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 사라마구 (2008.7.8)

 

눈 먼 자들의 도시, 눈 뜬 자들의 도시, 미지의 섬, 그리고 이번 이름 없는 자들의 도시.

주제 사라마구와의 네 번째 만남.

병원을 가는 길 미루고 미뤄두었던 이 책을 손에 들었다. 별 기대 없이.

정신없이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동안에도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

극단적인 사건들도, 매력적인 등장인물도, 관심을 끌만한 자잘한 일들도 없었지만

늘 그렇듯 그의 소설은 뭔가 모를 흡입력이 있어서

너무 어려워서 머릿속이 복잡해지면서도 쉽게 눈을 뗄수가 없다.

반나절만에 왜? 왜? 그런 시선으로 책을 읽어버렸다. 그리고 한참을 생각해야했다.

 

우리가 삶을 -행하고, 말하고, 생각하고-살아가는 데 있어서 얼마나 많은

거짓과 의미와 갈등이 존재하는지. 우리의 삶은 그래서 또 얼마나 복잡하고 무의미한지...

가능한 모든 거짓을 진실이라는 이름하에 행하지만 결국 그것마져도 진실이 아니다.

모든 것을 알고있다고 생각하지만 결국 우리가 아는건 일부분-아니 그조차도 아닐때가 또 얼마나 많은지.

실상 우리가 아는 것은 그 '이름'이지만 그것은 '이름'이상의 아무것도 아니고

그 '이름'때문에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질 수도 없는게 아닐까? 이름에 규정된 의미, 뜻, 성격, 속성, 특징..나.

알고 있지만 알지 못하고, 눈이 있지만 보지 못하고,

이름이 있지만 진정 존재하지 못하는 현대인, 그리고 그 삶속의 우리.

우리가 보고 겪는 것은 진실이자 허구이고, 실제이자 가상이며, 의미이자 무의미이다.

살아도 죽은자와 같고, 죽은자도 산자와 같은, 이름 이상 아무것도 아닌 우리들.

 

'모르는 여자'의 삶을 찾아가는 평범한 사람 주제씨의 삶을 따라가는 그의 문체는

그의 내면의 심리상태와 갈등, 그리고 그가 행하는 거짓과 거짓을 둘러싼 또다른 거짓,

존재와 부재의 의미를 드러내는데 충분한 긴장감을 부여했다.

특히 소장이 왜 그에게 그러했는지를 끝까지 밝히지 않아서 극의 긴장을 이끌어가는 솜씨는

감히 탄성을 자아낼만했다. 결국..그 이유는 속시원히 풀리지 않았지만....

 

모르는 여자와 마찬가지로 주제씨도...그 이름과 직장으로만 존재하는 1인이었다.

아무도 그의 이런 내면과 궁금증에 대해서 궁금해하지도 알지도 못하고...외롭고 쓸쓸한...

알고 있다고 생각해도-얼마나 가까워야 알아야 한다고 할 수 있는 것일까?

이름이 있어도, 가족이 있어도, 직장이 있어도 그를 둘러싼 많은 환경이 있어도

결국 그들은 그녀에 대해서 이름 이상의 정작 중요한 것은 알지 못하는데....

결국 우리는 주변인이고 아무도 아닌거다. 이름조차도 아무것도 아닌...

 

머리가 복잡해지고 어려운 소설이었다.

주제 사라마구의 소설 중 제일 어려웠던듯. 그래도 역시 그라는 생각! 에는 변함이 없다.

나를 깊게 만들어 주는 당신. 당신의 다음 작품도 기대가 됩니다.

 

0846

 

공지영 (2008.06.24-30)

 책을 펴들고 몇장을 읽어 내려갔다. 어-이 소설 뭔가 다르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어 역시 공지영 그녀가 돌아왔군 했다. 그러다 민주화 운동 이야기에 공지영 당신 또야? 그런 생각이 들어 책장이 덮고싶을만큼 진부함과 짜증이 밀려들었다. 그래도, 뭔가 있겠지. 당신은 늘 믿음을 주는 몇 안되는 작가 중 하나니까. 그래도 뭔가 다른게 있겠지, 베스트셀러인 이유가 있겠지...

그런 생각에 한 장 한장 책장을 넘겼고,  내 선입견에 이 책을 덮어버렸으면 모르고 지나갔을 많은 것들을 느끼고 배웠다. 아마도 그 짜증감으로 인해서 책을 덮어버렸다면, 이 책에서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잠깐 언급될뿐인 그걸로 인해서 읽지 않았다면 나는 나의 경솔함과 선입견으로 큰 깨달음을 얻지 못했을 것이다.

 공지영 자신의 이야기, 위녕, 둥빈, 제제 이 세 아이의 이야기.이들을 둘러싼 가족들의 이야기. 그리고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 특별한 이야기, 그러나 우리의 보편적인 삶에 대한 이야기.  너무도 다른 듯, 평범하지 않은 듯 보이는 사건들과 인물들이 나온다. 그러나 그 사이사이 벌어지는 일들은 진부하고 일상적이어서 인식하지 못한, 때로는 너무 가슴이 아파서 꺼낼수도 없이 절절한, 눈물이 주륵주륵 흐르는 우리네 이야기와 고민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같은 고민과 같은 상처와 같은 아픔을 느끼는 우리들. 그리고 같은 행복과 기쁨으로 충만해지는 우리들의 이름-가족, 집.

