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너무너무 즐겁다. 너무너무 행복하다. 그리고 너무너무 배가부르다.

이 책을 읽고 나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즐겁고, 행복하고, 마음의 배가 부른 그 느낌. 읽는 내내 나는 한 손에는 볼펜을, 다른 한 손에는 연두색 색연필을 들고 연신 밑줄을 긋고 공감하고, 혹은 다른 내 생각을 깨알같이 적어내기 바빴다. 내 생각의 결과를 , 성장을, 느낌을 잊어버리게 될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이 생각을 놓치기 싫었기 때문이다.

이 책에 실린 글은 경향신문과 사이언스 올제에 연재되던 글들이라고 한다. 그래서 너무 길지 않으며 압축적이고 객관성과 문제의식을 잃지 않고 있다. 또한 글은 어느 한 부분 걸리는 곳 없이 매끄럽게 쓰여있으며, 간간히 들어가 있는 작가의 삶은 읽는 나를 웃음짓게 만들었다. 이 글을 쓴 대단한 사람도(나에게는 부러움의 대상이 되었다. 동경의 대상이 되었다.) 일상적인 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느끼는 것이 즐거웠다.

이 책은 그 구성과 매끄러운 글쓰기에서도 만족스러웠다. 그러나 특히 그림과 시, 음악 등에 대한 접근은 나를 살찌우게 만들었다. 왜? 이 책은 그것들에 대해서 분석하고 설명하고 강요하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간단한 코멘트와 함께 어떻게 받아들이는 것이 좋은지, 이 그림을 통해, 이 시를 통해, 이 음악을 통해 당대의 현실과 사회 문제를 어떻게 읽어낼 수 있는지에 관한 문제의식을 제공해 주었다. 그뿐인가? 예술을 읽는 눈은 그 자신의 성장에 달려 있으며 계속적인 사고와 문제제기를 하는 능력을 우리가 무의식중에 익힐 수 있도록 해주었다. 그래서 나는 내가 몰랐던 많은 것들에 대해서 알았고, 아니 알았다기 보다는 그것을 통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진정한 사고의 확장. 그리고 내가 이미 알고 있던 것에 대해서는 그것을 다르게 보는 눈을 기를 수 있게 되었다. 진정한 반성.

이 책의 겉장에는 이렇게 써있다. " 삶과 예술, 철학의 경계를 횡단하며 길어올린 독자적인 미학 에세이의 한 경지." 브라보! 그리고 이 책의 가장 멋진점은, 별다른 지식을 갖추지 않아도 모든 사람이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잘 쓰여진 글이라는 점이었다. 자신의 지식을, 자신의 주관을 객관화 시키고, 거기서 설득력을 얻고 대중화 시키는 그의 즐재주, 그의 생각들은 정말 박수받아 마땅하다.

참으로 오랫만에 너무 좋은 책을 만났다. 위험한 생각들이 이해하기 위해 한 주제 한 주제 천천히 생각하며 읽어야 했다면, 이 책은 받아들이기 위해, 내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그리고 너무 소중해서 한 주제 한 주제 천천히 읽어야 했다. 너무 아까워서. 너무 소중해서.

삶의 의미를 찾고, 세상을 보는 눈을 넓히고, 교양에 목마른 자라면 한 번 읽어보면 좋을 책이다. 별 다섯도 모자라다.

이 책의 설명은 이러하다.

"당대 최고의 석학 110명에게 물었다. 세계의 언론이 극찬한 문제의 화제작. 이것이야말로 오늘날의 교양이다."

나는 주저없이 이 책을 보자마자, 이 글귀를 보자마자, 교양에 목마른, 나의 편협한 지식에 부끄러워 하는 작은 독자로서 이 책에 대한 도전감을 느꼈다. 그리고 이러한 책 설명과 책의 뒤편에 새겨진 많은 세계 언론의 찬사를 읽고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이 책을, 그것도 '양장본'으로 질러버렸다. 그리고 나의 지식이 벌써부터 확장된 양 그렇게 기분이 좋을수가 없었다.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책을 읽기 시작. 그리고 나는 이 책을 계속해서 죽ㅡ 읽어내려 가는 것을 포기해야만 했다. 몇몇의 주제들을 제외하고는 굉장히 나에게 어렵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냥 읽어버릴 수도 있었겠지만 조금이라도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단순히 글자만 읽어내려가는 시간 낭비에 지나지 않을 수 있는 위험이 있었다. 아니 정신을 차리고 읽어도 마찬가지였지만 말이다. 한 단락을 어려번 읽은 경우도 허다하다. 그리고 아예 읽다가 건너뛰어 버린것도 몇 가지 있다. 그러나 몇몇은 멋지게 다가오기도 했다.

이 책에 나오는 110명 중 70%는 심리학과 관련이 있다. 진화심리학이나 신경심리, 생물심리 등등...나는 심리학을 전공했고 위에 나열한 분야의 수업에 엄청난 흥미와 열정을 가지고 빠져서 공부를 한 적도 있다. 그러나..그 결과는? 나는 단지 내가 배운 학문이 이렇게 세계적으로 큰 위치를 차지하고 있고, 이러한 사람들과 같은 분야를 공부한 적이 있다는 만족감에 그쳐야 했다. 그리고 그 만족감보다 더 큰 모멸감과 부족함...... 읽는 내내 나는 헛공부를 한 것이 아닌가, 우리 학문은 정말 제자리가 아닌가 그런 생각이 끊임 없이 나를 괴롭혔다.

교양이라는 것은, 발전하고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교양인은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날로 날로 갱신하고 발전시켜 가는, 스스로 만들어 내는 사람을 말한다. 이 책은 누구를 위한 교양인가? 교양인의 만들기 위한 교양이 아니라, 그들이 교양인이라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쓴 글은 아닌가? 이것이 진정한 교양이 되기 위해서는 읽는 사람들이 이 글을 읽고 공감하고 자신의 것으로 충분히 사유하도록 만들어 주어야 한다. 그러나 이 글은, 적어도 나에게는 그러한 교양서의 역할을 하지 못했다. 이해하는 것만도 벅차고, 그리고 반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시 이 글을 읽게 되었을 떄, 아니면 이 위험한 생각들이 현실로 드러났을때 그때는 어떻게 느끼게 될까?

나의 지식의 편협함에 대한 직시를 하게 된 것 만으로도 이 책을 읽은 수확이라고 생각한다. 어렵게 어렵게 오랜 시간에 걸쳐 이 책을 읽고 난 후, 내가 과학 분야에, 종교에, 그리고 진화와 심리학에 대해 너무 무지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 내가 충분히 지식을 쌓고 이해력을 기르고, 또 사고할 수 있는 능력으로 무장한다면 이 책은 나에게 훨씬 더 큰 의미와 재미로 다가올 것이 확실하다. 그 날이 빨리 올 수 있었으면 좋겠고, 그를 위해 올 한해, 그리고 평생을 달려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