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의 세계에서는 언제나 강자와 약자가 존재한다. 재정적으로 부유한 구단은 비싼 선수들을 보유하며 강자로 군림하고 그렇지 못한 구단들은 약자로 군림해야만 하는 것이 어쩔 수 없는 현실일까? 적어도 야구에서만큼은 아니다. 2000년대 초반 재정적으로 가난한 구단 중 하나인 오클랜드는 4회 연속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면서 그들만의 성공신화를 써 내려간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오클랜드가 이토록 빈약한 재정에도 불구하고 성공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머니볼>은 이 불공정한 게임에서 승리할 수 있는 그 해답을 알려준다. 

 오클랜드의 성공배경에는 단장 빌리 빈을 빼놓고선 이야기 할 수 없다. 그는 실패한 유망주였던 과거를 훌훌 떨어버리고 한 구단의 CEO로써 성공을 거둔 것이다. 그 이유는 야구장을 지배하고 있던 감정적인 고정관념을 치워버리고 합리적인 효율성만을 추구했기 때문이다.

 야구에 있어 승리를 하기 위해서는 점수를 올려야만 한다. 그렇다면 타자가 가질 수 있는 능력 중에서 점수와 가장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분석을 통해 알아 낸 것은 바로 출루율이다. 하지만 대다수의 메이져리그 구단들은 4구를 골라내는 능력을 중요시 여기기보다는 안타를 많이 칠 수 있는 타자를 좋아했다. 이러한 맹점을 빌리 빈은 여지 없이 파고 들어갔다. 남들이 과소평가하는 능력은 적은 금액으로 보충하는 것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효율성의 추구가 가능했던 것은 우수한 인재들을 통한 분석을 통해서이다. 빌리 빈은 선수들의 체격이나 잠재력 같은 불확실한 것들을 대신해서 그들이 여지껏 올려온 성적만을 통해서 나온 결과만을 신임한 것이다. 

 머니볼의 성공신화는 비단 메이져 리그 구단만의 경영전략이 아닌 다른 분야에서도  얼마든지 통용될 수 있는 것이다. 합리적이고 철저한 분석을 통해 결과를 예측하고 가장 가치가 높을 때 팔아 치우는 것. 이처럼 단순한 원리가 야구에서 주류가 되지 못했던 것은 수백년간 쌓아온 어리석은 전통과 편견 때문이었다. 이러한 불합리함을 벗어버리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 내는 적극성과 현명함이 있어야만 오클랜드와 같이 약자가 성공을 거두는 신선한 충격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감옥에서 만난 세 명은 출소하면서 한 가지 일을 계획한다. 그것은 바로 유괴극을 벌여 일확천금을 노리겠다는 것이다. 그 결과 부유한 할머니를 목표를 삼은 그들은 계획대로 납치를 벌인다. 그러나 오히려 유괴된 할머니는 주눅이 들기는 커녕 그들이 목표삼은 금액과 비교도 되지 않는 100억엔을 받아내야 한다면서 이 납치극을 주도한다.

 <대유괴>라는 제목만 본다면 당연하게도 심각한 범죄사건을 연상할 것이다. 그러나 이 소설은 그런 나의 예측을 여지없이 허물어 지게 만들었다. <대유괴>는 그 소재와는 달리 대단히 유쾌한 소설이었던 것이다. 

 순박하기 그지 없는 채로 좌충우돌하는 세 명의 납치범들, 할머니를 납치했으면서 오히려 휘둘리는 그 허술함이나 그들이 품고 있는 숨겨져 있는 정들을 보면 이들을 미워하기는 커녕 나도 모르게 흐뭇한 미소를 짓게 만든다. 그 누구도 다치거나 피해를 입지 않고 끝나는 해피엔딩의 결말까지 유괴라는 소재로 이처럼 가슴 따스한 이야기를 펼쳐낼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또한 대유괴는 단지 가볍고 유쾌하기만 한 소설은 아니다. 할머니가 100억엔을 받아내기 위해 경찰을 상대로 펼치는 지략싸움은 혀를 내두르게 할 정도로 치밀하면서도 정교하게 진행된다. 

 <대유괴>는 대다수의 정형화된 소설의 틀을 깨버리며 예측불허의 진행을 보이는 흥미로운 책임에는 틀림없을 것이다.

 악당이라 불러도 할 수 없는 주인공, 야가미는 어린 시절부터 공갈과 사기를 일삼는 험악한 인상의 남자이다. 그런 그가 새롭게 거듭나기 위해 골수이식이라는 선행을 베풀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선행을 베풀기가 이렇게 어려운거였냐는 그의 독백처럼 야가미는 미궁과도 같은 사건에 휘말려 든다.

 야가미는 자신이 명의를 빌려주고 있던 집에 살고 있던 시마나카가 죽어있는 현장을 목격한다. 다음날로 예정되어 있는 수술에 참여하지 못하게 될 것을 우려한 그는 도주를 결심한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집단들의 추격과 중요참고인으로 그를 지명수배한 경찰들, 시마나카를 비롯한 연쇄 살인을 저지르는 의문의 범인. 야가미의 사활을 건 도주는 숨막히게 진행된다.

 <그레이브 디거>는 한 번 읽는 순간부터 쉽게  책을 놓을 수 없게 만든다.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의문과 속도감 있는 진행은 어느 순간 결말까지 다 읽어 버린 자신을 발견하게 만든다.

 특히나 그레이브 디거라는 소재에는 색다른 재미를 느끼게 해준다. 이단심판이라는 명목으로 종교라는 권력을 지키기 위해 벌어졌던 마녀 사냥의 시대에 무덤에서 돌아온 자라는 이름으로 이단심판관들을 죽인 의문의 살인범이 바로 그레이브 디거인 것이다. 그 결과인지는 몰라도 그레이브 디거가 활동했던 영국만큼은 마녀사냥의 피해가 덜했다고 한다. 

 <그레이브 디거>는 소설적인 재미는 물론이고 여러가지 생각할 것들을 시사한다. 중세 마녀사냥처럼 오늘날에도 부패한 체제가 그 권력을 지키기 위해 어떤 죄악을 저지르고 있을 지도 모르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