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어떠한 교사가 되어야 할지에 대한 많은 생각들을 던져주었다. 교사란 학생에게 어떤 존재가 되어야 하는지, 교실에서 교사의 존재란 어때야 하는지..
한 아이의 성장 과정을 통해 그것은 여실히 드러났다. 늘 놀림받고 친구도 없던 작은 소년,.적응도 잘 하지 못하고 늘 위축되어 있던 그 소년이 있었다. 그냥 그 뿐이라고 생각했다. 늘 혼자였고 놀림받았으며, 더이상 나아질 것도 없다고 생각했다. 그냥 그렇게 졸업하면 그 뿐이었다. 오늘날 많은 학생들이 그러하듯이..그렇게 시간이 가다 보면 그냥 그렇게 잊혀져 버릴 학생.
많은 교사들이 있었지만 그의 진가를 발휘하도록 하거나, 그를 진정 학급의 일원으로서 관심을 쏟아준 교사는 없었다. 그에 관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지만 말이다. 그때 한 교사가 오게 되고 그 교사는 이 아이에게 지속적인 관심을 보이고, 늘 대화와 상담을 통해 아이를 이해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것은 그 아이 뿐 아니라 학교 전체, 마을 전체에 까지도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놀라운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다.
나는 늘 교육적 실천이 어려운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작은 관심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학생은 자신이 하지 못함에서 좌절을 겪기 보다, 그런 자신을 포기하는 교사에게서 좌절을 맛본다고 한다. 이것이 얼마나 무서운 말인가? 얼마나 책임을 지우는 말인가?
나는 이 책을 읽고 그 무서운 말의 힘에 대해서 여실히 느꼈다. 정말이지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고, 이는 실제로도 매우 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비록 짧은 동화책이었지만 나는 감동했고, 내 자신을 되돌아 봤고, 앞으로의 비젼에 대해서 생각했다. 내가 어떠한 교사가 되어야 하는지, 아이들에게 어떤 존재가 되어야 하는지, 나는 어떤 존재인지에 관해...
아이들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하고, 교사는 그 잠재력을 이끌어주는 조력자가 되어야 한다. 화단에 물을 주듯, 햇빛과 바람이 늘 적시에 화초와 함께하듯 교사는 그러한 역할을 해야한다. 햇빛처럼, 바람처럼, 비옥한 토양처럼..... 나는 그러한 교사가 될 수 있을 것인가? 이 교사가 까마귀 울음 소리라는...남들이라면 아무 것도 아니라고 웃어 넘길-그런 것도 재주냐 라고 비웃기까지 할-그런 것을 아이의 뛰어난 재주로 발견하고, 또 그것을 통해 모두에게 감동을 줄 수 있었던 것은 그 속에 진심이 담겨져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를 위해 좋은 교사가 되기 이전에 진정과 진심으로 아이를 대할 수 있는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진정이 통할 수 있도록 포기하기 보다는 지속적인 관심과 끊임 없는 격려를 전달해야 할 것이다. 나는 너를 이해한다, 나는 너를 포기 하지 않는다. 너는 존중받아 마땅하며, 또 그렇게 성장할 것이라는 믿음.
까마귀 소년은 나에게 그러한 것의 중요성을 새삼 일깨워준 작품이었다. 몇 장 되지 않고, 글도 많지 않은 동화책에 불구하지만 동화책은 어느 서사적인 소설 못지 않은 감동과 깨달음을 준다. 까마귀 소년 역시 그러하였고, 거칠은 삽화 역시 그 감동을 더함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었다. 언젠가는 나도 이러한 동화 작가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그 전에 아이를 더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는 교사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