 이 책에 집은 베이스켐프와 같은 것이라는 구절이 나온다. 너무도 공감하고 또 많이 생각했던 구절. 집이 목적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그러나 베이스캠프가 튼튼하지 않으면 등반에 성공할 수 없듯이 우리의 집이 가정이-가족의 삶이 튼튼하지 않으면 우리가 행복하고 성공할 수 없다는 것. 

 책을 읽고, 내가 너무 이기적이고 개인주의적인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가족의 행복과 나의 행복 중 선택하라고 한다면  참 못되게도 나는 주저없이 내 행복을 선택할테니까. 내가 행복하지 않다면 그런 나를 보는 가족도 행복하지 않을꺼고 불행한 나는 가족의 행복을 돌아보고 함께 기뻐할 여유가 없을꺼니까... 그래서 가족을 위해서도 내 자신이 먼저 행복해야 하지 않을까?

 이런저런 생각들이 복잡하게 스쳐지나간다. 읽고서 한참을 생각했다. 바로 다른 책을 읽으려고 가져갔는데 다른 책은 거들떠보지도 못하고....그저 이 책만 잡고 생각했다. 한참을 생각하다 책을 집어들어 뒷장의 빈공간 빼곡히 나의 생각들을 적어넣었다. 책을 읽는 사이사이 적어두었던 나의 생각과 밑줄을 그어두었던 구절을 곱씹었다.

가족, 집, 그리고 나. 이 절절한 이름에 대해서. 선택할수도 없고, 버릴수도 없고, 그렇다고 내 맘대로 바꿀 수도 없는 그 이름 가족에 대해서. 아직 내가 책임져야 할 가족이 생긴다면, 이렇게 많은 일들이 나에게 일어난다면 나는 현명하게 잘 대처하고, 또 그 가족을 잘 이끌어 갈 수 있을까?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0845

요시다 슈이치 (2008.06.20-23)

 이제는 그 이름만으로도 믿음과 신뢰, 설렘이 뒤따르는 요시다 슈이치.그와의 네 번째 만남. 역시나 그의 매력에 흠뻑 빠졌던 시간------------

인간의 선-악에 대한 멋진 글. 진짜 악인은 누구인가? 저마다의 사연과 상황, 마음 속에 간직한 상처 속에서 우리는 누구나 악인이고 누구나 선인이며 동시에 피해자이자 가해자가 아닐런지.

보는 상황에 따라서, 그 사람을 이해하는 정도에 따라서,  우리나 나누고 공감하고 느끼는 정도에 따라서 상대방 역시 악인이자 선인이 된다.

진짜 악인은 나약하고 용기 없는, 그래서 거짓을 반복하며 강한자에게 약하고, 약한자에게 강한 비열하고 약한 모습의 우리일지도.

요시노-사건의 발단이 된 인물. 삶에 대한, 친구에 대한 열등감과 우월해지고 싶은 욕구가 하나의 거짓말이 더해지고 더해져서, 너의 허영과 이기심이- 너보다 낮은자를 무시하는 너의 그 마음이 결국 이 파국을 남긴건 아닐까...

마스오 게이고-다른 사람을 무시하는 너의 됨됨이가,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심이...너 역시도 이 글속의 악인 중 하나이지. 그런데 난 그런 너도 불쌍하더라.... 사람이 덜되어서 불쌍하더라...몰라서 안되었더라.

유이치-많은 상처 속에서 결국 상처받은 인간. 결국 너는 너 자신을 사랑할 줄 모르는 그래서  너또한 악인인거야....너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몰라서......너 자신을 아낄줄을 몰라서....너를 그렇게 만든 그 사람들을...어떻게 해야할지...악인들은 정말 그들이 아닐런지..

수많은 등장인물들 속에서, 벌어지는 자잘한 사건 하나하나에서도 많은 것을 느끼고, 또 많은 생각이 들었다. 외로운 인간 군상에 대해서, 나 자신에 대해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악인의 모습이 한가지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악인이자 동시에 선인인 우리 모두. 우리를 그렇게 만드는 상황, 아니 그런 상황을 만드는 인간들의 행태. 악순환, 정말이지 악순환.

진심역시, 자신의 합리화에 의해서, 감정에 의해서 상처받고 싶지 않은 방어의지에 의해서 혼탁해지고 거짓이 되어버린다.

이 책의 책장을 덮자마자 요시다의 책 2권을 더 구입했다. 올 한해, 요시다의 책을 다 읽어버릴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나를 실망시키지 않는 그의 감성, 글재주, 그리고 나를 위로하는 그의 사랑. 그는 정말 사람을 심층적으로 이해하고, 우리 속에 내재한 많은 감성과 욕망과 감추고싶은 욕구, 죄책감까지도 꺼내 모두 드러낸 후 너무도 부드러운 손길로 감싸안아준다. 당신과의 만남은 올 한해 최대의 수확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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