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천에게 있어 십자가는 사랑이다. 우리의 죄를 사하기 위하여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를 주신 하나님의 사랑이 십자가에 담겨있다. 십자가를 볼 때 나는 하나님의 사랑에 감사하여 눈물이 나고, 인간의 죄를 위하여 고통당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떠올리며 눈물이 난다.

‘목수 레바이’는 그동안과 다른 시각으로 십자가를 바라보게 한다. 이 책은 예수님이 달려 돌아가신 십자가를 만든 한 목수의 이야기이다. 여태껏 수없이 십자가를 보았고, 십자가에 대하여 묵상하며 감사했지만, 십자가를 만든 사람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책의 소개를 보고, 그 당시 형틀이었던 십자가를 만든 목수는, 특히 예수님이 달리신 십자가를 만든 목수는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까 생각해보게 되었다. 보다 직접적인 목소리로 듣고 싶어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목수 레바이는 십자가를 만드는 일을 한다. 그는 많은 십자가형을 목격하다보니 처형당하는 사람들에 대하여 무뎌졌다. 어느 금요일, 그는 자신이 만든 십자가에 매달려 죽는 예수님의 모습을 보며, 그동안 자신이 지었던 죄악들과 자신의 십자가에서 죽어갔던 사람들을 떠올리게 된다. 예수님이 진정 하나님의 아들임을 안 레바이는 영광의 왕이 달린 십자가를 만들었다는 죄책감에 고통의 날들을 보내지만 얼마 뒤 주님이 부활하셨다는 소식에 기뻐하고, ‘당신의 죄가 주홍빛같이 붉을지라도 눈처럼 하얗게 하실 것입니다’라는 베드로의 말에 자유로워진다.

이 책을 읽으며 내내 눈물이 났다. 레바이는 눈에 보이는 십자가를 만들었지만 나는 보이지 않는 십자가를 얼마나 많이 만들어냈는가. 레바이가 느꼈을 그 고통이 나에게 그대로 전달되었다. 아니, 나도 죄책감을 그와 같이 느낄 수 있었다. ‘하나님. 죄송합니다. 레바이와 같이 나도 십자가를 만드는 사람에서 십자가를 지는 사람으로 바뀌겠습니다.’ 라는 고백이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흘러나왔다. 

이 책은 그리 길지 않은 문장들이 적절한 편집과 어우러져 고통을, 감동을, 기쁨을 제대로 느끼게 만들어 준다. 내 삶에 반성과 더불어 나의 죄를 흰눈과 같이 깨끗하게 없이하여 주신 하나님의 은혜에 대한 감사가 나오게 만든다. 책은 얇지만 그 울림은 깊고 크다.

요즘 크리스천으로서 어떻게 삶을 살아가야 할지 태도와 실천에 대하여 언급한 책들이 많이 있다. 하지만 그 이전에 우리가 생각해봐야 할 것은 보다 근본적인 마음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한다. 이 책을 읽으면 마음을 만지는 하나님의 따뜻한 음성을 들을 수 있다.

 

 

‘여자를 바꾸는 5분 혁명’은 무척 유쾌하면서도 실용적인 자기계발서이다. 사실 처음 읽을 때는 ‘여자’보다 ‘주부’라는 말이 어울렸을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보편적인 여성들을 위한 제안들이 많았던 것 같다.

저자는 5분 동안 할 수 있는 유용한 일 60가지를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소개하고 있다. 저자의 유머러스함이 카툰과 글에 나타나서 독자는 재미있고, 쉽게 글을 읽을 수 있다. 별다른 감정 없이 책을 읽기 시작했던 나는 책의 중간 즈음에서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고, 책이 끝날 즈음에서는 폭소를 터뜨리며 책을 읽었다. 어느새 작가에게 동화되어버린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 책에서 소개되는 일들은 그리 특별한 것은 아니다. 벗은 구두 정리하기, 깨끗한 물 2리터 마시기, 문자메시지 심플하게 보내기 등 우리가 평소에 생각해 보았음직한 일들을 잘 정리해놓은 느낌이랄까? 이 책의 장점은 우리에게 새로운 무엇인가를 제안한다는 것에 있지 않고, 우리가 알고 있던 것을 시작할 수 있게 만드는 동기부여에 있다. 왠지 이 책을 읽다보면 내가 귀찮아서 평소에 하지 않았던 일들을 해야 될 것 같고, 나 자신이 변화될 수 있을 것 같다. 그것은 저자가 가지고 있는 긍정적 힘에 의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60가지를 읽다보면 사실 나에게 맞지 않는 부분도 있다. 나에게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되는 일도 있고, 의견이 다른 부분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나만의 혁명방법을 생각해보게 된다. 5분을 투자하여 나를 바꿀 수 있는 것에는 무엇이 있을까? 나는 책상 정리하기, 가계부 적기, 갑자기 생각 난 친구에게 전화하기 등을 생각해보았다. 책 뒤에 있는 체크리스트에 저자가 소개한 60가지의 일이 적혀있는데 개인적으로, 그것들에 여백을 두었으면 독자가 스스로 정해서 사용할 수 있지 않았을 까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오랜만에 자기계발서를 읽어서 그런지 주의가 환기되면서 ‘더 나은 내가 되자’는 기분 좋은 다짐을 하게 된다. 예전에 다른 사람의 모습을 보며 부러워하다가, ‘다른 누군가가 되려 하지 말고, 성장하는 내가 되자!’라는 결심을 한 적이 있다. 그동안 그 마음을 잊고 있었는데 이 책을 계기로 다시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에서 제안했던 ‘먼저 인사하기’, ‘감사하기’, ‘자세를 바르게 하기’가 나의 구체적인 목표 중의 하나이다.

