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사람의 위대한 일생에 대하여 알아가는 것은 나에게 즐거운 일이다. 오늘 나는 마음으로 닮고 싶은 한 사람을 또 만나게 되었다. 프레드 로저스. 그는 ‘로저스씨네 동네’라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많은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친 미국의 교육자이자 목사, 작곡자이자 텔레비전 프로그램의 진행자이다.

책 표지에서 볼 수 있듯이 그는 따뜻한 미소를 가진 여러 사람의 이웃이었다. ‘세상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았다.’라는 문구가 표지 위에 적혀있지만 나는 그 말을 ‘세상 많은 사람들을 사랑했다.’라고 고쳐주고 싶다. 내 옆에 있는 사람을 사랑하는 것도, 내 마음의 진실됨을 다른 이에게 보여주는 것도 어려운 일인데 그는 텔레비전이라는 매체를 통하여 사람들 개개인에게 진실함으로 다가갔다. 그것이 어떻게 가능한지 나는 이 프로그램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알 수 없다. 하지만 프로그램을 보며 자란 사람들이 그에게 보내는 찬사와 감사를 볼 때 나는 그가 대단히 진실된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고 느낄 수밖에 없었다.

이 책은 그와 영적인 관계를 가졌던 한 작가에 의하여 쓰여진 책이다. 프레드의 자서전이 아닌만큼 그의 솔직한 내면이 100% 담기지는 않았겠지만 그가 끼친 영향력이 실제인지에 대한 신뢰감은 높은 책인 것 같다. 이 책에 담긴 그의 말과 그의 모습을 통하여 나는 그에 대하여 알아갈 수 있었다.

첫 번째, 그의 조언 중 나에게 다가온 말은 바로 이것이다.

한 번 옮겨 심은 나무가 다시 자라려면 오랜 시간이 걸리지요. 당신도 마찬가지예요. 당신의 건강한 뿌리가 새로운 공동체의 새 토양에 있는 영양분을 발견할 수 있도록 시간을 주는게 필요할 거에요.

살다보면 자신이 속한 공동체를 옮길 때가 생긴다. 나도 8개월쯤 새로운 공동체를 찾았었다. 당시 나는 새 환경이 주는 두려움과 외로움, 적막함에 무척 힘겨웠다. 하루하루 버티듯 그 자리에 머물렀었다. 그런데 지금 나의 모습은 어떠한가? 나는 새 공동체가 마치 원래부터 내가 있었던 곳인마냥 편안함과 익숙함을 느낀다. 생각지 못한 단점들을 발견하기도 하지만 그보다 많은 장점들을 찾아내어 만족감을 느끼기 시작한다.

프레드 로저스의 말처럼 옮겨 심은 나무는 새로운 토양에 뿌리를 내리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처음부터 그것을 알았다면 그렇게 힘들어하고 좌절하지 않았을텐데...... 하지만 이 말을 몸소 경험하여 체득한 것에 감사하다.

두 번째, 동감을 불러일으켰던 그의 경험은 ‘비판’에 대한 깨달음이다. 프레드가 엉터리라고 느꼈던 설교에 대하여 함께 들은 친구는 눈물을 흘리며 감동받았던 일을 통하여 그는 그들의 반응에는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느꼈다. 친구는 필요를 가지고 온 사람이고, 자신은 비판하러 온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는 그 경험 이후 비판을 자제하게 되었다고 한다.

세상에 있는 사람들은 여러 경향성을 가지고 있지만 그 중 하나인 ‘비판’은 무서운 감정인 것 같다. ‘비판’의식이 투철한 사람은 어떤 사물이나 현상이 가지고 있는 긍정적인 면을 발견하기 어렵다. 그로 인해 감동을 받을 수도 기쁨과 감사도 느낄 수가 없다. 감정은 메말라가고, 삶은 건조해진다.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말이다.)

