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척 슬픈 책이 읽고 싶어졌다. 네이버고 다음이고 여기 저기에 슬픈 책을 검색했는데 읽은 책들은 제외하고 이 책이 마음에 들어서 읽게 되었다. 능소화라는 다소 노골적인 제목과 촌스러운 표지가 조금 마음에 들지 않아서 미루고 미룬 끝에서야 읽었다.

언제던가, 과거에 미이라로 발견된 시신 옆에 훼손되지 않은 역시나 잘 보존된 부인의 편지가 발견되었다. 원이아버지를 애닳게 사랑하고 그리워하는 여인의 편지였다. 그 먼 옛날에 사랑이 없었겠냐만은 가슴 절절하고 애절한 마음을 표현한 그 편지가 사람들에게 그리고 나에게도 놀라움을 선사했었다. 그 편지를 이야기로 꾸민 책이라니 조금은 기대가 되었다.

하늘에서 능소화를 훔쳐 세상으로 내려온 죄로 팔목괴수를 피해서 살아야 할 운명인 여자와 그런 여자를 사랑해서 결혼한 사람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였다. 스님의 예언으로 자신의 아들이 예쁜 여자를 만나면 단명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얼굴 안예쁜 여자를 골라서 장가를 보냈으나 중간에 중매쟁이의 농간으로 예쁜 여자, 그리고 아들을 단명시킬 여자와 혼인을 하게 된다. 그리고 결론은 뻔하게도 남자가 사망하고 그를 그리며 사는 모습이 그려진다.

조금 진부하고 뻔한 그런 글이 너무 아쉬웠다. 특히 이런 절절한 이야기를 이렇게 꾸며냈다는 것이 실망스러웠다. 아쉽다. 아쉬워....

조금 더 극적이고, 조금 더 설득력이 있었다면 좋았을 것 같다.

 

올 한해 박범신의 팬이 되었다.

박범신, 정말 너무너무 멋진 사람. 그래서 주저 없이 그의 신작 ‘나의 손은 말굽으로 변하고’를 들었다. 기대와 설레임을 안고.

꽤나 두꺼웠던 이 책을 폐렴으로 쉬는 동안 이틀 동안 휘리릭 읽었다. 폭력에 재생산에 관한 철학적이고 조금은 난해할 수도 있는 표현들이지만 그의 맛갈난 서사와 묘사로 생생하게 다가왔다.

손이 점차 말굽으로 변해가는 사람, 그리고 폭력과 그로 인한 살인이 거듭될 때마다 말굽에 지배당하고, 점차 말굽이 되어가는 주인공이 그리는 사회와 그 부조리함에 탄식이 나왔다. 이 책에 나오는 수많은 부조리한 사람들. 약은 사람들을 폭력으로 억누르며, 자신의 이득을 위하여 폭력을 자행하는 사람과 옛날의 사랑을 기억하며 폭력과 살인을 행하며 갈등을 거듭하는 주인공이 아주 멋졌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간직하고 있던 그의 순정에 더욱 설득력이 더해졌다.

그라서, 그의 글이라서 이런 글조차 멋있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긴장감을 놓지 않으며, 그리고 독자에 대한 흡입력도 잃지 않는 그의 필력에 정말 놀라움을 감출수가 없다.

새로운 것을 역시나 새롭게, 그리고 이다지도 매혹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작가가 몇이나 될까?잔인하고 난해한 글이지만 그래도 정말정말 멋진, 그만이 쓸 수 있는 글이랄까?

다음 그의 작품이 기대가 된다. 워낙 다작을 하는 작가니까 금방 만날 수 있겠지?^^

내가 좋아하는 여러 일본 작가 중 한 사람인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을 오랜만에 읽었다. 그동안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면서도 선뜻 손이 가지 않았던 작품이었는데 시간이 많은 방학을 이용하여 손에 들었다.

뉴욕타임즈가 선정한 2005년 올해의 책 10에 선정되고 2011년 현재 2판 11쇄를 찍어낸 이 대단한 책이 어떤 내용인지 궁금해졌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그려내는 성장소설은 어떤 내용으로 가득차 있을까? 특히 하루키가 내가 지닌 모든 것을 쏟아 부은 나의 가장 만족스러운 작품이라고 말했다는 이 작품이 궁금했다.

기대감으로 읽은 책이었지만 읽는 동안 좀 난해하다는 느낌, 어렵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독특하고 무엇을 말하는지 알 것 같은데도 잘 이해가 가지 않는 그런 내용? 아직 내가 작품을 이해하는 능력이 많이 부족해서 그런가 싶기도 했고..

 

자신을 버리고 간 어머니와 누나를 그리워하며, 아버지를 증오하는 15세 주인공의 가출기를 그리면서 그 나이에 겪는 성욕과 오이디푸스컴플렉스, 방황 등을 치밀하게 그려냈다. 거기다 독특한 상황연출과 구성까지. 왜 그런 설정이어야 했을까? 그래서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의문이 자꾸만 생겨났다. 잘 이해가 되지 않지만 참 역설적이게도 자꾸만 눈이가고

무뭔가 복잡하지만 이해되며 읽는 그런 기분....

언젠가 다시 읽어본다면 이해할 수 있을까?

하루키의 작품은 여전히 어렵지만 매력적이다. 이제 그의 글을 또다시 기다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