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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와 여자 두 존재의 관계는 투쟁의 역사일까 공존의 역사일까? 동물적인 본능이 지배하는 승자와 패자의 원칙아래 상대방에게 주어지는 선택은 오로지 패자로서의 항복과 죽음뿐! 가깝고도 먼 사이인 남녀관계를 새롭게 진화해가고 있는 능동적인 여성의 입장에서 조명해보는 영화!-

아담과 이브가 에덴동산에서 선악과를 따먹었을 때부터 또는 이브의 꼬임에 넘어간 아담이 자신과 이브를 원망했을 때부터 남녀관계는 이미 예정되어진 결말을 향해 운명지어진 묘한 애증과 집착 그리고 소유욕으로 시작되었는지 모른다.
부 부혹은 남녀간의 전쟁을 다룬 대표적 영화들이 있다면 바로 "장미의 전쟁"과 "적과의 동침"일 것이다. 마이클 더글라스와 데니 드비토가 주연했던 장미의 전쟁은 남녀간에 벌어지는 부부싸움이 얼마나 치열한지 또 얼마나 어이없는 결과로 그 결말을 향해 치달아 갈 수 있는지 보여준 가히 충격적인 영화였는데 이 영화에서는 남자와 여자 모두를 동등한 평행선상에 놓고 양쪽 모두가 가해자이자 피해자로 분한 반면에 "적과의 동침"은 남성위주의 권위 중심적인 사회에서 약한 여자가 당해야 하는 연약하고 수동적인 피해자의 모습으로 줄리엣 로버츠의 열연을 통해 많은 여성관객들의 공감을 얻었던 영화였으며 줄리엣 로버츠를 다시 한번 유명하게 만든 영화로 기억하고 있다.

사실 지금은 많이 개선되어 가고 있고 여성의 목소리가 높아져감에 비례해 남성의 목소리는 낮아져 가고 있는 추세로 바뀌어가고 있는 우리나라와 같이 유교적 관습아래에서 남성권위 의식이 팽배했던 사회는 두말할 것도 없지만 미국과 같이 여권신장이 잘되어 있는 나라에서조차 "장미의 전쟁"이나 "적과의 동침" 그리고 최근 개봉을 기다리고 있는 "이너프"같은 영화들이 꾸준히 만들어지고 있는걸 보면 부부간의 문제는 쉽게 해결할 수 없는 화두 인 것 같다.
특히 법적인 문제에 있어서 여전히 여성은 여전히 약자임을 이너프는 보여주고 있는데 가수로서 더 유명하고 본업으로서 꾸준히 활동하고 있지만 배우로서의 이력도 만만치 않은 제니퍼 로페즈의 섹시한 건강미가 아무래도 강한 여성으로서의 이미지와 맞물려 이전 영화들 같은 약자로서의 여성이 아니라 삶을 주도해나가는 능동적인 모습의 주인공으로서 이번 영화 이너프에 적합한 캐스팅이었다고 생각이 든다. 또 적과의 동침과 같이 사이코적이고 권위적인 남편의 등장은 영화 중반까지 사회에서 기득권이 없는 약자로서의 여성 그리고 수동적인 모습의 피해자인 여성의 모습을 잔잔하게 잘 그려내며 법체계 아래에서 아직도 여성은 보호받지 못하는 위치임을 다시 한번 보여주면서 현실 사회에 있어서 아직도 여성이 약자의 위치임을 드러내고 있다.

솔직하게 말해서 영화 "이너프"가 보여주고 있는 남녀관계 또는 부부관계의 모습은 타협과 공존을 통해 아름다운 결합을 이루어가는 부부란 존재 혹은 결혼제도에 대해 전반적인 의문점을 던지고 있으며 이런 먹고 먹히는 또는 패자에게 죽음만이 있을뿐인 동물적인 본능의 서바이벌 게임을 남녀관계에 적용한다는 것이 아직 결혼하지 않은 나에게 있어서 물론 결혼에 대한 환상 같은 것은 없어진지 오래지만 여전히 씁쓸할 수밖에 없다.
"이너프"가 기존의 동류의 영화들과 다른 점은 여전히 남성이 강자이자 폭군으로 그려지고 있는 것은 같은 모습으로 표현되었지만 약한 피해자였던 여성이 자신의 생존과 어머니로서 자식의 미래를 위해 강한 여성 전사로서 변신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크라브 마가"라는 이스라엘 여군들이 배운다는 격투 호신 무술인데 솔직히 운동을 해본 적 없던 전직 웨이트리스 출신의 가정주부가 갑자기 단시일 내에 무술을 배워 남편에 대항한다는 이야기의 플롯은 폭력적인 남성을 혼내준다는 의미의 여성적 입장에서 신나는 장면일수도 있지만 영화의 리얼리티를 떨어뜨린 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일 것이다.
또 같은 이야기지만 거기다 영화 중반까지 피해자이자 약자로서의 여성을 잔잔한 화면 구성과 딸과의 모성애로 잘 이끌어가던 것이 갑자기 돈키호테 식으로 튀어나온 무술수련을 통해 남편과 결판을 벌인다는 이야기 전개 자체도 잘나가던 고속도로에서 샛길로 빠져버린 황당함을 느끼리 만치 영화의 진지함을 가려버리는 김빠진 맥주의 느낌을 느끼게 만든다.

영화 "이너프"는 어쩌면 남성과 여성을 동일한 수평선상에 놓고 있는 미국인의 시각과 사회의식이 있기에 만들어 질수 있는 영화일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보는데 남성이 폭압적인 인물로 그려지다 비참한 결말을 맞던 기존의 영화들을 뛰어넘는 색다르고 도전적인 여성의식이 내포된 반전은 여성들이 특히 반가워할 영화로 보여진다.
또 조용한 여성의 내면심리를 훌륭히 표현해 내었던 "넬"과 액션영화로서 피어스 브로스넌이 주연했던 007언리미티드를 연출했던 마이클 엡티드 감독이었기에 어쩌면 여성적인 섬세하면서도 잔잔한 장면들을 중반까지 이끌었으며 종반에 이르러 여주인공의 화끈한 액션을 이끌어 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보는데 오랜만에 보는 로켓티어의 순진 미남 빌리캠벨의 연기변신도 신선했고 아역의 깜직한 연기도 얼마 전 개봉한 아이엠 샘의 다코타 패닝의 연기를 연상하게 만들만큼 귀여웠는데 무엇보다 영화 이너프를 재미있게 볼 관객층은 여성관객이 아닐까 한다.
왜냐하면 신나게 줘터지는 남편의 모습을 통해 남성위주의 기존사회에 억눌려왔던 스트레스를 일부나마 해소할 수 있을 거라 느끼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