오랫동안 옆에 끼고 싶은 책이 오랜만에 생겼다. 나 자신을 저절로 변화시켜 줄 것 같은 마술 같은 책이 아니라, 나 자신을 격려하고 토닥여줄 수 있는 책을 찾고 있는 사람에게 추천해주고 싶다.

 

‘우리 기억은 진짜 기억일까?’라는 책의 제목을 보았을 때, 나는 이 책이 사람들의 기억과 관련된 재미있는 심리학책일 것이라 생각하였다. 내가 알지 못하는 ‘기억’의 세계에 대하여 알게 될 것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나는 책을 펼쳤다. 그런데 이 책은 분명 내가 생각했던 흥미진진한 심리학책은 아니었다. 추천사에서 이 책은 우리가 고정된 것이라 믿으며 절대적으로 의지하는 ‘기억’이 얼마나 유동적이며 부정확한 것이지 말해주려는 책이라고 소개되어있는데 그 소재가 성추행, 근친상간이어서 그런지 읽는 내내 조금 힘든 마음이 들었다.

 

이 책에 소개되는 대부분의 사례에서 부모는 자녀의 성추행기억에 의해 고발당한다. 자녀들은 몇 개월, 몇 년, 또는 몇 십년동안 가라앉아있던 ‘억압된 기억’을 치료사들을 통하여 이끌어내고, 자신이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과거에 대하여 깨닫게 된다. 자신의 부모가 자신을 성추행했다는 사실을 말이다. 부모들은 이에 당황하고, 무죄를 외치지만 자녀들의 기억에 의해 그들은 유죄를 선고받기도 한다. 책의 전반부를 읽으면서 나는 되살아난 ‘억압된 기억’에 의해 깨지는 가정들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고, 사례들이 너무 구체적으로 소개되어 공포감도 느꼈다. 이 책을 처음 본 날은 마음이 뒤숭숭해서 잠에 들지 못할 정도였다.

 

나는 주로 이성보다 감성을 사용하여 책을 읽는데 그래서인지 이 책을 객관적으로, 어느 한 편에 서지 않고 공정하게 판단하며 읽을 수가 없었다. 나는 책에서 소개된 심리치료에 대해 불신이 생김과 더불어 치료사들에 대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왜 모든 심리문제를 성적인 부분과 연결시켜서 이끌어나가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고, 치료사들이 한쪽으로 치우쳐 상담을 이끌어나가도 되는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의도된 질문과 치료라는 이름의 활동들을 통하여 없었던 과거가 만들어지고, 그로 인해 많은 이들이 고통받는 것을 보니 ‘여러 사람이 한 사람을 바보로 만들기 쉽다'는 말이 생각났다.

 

이 책의 저자 엘리자베스 로프터스, 캐서린 케첨은 심리치료에서 주장하는 ‘억압된 기억’이 거짓된 기억일 수 있다고 말한다. 이들은 기억이 왜곡, 오염될 수 있고, 타인에 의해 거짓기억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 하며 여러 가지 근거를 제시한다. 나는 특히 다른 사람에게 거짓기억을 만들어내는 실험이 인상적이었는데 흥미로움과 동시에 섬뜩함을 느낄 수 있다. 내가 가지고 있는 기억들이 모두 사실에 기초한 것인지, 나의 각색에 의해 왜곡되었거나 다른 누군가의 의도에 의해 만들어진 것은 아닌지 두려워질 정도이다.

 

책을 읽으면서도 그랬지만, 책을 다 읽고 난 지금에도 나는 굉장히 혼란스럽다. 기억에 살이 붙여진다는 사실까지는 받아들일 수 있지만, 그동안 진실이라고 생각했던 내 기억속의 일들이 모두 진짜일지에 대해서는 자신이 없어진다. 오랜 시간 수집한 자료와 분석을 통하여 만들어진 책이라는 것과, ‘기억’에 대한 다른 시각을 볼 수 있는 책이라는 것은 알겠지만 나에게는 조금 버거운 책이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중심소재가 조금 평범한 것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