 무척 효과적이다. 개인적으로 작가가 이러한 짧은 이야기를 에필로그에 써 놓은 것이 무척 마음에 든다.
텍사스 롱혼들의 모습을 통하여 나는 우리가 사는 세계의 사람들이 얼마나 다양한지 새삼 깨달았다. 그리고 서로 다른 성향의 사람들이 모였을 때, 또한 그 속에서 유발되는 갈등을 긍정적으로 해결했을 때 얼마나 좋은 결과를 이뤄낼 수 있는지 볼 수 있었다. 그것은 모두가 같은 생각을 했을 때 나오는 결과보다 조금 더 창의적이며 진취적일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아이디어와 개념을 대상으로 싸우는 일을 하고 있다. 주로 내가 상대방과 갈등을 일으킬 때는 내 아이디어에 대한 반대 입장을 내세우는 사람이 있을 때이다. 내가 생각해 낸 아이디어는 나에게 무척 소중하며, 거기에 누군가 이의를 제기하면 무척 불쾌하다. 그런 나에게 일침을 놓는 말이 이 책에 써 있었다.
얼마나 많은 아이디어가 진정으로, 그리고 근원적으로 당신 것일까? 당신의 아이디어는 여러 해에 걸쳐 수많은 사람들이 얻어서 당신과 공유해온 지혜의 표출이다. 당신의 삶에 축복을 내려온 이 지혜의 전당에 경의를 표하라.
이 말을 읽으며 떠오른 생각은 내 아이디어는 정말 내 아이디어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저자의 말처럼 내 아이디어는 아무것도 없는 빈 머릿속에서 떠오른 것이 아니라 그 동안 읽었던 책들, 들었던 강의들, 사람들과의 대화 속에서 이끌어 낸 것들이다. 조합하고, 계발한 것은 나이지만 근본적인 시작은 내가 아니었다.
이런 생각을 하면 ‘내 아이디어야’라는 자부심에 욕심을 내지 않고, 보다 겸손해 질 수 있다. 이 아이디어가 내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니,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를 보다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내가 조금은 용감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다. 종종 피할 때가 있기는 하지만 일에 있어서 다른 사람이 내 의견에 대해 반대 입장을 내세울 때는 그 이유가 무엇인지, 어떻게 수정하길 원하는지 친절하게 물어보는, 내 자존심을 굽힐 줄 아는 용감한 면도 가지고 있다고 말이다. 그런데 그것은 대부분이 가식이었던 것 같다. 실제로는 격한 감정에 얼굴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끼면서도 ‘나는 다 이해할 수 있다’로 포장하여 갈등을 대하였던 것이다.
나는 이 책에서 전하고 있는 방법들을 사용하여 갈등을 현명하게 대하고, 보다 성장하는 내가 되기 위하여 갈등을 이용하기 원한다. 참을성과 열린 귀, 차가운 머리와 따뜻한 마음을 가진 나 자신이 되기를 바라며 서평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