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희 (2008.08.01)

 

인터파크 서평단 참여도서.

얼른 읽고나서 서평을 올려야 한다는 압박감에 또다시 책을 집어들었다.

어떤 이야기일까 궁금한 마음 반,

서평단 참여 도서니 그냥 그렇고 그렇지 않을까 하는 마음 반.

별 기대없이 책장을 열어 읽기 시작했다.

 

읽기 시작한지 십여분이 흐르고, 나는 이 소설의 빠르고 대담한 전개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인물을들 엮어가는 솜씨도 좋았고...

특히 단원 김홍도와 신가권(신윤복)의 만나과 가권의 변화과정

그의 그림들을 훔쳐보는 재미또한 쏠쏠했다.-그림이 더 많았다면 좋았을것을...-

 

아주 빠르게 책장이 넘어갔다. 숨막히는 사건진행이나 긴장감은 없었지만

어딘지 모르게 시선을 잡아끄는 묘한 매력을 가졌다.

일본 사회에 대한-특히 기예를 선보이며 몸을 파는 기녀라는 오이란과 미술에 대한것이

재미있게 다가왔다. 그동안 게이샤만 있는 줄 알았던 나에게

오이란과 탕녀에 관한 것은 놀라움을 가져다 주었다.

또 그 당시 일본에서는 서민들도 값싸게 그림을 사서 즐기고

그를 위해서 판화로 그림을 찍어 대량생산하는 출판사가 유행을 했다는 사실도....

 

각각의 인물들의 개성역시 뚜렷했다.

신가권을 진정한 화가로 만든 단원 김홍도, 가권의 인간적인 측면과 갈등, 총명한 영재,

일본의 오이란 사유리, 그리고 무사들의 세계....

특히 가권의 인간적인 갈등이 잘 드러났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신가권이 일본으로 건너가 만나는 인물들의 설정이 

그리고 그가 겪는 일련의 사건들이 설득력 있게 다가오지는 않았다.

어딘지모르게 좀 뻔하고 작위적이란 느낌?

특히 사유리와 화사 고린, 무사 우도와의 만남은 좀 더 사실적이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교서에 대한 것도 그렇고.....

그리고 후반 글의 흐름을 결정하는 두 개의 사랑은 중심을 흐트러 놓은듯한 느낌이었다.

처음 읽을 때, 좀 더 긴장감이 흐르고, 치밀하게 짜여진듯한 추리소설의 느낌과

뭔가 통쾌한 결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막상 읽고보니 한 편의 연애소설을 읽은듯한 느낌이 더 강했기 때문이다.

 

샤라쿠가 정말 신윤복일까? 정말 그런 일들이 조선시대에 있었을까?

많은 의문이 들었고, 고증과 그에 필요한 자료가 부족하다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남았다.

그러나 그것이 사실이든 사실이 아니든 우리의 화가들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샤라쿠가 우리나라의 화가든 아니든,

샤라쿠의 작품보다 더 뛰어난 작품을 그들의 이름으로 남겼고

그들은 진정 그림을 그리는 방법과 그 그림의 의미를 이해했기 때문에...

 

이런류의 어느 정도 사실과 역사를 바탕으로 한 책을 접할때마다

나의 얕은 배경지식의 한계에 봉착한다.

더 많은 지식으로, 더 넓은 식견으로 이러한 것들을 받아들이고 이해하고

또 새로운 식견으로 비판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좀 더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무

 

0850

요시다 슈이치 (2008.7.12-14)

 

가슴이 아팠다. 뜨끔거리도록. 너무도 공감하고 함께 느낀 이야기.

저마다의 사정과 속내가 가슴 아프도록 섬세하게 다가왔다.

특히나 같은 여자인 게이코의 삶과 사랑, 갈등이....

열심히 일하고싶고, 사랑하는 사람도 있고, 그리고 버릴 수 없는 남자까지...

"보고싶은 마음을 꾹꾹 누르고  보지 않고 마음에 담아두고 사는것과

마음 없이 질릴때까지 만나는 것 어느 것이 더 죄인가...."

나이듦에서 느껴지는 열등감과 부러움.

일과 사랑, 가정과 사람들, 그리고 자기 자신.

누구나 겪을 수 있는 평범함 일상.

그러나 겉보기와 다르게 얽히고 설켜있는 우리들.

내면의 갈등과 번뇌, 고통, 그리고 인내와 이해.

아무리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라도, 나 자신도 그러한 허물을 가지고 있기에

같은 정도의 아픔을 지니고, 그래서 그게 어떤것이든 조금은 이해되는거...

 

한 사람 한사람의 이야기를 통해서 계절별로 섬세하게

인물들의 변화를 그려나가는 이번 소설은

늘 그렇듯 요시다 슈이치의 인간에 대한 섬뜩한 관찰력과

따스한 애정과 관심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계절이 깊어가듯 우리의 삶도 감정도 인간관계들도 복잡해지고

또 계절이 최고조에 올랐다가도 어느새 사그러들고 변화하듯이

죽을것처럼 힘들고 이보다 더할것이 없을것 같은 충격과 고통도

어느새 이겨가게되고, 별것 아닌것이 되고 담담해지는 것.

