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0.21-23
텔레비전 채널을 기웃거리다가 어느 드라마에 눈이 멎었다.
잘생긴 송중기와 장혁, 그리고 한석규가 나오고
뭔가 파격적이면서도 씨줄 날줄이 정교하게 얽혀있는 그런 드라마.
원작 소설이 있다는 것을 알고 바로 책을 구입했다.
아무리 드라마, 영화가 재미있어도 많은 경험을 통해서 원작이 최고임을 알고 있기에.
두근 거리는 마음으로 기다려 책을 읽기 시작했다.
안그래도 역사에 무지랭이라 조금 걱정하는 마음이 있었다.
아무리 팩션이라지만 실제로 책을 읽으면서 계속 앞에 등장인물을 찾아보고
신랑에게 세종 시절 사람들과 사건에 대해서 묻기를 반복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부터 아무 망설임도 생각도 없이
내 눈은 글자를 쫓기에, 사건을 따라가기에 바빠졌다.
그리고 내 머릿속은 역사에 대한 것이 아닌 소설 속 한 사람이 되어
그 사건을 되짚어내기 시작하였다.
처음에 드라마를 보면서 나는 세종대왕이 주인공이라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것이 아니었다. 이 책은 세종대왕의 업적이 아닌
그 업적을 위한 학자들을 위함이었고, 세종의 뜻을 현실화하고 지키기 위한
사람의 희생과 노력을 말하고자 함이었다.
뿌리 깊은 나무라는 제목역시 그러한 신념과 그 신념을 깊이 받친 그들자신과
그들의 신념을 말하는 것이었다고 생각된다.
사건은 치밀하게 짜여있다. 그리고 그것을 풀어가는 내내 놀라움이 생겼다.
그리고 결국, 우리 역사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들었다.
싸우는 대상이 명확하지 않을 때, 그리고 한 사람이 아닐 때,
시간이고 역사이고 관념이며, 캐캐묵고 깊게 뿌리 내린 편견과 관습일 때
그 싸움은 얼마나 지리하며 거대하고 지치는 것인지 우리는 안다.
그래서 사람들은 시대를 거스르지 못하고
쉽게, 그것에 맞춰 살아가는 것이다.
하여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얼마나 더 대단한 것인지...
세종대왕과 집현전의 학자들의 노력이 그래서 더욱 대단하다 느껴졌다.
팩션은 말 그래로 팩션이다.
그러나 그럴지라도 우리에게 시사하는 그 모든 것이 픽션은 아니라 생각한다.
취할 것은 취하고 버릴 것은 버리자
이 뿌리 깊은 나무라는 소설에서
우리 역사의 자랑스러움과 인간의 신념의 강함과 존경이 드러났다.
역사란,
그렇게 희생과 용기로 만들어 지는 것이니까.
멋지다! 그리고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