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방에 아래 위까지 모두 똑같은 방에서 눈을 뜬 한 노신사(라고 여기고 있지만 글쎄...).
알 수 없는 불안감은 여기서부터 시작되었다.
어디로 눈을 돌려도 똑같은 모양이 있는 정대칭의 방.
사람은 작고 동일한 공간에 갖히게 되면 거기에 햇볕마저 없는 공간에선 더욱이 낯선 공간이라면 아무것도 하지 않거나 무언가를 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에 대한 반응이 즉각 나타나게 마련인 것 같다.
잠도 덜 깬 노인이 레버를 돌려 뭔가를 열어 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기도 전에 문을 돌리는걸 보면 말이다.

큐 브를 보면 사람의 상상력으로 이루어진 영화의 매력이 무엇인지를 아주 잘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또한 살 수 없다는 공포에 대한 절망과 살 수 없어보이는 공간에 갖혀있는 사람이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그리고 희망이 없다고 여기고 있을 때가 평소와 얼마나 많이 달라질 수 있는지
즉, 각 사람마다 마음 속 깊이 무엇을 숨기고 있는지를 처절한 사람 사이의 싸움에서 다툼에서 그리고 협동에서 너무나도 잘 보여준 영화라고 생각한다.

처음엔 공포로 시작해서 허무로 끝을 맺는 또하나의 저예산 영화.

큐브가 내게 준 것은 희망이다.
그것만이 나를 아름답게 가꿀 수 있는 유일한 이유이기 때문이라고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주었기 때문이다.

 

동생이 큐브 재밌다고 노래를 불렀는데 왜 그랬는지를 알 것 같다. 큐브 제로가 마지막에 나온 거였나?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