그러다가도 새 계절이 오고, 반복되듯

그러한 일들이 반복되고 새로운 사건이 되어 또다른 모습으로 찾아오는 것.

계절과 우리네의 삶이 닮았다는 사실을

요시다슈이치는 인물과 인물들의 삶을통해 너무도 설득력있고 진솔하게

따뜻하고 통찰력이 느껴지는 시선으로 그려냈다.

너무도 일상적이어서 소설의 소재라고 생각지 못하는 우리네 이야기를

어쩌면 이다지도 극적이고 따뜻한 관심과 통찰로 그려낼 수 있는지.

그래서 그의 소설에서 나는 소름이 돋고 가슴아프도록 공감하고

때로는 나의 이야기처럼 느끼는게 아닐까.

너와 나의 이야기, 평범한 나의 이야기가 그 속에 있기 때문에...

그 평범함이 다른 어떤 영화같은 이야기들보다,

너무 비현실적이어서 나한테는 일어날 것 같지 않은 그 어떤 비극보다

우리에게는 더 절절하고 힘들고 안타깝고 애절하게 다가온다는 사실을

그래서 더 공감하고,  감정이입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그는 너무도 잘 알고있다.

우리가 흔히 겪을 수 없는 일이라해도 그 속에 내가 있음을 느끼고

그래서 너무도 흔하다고 느끼는 것일수도 있겠지.....

나의 아픔과 고통과 사랑을 모두 다 알고

어루만져주고 위로하는 듯한 그의 글에서

나는 늘 행복함을 느끼고, 다시금 사랑에 빠지는 힘을 얻는다.

 

매력적인 글. 요시다씨의 멋진 능력.

그의 많은 글들을 읽었지만 단 한번도 후회하고 별로라고 느껴본적이 없다.

절대로 후회하지 않을 선택! 빠져들 우리들의 이야기.

 

0848

 

코맥 매카시 (2008.7.10-12)

 세상의 끝자락, 종말의 언저리, 어둠과 참혹함.

살아남은 인간들, 불을 운반하는 착한자.

그리고 그 반대편의 나쁜자-약탈자들.

책 속의 아들은 아버지에게 자꾸 되묻는다.

" 우리는 착한사람 인가요?"

" 우리는 착한사람이지."

아니-착한사람은 아들 하나뿐이다.

 

매카시가 말하는 착한 인간이란 순수함을 가진 사람이었을까?

불은 운반하는 사람이란 무슨 의미일까?

자신의 생명부지를 위해서 다른 사람을 해치지 않고

다른 사람의 것을 탐내거나 약탈하지 않고, 서로 보듬어 살피면서

때로는 힘든 상황 속에서도 다른 사람을 돕는 그런 사람이 착한인간일까?

 

지난 시간의 기억 속에서, 추억 속에서 생존을 위해서

종말의 세계, 그 희망없는 컴컴한 세상 속

알량한 목숨을 연명하기 위해서 서로를 죽이고, 먹고, 약탈하는 사람들.

본성의 파괴-아니 본성만이 남은 상태라고 하는게 더 맞는 말일테지.

도덕성, 양심, 수치감 등 모든 규범적인 것들은 다 사라지고

식욕, 성욕, 그리고 그를 위한 공격성과 이기심만이 남은 사람들.

자신의 생명부지가 그 모든 것에 우선하고,

그 와중에서도 권력자와 그렇지 않은 자들이 존재하고

짐을 이끄는 노예와 그들을 부리는 자, 가해자와 피해자가 존재하는 현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그렇지는 않다고,

인간이라는, 인간이 가진 도덕성을 가치라는 것을, 사랑이라는 것을

끝내 그것을 놓치 못하게 함은 부정-모정으로 대변되는 인간에 대한 애정.

목숨과 바꾸어도 좋을 사랑하는 사람이 있고,

지켜야 할 가족과 사람이 있고, 그를 살리기 위한 마음이 있다면

최소한 그 사람에게만큼은 유지되는 규범적인 마음들.

그 마음이 희망이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만약 내가, 지금의 세상의 모든 영화로운 것들과 발전된 것을 보지 못하고

이 책속의 아이처럼 마치 이것이 태초의 시작인것처럼 알도록 태어났다면

그 시대에 이 아이이처럼 태어난 애들이 많이 있다면

그래서 그 세계가 그렇게 유지되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생긴다면

나는, 우리는 그 속에서 어떤 사람으로 성장하게 될까? 그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약탈과 온간 공포와 어둠과 이기심만이 존재하는 그런 세상이라면.

어쩌면 처음 태초에 세상은 그랬을지도 모르지....

 

성선, 성악, 그리고 종교-신에 대해서

그리고 우리가 지키고 따르는 도덕과 법, 가치관, 선악, 도덕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하는 계기가 된 책이었다.

2007 퓰리처상 수상작, 아마존,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 1위에

미국 현지에서 감히 ’성서’에 비견되었다는 소설이라는데...

엄청난 수식어에도 불구하고...

기대가 커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그냥 그랬다.

오히려 주제사라마구의 눈먼자들의 도시가 더... 같은 의미에서 간절히 다가왔다는...

아직 내가 책을 읽는 식견이 부족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참 새로운 책을 만났다.

 

08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