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를 태울 듯 뜨겁게 내리쬐는 태양, 조금만 걸어도 주르륵 땀이 흘러내리는 무더운 날씨, 여름은 사람들의 불쾌지수를 급속히 올라가게 만든다. 하지만 이런 여름을 생각하며 가슴 설레는 사람들이 있으니 그 이유는 바로 여름휴가 때문이 아닐까 싶다.

바다든 산이든 어디론가 떠나야 할 것 같은 여름, 눈길을 끄는 책 중의 하나가 여행과 관련된 책이다. 서점에 가면 여행책자들이 얼마나 많은지 고르기가 쉽지 않다. 이때, 독자의 손에 잡히는 데 영향을 끼치는 것이 바로 시선을 사로잡는 ‘제목’과 표지이다. 이 책의 제목, ‘휴가 안 내고 떠나는 세계여행 베스트 15’는 독자들의 구미를 당기기에 충분하다. 누구나 휴가를 가고 싶어 하지만 회사생활을 하며 자유롭게 휴가를 내기란 쉽지 않다. 그런데 휴가를 안 내고 세계여행을 갈 수 있다니 얼마나 희소식인가! 나 또한 그런 반가운 마음에 이 책을 들었다.

이 책은 휴양, 쇼핑, 가족, 도시, 온천, 유적의 여섯 가지 테마로 세계 15곳의 여행지에 대하여 소개하고 있다. 그런데 제목이 조금 과장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시아의 여러 곳을 소개해놓고 ‘세계여행 베스트 15’라니. 그러고 보니 휴가를 안 내고 가는 2~5일의 짧은 여행이라는 책의 컨셉과 ‘세계여행’이라는 제목이 어울리지 않는 것 같기도 하다. 

저자는 테마별로 여행지의 정보와 여행코스에 따른 쇼핑 아이템, 식당, 숙소, 즐길 거리를 소개하고, 예상 필요경비와 여행지에서의 교통편을 알려준다. 나는 하루 단위로 추천코스가 짜여 있었던 것이 마음에 들었는데 여행스케줄을 계획할 때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번째로 마음에 들었던 것은 쇼핑정보였다. 유럽여행을 갔을 때 각 나라별로 특별히 살만한 물건들을 적어갔음에도 불구하고, 사기가 어려웠던 기억이 있는데 이 책에서는 어떤 아이템을 사오면 후회하지 않을지 구체적으로 소개하고 있어서 쇼핑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세 번째로 마음에 들었던 것은 비교적 자세한 숙박시설 소개와 식당소개였다. 여행지에서 몸을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장소와 맛있는 먹거리는 정말 중요하다. 호텔별로 비교하며, 어떤 곳에 갈 때 어디에서 머무르면 좋을지 설명해 준 것과 어떤 식당에서 어떤 음식을 먹으면 좋을지 추천해 준 것이 마음에 들었다. 네 번째로 마음에 들었던 것은 여행비가 어느 정도 소요될지 알려준 부분이었다. 사실 이 비용은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대충 어림잡아 나라별로 비교해볼 수 있어서 마음에 들었다.

여러 가지 장점과 더불어 이 책에서 아쉬운 점을 꼽아보자면 이 책만 가지고는 여행을 가기 어렵다는 점이다. 여행을 다니려면 정확한 지도, 관광장소에 대한 풍부한 정보, 다양한 관광장소에 대한 자료가 필요하다. 그런데 이 책에는 이러한 것들이 충분히 제시되어 있지 않다. 하루 스케줄로 제시되어 있는 관광지의 수도 많지 않고, 저자의 취향에 맞는 곳들 위주로 소개되어 있다는 것도 아쉽다. 물론 저자의 경험을 담은 여행 책이기는 하지만 좀 더 여러 곳을 소개해놓아 선택의 폭을 넓혀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들었다. 나는 올 여름에 방콕에 가려고 생각했었는데 이 책을 보고 가고 싶은 곳도 있었지만 뭔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이 책은 에세이와 여행책의 경계에 서 있는 듯 애매한 느낌이 든다.

개인적인 생각에 이 책은 여행 장소를 선택하기에 좋은 책인 것 같다. 보통 여행지를 선택한 후 그에 맞는 책을 구입해서 보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 책을 보면서는 내가 평소에 관심을 두지 않았던 새로운 여행지에 대하여 많이 알게 되었고, 나중에 가보고 싶은 여행지도 생겼다. 어떤 곳으로 여행을 가야할지 망설이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을 통하여 마음을 정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