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 오스틴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이다. '오만과 편견'은 내가 가장 사랑하는 책이며,  제인 오스틴의 소설이라면 나는 어떠한 망설임도 없이 선택하여 읽고자 한다. '제인 오스틴의 미로'는 '제인 오스틴'을 걸고 있는 책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선택한 책이다.  오만과 편견, 엠마, 이성과 감성, 설득, 노생거 사원, 맨스필드 파크 등 제인 오스틴의 여섯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책이라고 하는데 내가 읽지 않은 책들이 있어서인지 그것은 잘 느끼지는 못했다. 책의 주요인물과 골자가 '오만과 편견'을 기틀로 하고 있어서 나는 그 책에만 초점을 두고 읽기 시작했다.

처음에 이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는 내가 생각했던 것과 무척 다른 책이어서 당황했다. 나는 제인 오스틴의 여러 책에 대한 감상과 해설이 들어있는 책인 줄 알았는데 책 제목처럼 독자는 정말 미로를 찾아가듯 여러가지 문제를 풀어가며 이야기를 진행해나가야 한다. 나는 1단계의 첫문제, 왼쪽과 오른쪽을 선택하는 문제에서 방향을 잘못 선택하는 바람에 임무를 실패하고 말았다. 책을 읽기 시작한지 5분도 되지 않아 책이 끝나버린 것이다. 나의 생각과 주관으로 선택하는 질문이 아닌 단순한 방향찾기로 이런 결과가 나타났다는 사실에 황당한 마음이 들었지만 끝까지 가보자는 생각에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였다.

엘리자베스가 되어, 여러가지 상황에서 선택을 하고, 퀴즈를 맞히는 것은 어려운 부분이 많이 있었다. 특히 그 시대의 문화에 대한 질문은 도대체 아는 것이 하나도 없어서 계속 틀리고 말았다. 그래도 나의 지성과 이성, 감성을 사용해야 하는 문제들이 나와서 처음만큼 황당하지는 않았지만 답에 따른 결과는 작가의 주관이 너무 많이 개입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선택한 번호를 따라 자꾸 왔다갔다 책을 넘겨야 하는 것은 번거로운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아, 정말 엘리자베스는 많은 선택 가운데에 있었구나. 한 순간의 선택으로 인하여 다른 결과를 가지고 올 수도 있었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엘리자베스가 정해진 틀 속에 있는 책의 한 인물이라기보다 살아있는 사람이 된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내가 선택하지 않은 정답들을 펼쳐보면서 여러가지 결말을 경험해보는 것도 색달랐다. 하지만 어떤 결말들은 너무 극단적이었다. 나는 중간중간 목이 부러져 죽기도 하고, 바람을 피우다가 좋지 않은 결말을 맺기도 하고, 이상한 방에 갇히기도 했는데 그럴 때마다 굉장히 섬뜩한 기분이 들었다.

여차저차 여러가지 과정을 거쳐서 드디어 끝에 도달했다. 책을 읽었다는 느낌보다 게임을 했다는 느낌이 강하게 남는다. 개인적으로 이 책으로 제인 오스틴의 매력을 느끼기에는 조금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제인 오스틴을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는 추천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지만 그녀의 책을 기틀로 한 퀴즈에 도전하고 싶은 사람,  독특함과 색다름을 원하는 사람들은 한번쯤 읽어봐도 재미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