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성적인 사람인가 아니면 감성적인 사람인가?
아주 우연히도, 아니 시기 적절하게도 지금 나의 상황과 내가 벌인 일들, 나의 처신과 연결되며 나는 자연스럽게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어떤 사람이며, 어떤 사람으로 살아야 하는가? 내가 보기에 매력적인 것은 무엇이며, 그것은 지금 나의 무엇에 기인하는가?
엘리너와 메리앤을 통해, 루시와 그들 모두를 통해 나는 그들 각각에게서 나의 모습을 보았다. 감성보다는 이성의 힘에 이끌려 모든 것에 침착하게 행동하는 첫째 엘리너. 그녀의 모습은 맏이다운 모습이었고, 그녀가 처한 상황에서 너무도 완벽한 성격이었다. 사려깊게 행동하며, 자신의 감정에 스스로 솔직하고, 그 솔직함에 맞서 자신을 다스리는 용기. 다른 사람을 대할 때 배려와 상황을 보는 냉철함. 그에 비해 둘째 메리앤은 매우 감정적인 사람이었다. 자신의 감정에 무엇보다 솔직하고, 그것을 숨길줄 모르는 것을 미덕으로 생각하는 마음. 그리고 그것을 표현할줄 아는 열정과 꾸밈없는 행실까지....자기 자신의 감정에 솔직히 행동하는 사람 만큼 매력적인 사람도 없다.
사람들은 흔히, 이성과 감성을 이분법적으로 생각한다. 이 책의 제목도 그러하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이 좋다 나쁘다가 아닐 뿐더러 그것이 차이가 있을 지언정 하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사람이 이성과 감성 둘 다를 가지고 있고, 어느 하나에 이끌려 행동할 수 없듯이 말이다.
감성이 결여된 엘리너는 과연 이 책에서처럼 매력있는 여성일까? 이성의 판단력이 결여된 메리앤은 과연 솔직하고 꾸밈없는 여성일 수 있을까? 분명한 것은 어느 성향이 강한지는 누구나 다르겠지만 이 둘 모두를 적절히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인간이고, 인간다움이고, 인간성이기 때문에.
책을 읽는 내내 꽤 두껍고 작은 글씨엿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 흠뻑 빠져들 수 있었다. 이성과 감성이라는 것이 내가 최근 관심을 가지고 고민하는 화두이기도 했지만 그것을 이끌어가는 문체와 상황과 이야기의 구조와 인물의 성격까지 너무 정교하고 매력적이었기 때문이다. 고전이라고 하기에 너무도 일상적이고 보편적인 고민과 감정들, 그리고 시대를 초월한 관심거리와 그 모든 상황들이 너무도 잘 펼쳐져있어, 지금 나의 고민과 상황들을 대입해 생각하기에 조금의 부족함도 없었다. 제인 오스틴. 그녀의 진가는 이런 것일까?
제인 오스틴은 어느정도 감성보다는 이성을 옹호하는 편이 아닌가 싶다. 감성에 따르는 보통의 인간으로서 어쩌면 이성을 동경하고 이성적이고자 하는 것은 당연할테니 말이다. 특히 나와 같이 감성에 가까운 사람에게는 말이다.
살면서...메리앤처럼 감정에 호소하고 그것을 오롯히 느끼고 경험하며 살아가는 것이 나에게는 중요하고 그것이 의무감처럼 느껴지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나이를 먹어감과 동시에 그것이 부끄러운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성적이고자 노력하지 않았나 싶다. 그 노력과는 반대로 어리석게도 더 자기 자신의 아집과 즉흥적인 감정에 사로잡힌 사람이 되었지만 말이다.
어쩌면 사람이 감성보다 이성을 동경하는 이유는....나이가 들어감과 동시에 자기 자신에 대한 보호본능과 방어로 점점 더 감성적이게 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지혜와 지식이 늘어난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는데서 오는 불안감, 그리고 그 모든 것들로 인한 아집과 자신만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서...
이 책이 올 해 나에게 온 이유에 대해서 생각한다. 그리고 지금 그러하듯, 올 한해를 살아가는 내내 나에게 많은 영향을 미칠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든다.
"사람이란 자기도 잘못이라고 알고 있는 그런 행동 양식을 고수하다 보면, 더 나은 처신을 하리라는 남들의 기대 자체가 기분 나쁠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