그런데 ‘타인에 대한 비판’이란 재미있게도 나 자신을 우월하게 만들어 주어 나도 모르게 자주 사용하게 된다. 비판을 통하여 ‘나는 저 사람의 잘못된 부분을 알고 있어. 나는 저 사람보다 나은 사람이야.’라는 느낌을 갖게 되곤 한다. 타인을 깎아내림으로써 자신을 높이는 행동이 비겁하고 자신없는 행동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무의식중에 행하는 내 모습이 정말 부끄럽다. 하나의 경험을 통하여 남은 삶을 바꾸는 프레드 로저스처럼 하나의 깨달음을 통하여 남은 삶의 모습을 바꾸는 내가 되고 싶다.

세 번째, 부러움을 갖게 한 책의 내용은 프레드 로저스와 작가의 관계이다. 서로 떨어져있어도 기도를 통하여 교감을 나누며 격려할 수 있는 관계. 나는 그러한 관계를 꿈꾸기만 했지 그것을 위해 노력한 적은 없는 것 같다. 나이가 들면서 진정한 친구가 그리워진다. 단순히 내 옆에 있는 친구가 아니라 서로 기도하며 삶을 나눌 수 있는 친구를 만들고 싶다. 영혼이 닮은, 영혼이 통하는 그러한 친구가 되기 위해 내가 먼저 다가가기를 소망한다.

네 번째, 내가 감동깊었던 그의 인생관은 바로 이것이다.

나는 사람들이 어떻게든 자신이 독특한 가치를 지니고 있으며, 온 세상에서 자신과 똑같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기를 바랄 것입니다. 예전에도 절대 없었고 앞으로도 절대 없으리라는 사실 말이죠. 그리고 그들이 자신들을 지으신 그분께 독특한 방식으로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기를 바랍니다. 또 영원하신 하나님이 우리를 사랑하신다는 것을 아는 방식대로 다른 사람을 가치있게 여길 수 있다면 그리고 그 사람을 사랑할 수 있다면 그렇다면 나는 무척 감사할 것입니다.

프레드 로저스는 자신의 마지막 교훈으로 ‘자신이 가진 독특한 가치’를 말하였다. ‘세상 사람들 중에 나와 같은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 나는 독특하고, 소중한 존재이다’라는 감정은 어렸을 때부터 심어줘야 할 중요한 인성중의 하나이다. 그런데 세상에는 이런 ‘자아존중감’을 가진 사람들이 많지 않다. 사람들은 자신의 가치를 다른 사람으로부터 찾기 위해 진실된 자아를 왜곡하기도 하고, 타인에 의해 점수 매겨진 자신을 보며 좌절하기도 한다. 자신에 대한 가치를 알지 못하는 사람은 타인에 대한 가치도 알 수 없다. 자신을 소중히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다른 사람을 소중히 생각할 수도 없다. 하나님께서 만드신 최고의 존재인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하나님께서 만드신 최고의 작품인 다른 사람들을 그 모습 그대로 사랑하는 사람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의 삶을 통하여 나는 이런 생각을 해보았다. 내 인생의 마지막 교훈을 다른 사람에게 전한다면 나는 무엇을 전하겠는가? 내 삶을 통하여 다른 사람에게 알리고자 하는 가치는 과연 무엇일까? 아마 그것은 ‘감사’일 것이다. 하루하루 감사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큰 기쁨인지, 감사가 가진 힘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내 모습을 통하여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원한다.

이 책을 읽는 사람은 여러가지 생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텔레비전 방송에 대한 생각(진지함과 사명감을 가지고 방송되는 프로그램이 얼마나 될 것인가에 대한 생각), 다른 사람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인생이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 나 자신에게 있어 최고의 삶이 어떤 것인지에 대한 생각 등 말이다. 이 책은 흥미진진하고 한시도 눈을 뗄 수 없을만큼 재미있지는 않지만 그보다 큰 따뜻함과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책이다. 진실함에 대하여 알고 싶은 사람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