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에서>는 대단히 독특한 소설임이 아닐 수 없다. 매번 새로운 소재로 독자에게 다가오는 기시 유스케는 이번에는 독창적이면서도 파격적인 상상력으로 천년 후의 미래 모습을 그려낸다.

 주력이라고 하는 초능력을 지닌 인류는 기술문명을 봉인 한 채 새로운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작지만 평온한 마을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키와 그의 친구들. 그러나 이 신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것은 잔혹한 진실들이 도사리고 있었다. 마을의 경계를 벗어나 과거의 유산을 지니고 있는 존재와 마주친 사키는 감추어진 역사를 듣게 된다. 유토피아처럼 여겨졌던 평화로운 세상은 거짓된 것이었다.

 <신세계에서> 가장 인상깊게 다가오는 존재는 바로 인간의 영향을 받아 지성을 가지게 된 요괴쥐들이다. 인간을 신이라 부르며 존경하는 요괴쥐들은 점점 더 변화해가며 종국에는 인간과 다를바가 없는 그들의 행동을 보면 두려움을 느끼게 한다. 급기야 마지막에 밝혀지는 그들의 정체는 가히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기시 유스케가 그려낸 미래의 모습은 우리에게 경종을 울리려는 듯이 보인다. 인간에게 내재되어 있는 잔혹함과 무자비함이 얼마나 참혹한 미래를 만들어낼 수 있는가, 허락되지 않은 신의 힘을 지니더라도 과연 그것을 현명하게 다스릴 만한 이성을 인류가 지니고 있는지 그는 묻고 있는 것 같다.

 신세계의 막강한 초능력처럼 오늘날의 우리 세계 역시 기술문명이 쌓아올린 핵무기나 화학무기와 같은 금단의 무기들이 도사리고 있다. 이러한 현재의 상황에서 그러한 질문들은 단지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과학의 발전에는 늘상 논쟁이 따르기 마련이다. 그러나 과학사의 주요발견 가운에 진화론만큼이나 논란의 중심이 된 과학은 없을 것이다. 

 다윈이 진화론을 주장한 이래 이제는 많은 이들은 진화론에 수긍하지만 아직도 불확실한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것은 논리적인 이유가 아닌 진화론을 이해하지 못한 무지에서 나오는 거부감 때문일 것이다. <다윈의 식탁>에서는 기라성 같은 진화론의 거성들이 모여 토론을 하는 독특한 형식을 취함으로써 진화에 대해 말하고 있다..

 진화론의 거목인 해밀턴 박사의 장례식에 모인 진화론자들의 난상토론은 진화계의 양대산맥이자 앙숙이라고도 할 수 있는 스티븐 제이 굴드와 리처드 도킨스를 주축으로 이루어진다. 이들의 논쟁은 논리적이면서도 지적인가 하면 때로는 개인적인 사감이 들어있는 공격적인 발언에는 쓴웃음을 짓게도 만든다. 

 <다윈의 식탁>에서 다루는 토론주제들은 모두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들이다. 이기적 유전자로 어떻게 이타성을 설명하는가, 유전자란 무엇인가,  진화란 급진적으로 이루어지는가, 점진적으로 이루지는 것인가 등 여러 주제들을 다양한 관점을 지닌 석학들의 토론을 통해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다양한 이야기들 중에서도 특히나 인상적인 내용은 진화란 단지 적응일 뿐 진보가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진화가 이루어져 복잡성을 지닌 생물을 고등하거나 하등하다고 판단하는 것은 어리석은 행위일 뿐이다. 진화를 통해 이루어진 적응에 옳고 그름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인간이야말로 가장 진화된 존재로써 자신이 다른 생물과는 전혀 다른 위대한 존재라는 생각은 단지 인간의 오만일 뿐일 것이다.  

 한 번 읽기 시작하면 눈을 뗄 수 없는 마약과도 같은 흡입력을 지녔다는 이 <밀레니엄> 시리즈는 과연 그럴 만한 찬사를 들을 만한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인 스티그 라르손의 첫 작품이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을 정도로 읽기 쉬우면서도 매끄러운 문체를 통해 사건은 펼쳐진다.

 <밀레니엄>은 대단히 복잡하면서도 정교한 사건이지만 그 시작과 끝은 모두 철저하게 계산되어 있다. 단순하게만 말하면 밀레니엄의 1부는 한 거대기업인 반예르가의 후계자로 생각하던 하이예르 반예르의 실종사건을 추적하는 것이 주요한 사건이었으나 점점 더 거대한 진실이 밝혀지면서 이야기는 예측할 수 없는 상황으로 진행된다.

 밀레니엄에는 언론가였던 저자의 경력에 기인하는 것처럼 많은 것들을 시사하게 만든다. 기업의 비리, 여성문제 등과 같은 소재들은 소설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내려 있다.

 밀레니엄을 읽는 또 하나의 즐거움은 매력적인 두 주인공 미카엘 블롬크비스트와 리스베트 살란데르일 것이다. 특히나 리스베트 살란데르는 대단히 독특한 개성을 가지고 있다. 특이한 복장을 하면서도 남의 시선에는 전혀 신경쓰지 않으면서도 천재적인 해커이기도 한 그녀는 톡톡튀는 매력으로 신선한 재미를 가져다 준다.

 한 가지 안타까운 사실이 있다면 혜성과도 같이 등장해 이 <밀레니엄> 시리즈 창안해 낸 스티그 라르손에게 있어 이 책은 유작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본래 10부작을 계획했으나 3부를 탈고하고 급작스럽 심장마비로 사망했기에 더 이상 그의 작품을 볼 수 없다는 사실은 아쉬움으로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