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가위 감독의 새로운 시식품.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 이런저런 평들이 나부끼고 호불호가 갈렸지만, 상대적으로 이전작들에 비해, 왕가위의 할리우드판 레시피, '블루베리 파이'는 껄쩍지근한 편이었나보다. 자기복제에 대한 토악질을 해놓은 분도 있더만.

 

그러나, 나는 한입 베지 않고는 참을 수가 없었다. 바람결에 부대끼는 혹평, 왕가위의 나르시시즘과 매너리즘에 대한 비판은 그저 뒤로 돌리고. 늘 마지막으로 남는다는, '블루베리 파이'를 남겨둘 수 없었다. 손님의 간택을 받지 못해, 지독한 외로움 때문에 자기 이름도 잊어먹을지도 모를 그 파이를. 블루베리 파이 사이사이 흐르내리는 우유를 온몸으로 핥고 싶은 기분이 들 정도로.

 

나는 모든 감각을 열었다. 신경을 늘어뜨렸다. 최대한 느슨하고 흐리멍텅하게. 흐트러질대로 흐트러져도 된다. 왕가위의 (장편)전작주의자로서, 그의 영화를 보는 나름의 방법을 터득한 터. 전작들이 투사되면 되는대로, 나는 그저 블루베리 파이를 부유하는 우유처럼 흐른다. 그것이 내가 왕가위를 대하는 방식. 그 남자, 왕가위.

 

상처 있는 사람들

 

똑같다. 현란한 카메라워킹과 화려한 색감의 향연 속에서도 그의 페르소나들은 여전하다. 사랑하고 이별하고, 기쁘다가도 아파하고, 고독하고 외롭고 쓸쓸하다. 부박한 삶은 또한 니힐하다. 주룩주룩 흘러 내린다. 기쁨, 슬픔, 웃음, 울음, 관심, 무관심, 쾌활, 우울, 안정, 불안, 온순, 분노, 연민, 감탄, 암담, 황홀, 고뇌, 미움...

그림 같은 풍경을 담아 내기로 유명한 감독은 이번에도 기대를 져 버리지 않을 풍경을 담아왔다.

반짝 거리는 사랑을 하는 연인이 있고 그 둘의 아름 다운 추억 뒤로 밀려드는 멋진 풍경은 그림 같다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다.

 

사람의 마음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시들해진다. 처음엔 마냥 재밌고 좋게만 느껴지던 것들이 어느 순간 시간이 지나면서 당연해 지고 무감각해 지기 때문이다.  연인 사이도 마찬가지다. 서로 잘 모르는 두 사람이 만나서 서로를 알아 갈 때는 즐겁지만 다 알아버렸다고 생각하는 순간 시들해 지게 된다.

마치 원래부터 그런 것처럼 옆에 있는 걸 당연히 여기고 때로는 귀찮게 여기기 까지 하는 것이다 더군다나 요즘 같이 쿨한 세상에서는 사람의 마음은 변하는게 당연하다고 받아들여 지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불구 하고 변하지 않는게 하나 있는데 그게 시작 할때의 마음이다.

시작은 누구나 다 좋으니 말이다.

처음의 설레임, 두근 거림 그런 마음들 말이다.

 

영화속에서 여자가 사라져 버릴 위기에 놓이자 남자는 시간의 흔적을 따라간다.

계속 따라 가다 보니 어느새 남자의 기억은 처음으로 돌아와 있게된다.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소중한 마음이었는지를 깨닫게 된 순간 남자는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게된다. 처음, 그 설레임의 소중함을 알게 해준 영화. 따뜻한 봄날에 어울리는 영화

한지혜, 이천희의 허밍~

원작이 비보이인 남자와 발레를 전공한 여자의 이야기인데 반해

속편은 거리의 댄서 출신의 여자와 예술학교의 춤 전공자 남자의 이야기..

힙합 댄스를 기본으로 브레이크,살사댄스,발레,현대무용까지

다양한 장르의 춤들을 선보이는데

전편에 비해 춤을 보여주는 씬이 대폭 늘어났다...

그래서인지 솔직히 그만큼 스토리적 측면에선

전편보다 많이 빈약해지고 드라마틱한 부분이 덜해 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100분이라는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를만큼..

화면 전체에는 터질듯한 젊음이 넘쳐났고...

마치 스크린을 뚫고 나올 것만 같은...

뜨거운 열정이 느껴지는 춤의 향연에 온 정신을 빼앗기고 말았다.

춤의 문외한이 보더라도 어깨가 들썩여질만큼의 파워풀한 춤과

흥겨운 리듬의 음악이 쉬지 않고 몰아치는데

어찌 빠져들지 않을수가 있겠는가..?

아...아직은 나도 젊은가보다..후후..

 

숨돌릴 틈없이  바쁘고 치열한 경쟁사회를 살고 있는 현대인...

그속에서...진정으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열정을 쏟으며 사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하고 싶은 일도 하지 못하고...

아니,자기가 뭘 하고 싶은지도 모른채 살아가는 사람도 얼마나 많은데...

화면 속의 생동감 넘치는 앤디와 체이스,

그리고 정말로 자기가 하고 싶은 것에 모든걸 걸고

열심으로 매달리는 그들의 열정이 너무도 빛나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