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빈 롬멜. 2차 세계대전에서 가장 유명한 장군으로써 사막의 여우라는 별칭으로 불리우며 적과 아군 모두에게 찬사를 받은 인물이다. <나는 탁상 위의 전략은 믿지 않는다>에서는 그런 롬멜의 생애를 조명한다.

 책에서 보여진 그의 생애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도 훨씬 드라마틱 한 것이었다. 히틀러의 신임을 받으며, 명성과 실력을 모두 지닌 그는 프랑스 점령전에서 전격전을 수행하며 혁혁한 전공을 세운다.

 그 후 북아프리카의 사막의 독일 군단 사령관이 된 그는 훗날 그를 지칭하는 가장 유명한 단어인 사막의 여우라는 별칭답게 전차를 중심으로 한 기습과 속도전을 장기로 하며 기만전술로 연합군을 농락한다. 그런 그의 전공은 사막이라는 악조건과 신임할 수 없는 동맹군, 보급의 악화 속에서 이루어진 것이기에 더더욱 놀랍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롬멜은 자신이 하기 싫은 일은 남들에게도 시키지 않는다는 좌우명 아래 병사들과 같은 식사를 하며 불필요한 희생없이 이길 수 있는 것을 최선으로 삼았다. 또한 그는 적의 강력한 전차에 대응하기 위해 88밀리 대공포를 대전차포로 활용하며 격퇴하는 등 그는 유연한 사고방식의 소유자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런 그의 황금기 같은 절정은 곧 있을 쇠락을 암시하는 것이기도 했다. 너무나 깊게 진격해 버린 롬멜은 나날이 악화되어 가는 보급으로 인해 결국 후퇴를 결심할 수 밖에 없었다. 히틀러의 사수 명령을 거부한 그는 결국 병사들을 보존하기 위해 퇴각을 결심하고 이로 인해 해임되고 만다.

 결국 히틀러의 친구이자 가장 신뢰받던 장군이었던 롬멜은 결국 최후는 그런 히틀러의 손에 의해 죽임을 받게 된다. 그가 히틀러 암살계획에 동조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지만, 그가 마지막에는 히틀러에게 비판적이었던 것은 사실이었다. 그는 훌륭한 군인이었지만 불행히도 그 충성의 대상은 잘못된 것이었다. 

 일직히 더할나위 없는 영광을 얻은 그의 생애가 최후에는 비극으로 끝난 것은 마치 전쟁이라는 허무함을 대변하는 것과도 같아 보인다. 그러나 수 많은 독일 장군들 중에서도 유일하게 존경 받는 이름으로 남은 롬멜은 히틀러와 독일제국의 패망을 보지 않고 죽음으로써 오욕을 남기지 않은 최후라는 행운을 누린 것 인지도 모른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우리 나라에서 가장 사랑 받는 작가 중에 하나일 것이다. 그가 그토록 사랑 받는 이유는 그의 그 경이로운 상상력에 있을 것이다. <개미>는 그의 가장 초기작이면서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펼치는 소설이기도 하다.

 소설 <개미>는 두 가지의 플롯이 번갈아가면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하나는 인간의 입장에서이며 하나는 개미들의 입장에서 시작된다. 소설을 읽기 시작하면 보잘 것 없는 작은 존재라 생각했던 개미가 인간과는 다른 형태의 문명을 건설해낸 경이로운 존재라는 깨닫게 해준다. 개미들은 고도로 사회화된 형태를 취하고 있으며 농업이나 가축의 형태도 일찍이 이룩해 낸 것이다.

 개미들의 입장에서 바라 보는 인간들이란 재미있다. 인간은 거대한 다섯개의 분홍빛 공으로 이루어진 손가락들로써 개미로써는 받아들이기 힘든 이상한 일들을 벌이는 존재이다. 인간들이 개미의 세상을 온전히 이해 못하는 것처럼 개미들 역시 인간들의 세상을 이해하지 못하 것이다.

 인간들의 입장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들도 자칫 개미들의 세상에 비해서는 진부하고 지루해 질 수 있겠지만, 스릴러적인 기법으로 흥미를 읽지 않게 해준다. 지하실로 사라져 버리는 사람들, 의문의 살인사건과 같은 일들은 읽는 이로 하여금 여전히 강한 흡입력을 선사한다.

 <개미>의 또 하나의 즐거움은 소설 사이에 상대적이고 절대적인 백과사전이라는 이름으로 담겨있는 지식의 책이다. 이들 하나 하나는 몰랐던 사실을 알게 해준다는 소소한 즐거움을 가지게 해준다.

 <개미>를 통해 우리의 주변에 늘상 존재했음에도 불구하고 멀게만 느껴졌던 신비로운 개미들의 세계를 마음껏 탐험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서양문명이 세계사에 미친 영향은 실로 지대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문명이 어떻게 시작되었으며 어떠한 과정을 통해서 발전을 이룩할 수 있었는지를 살펴보는 것은 대단히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서양문명의 역사>는 서양문명의 그 시작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역사를 설명하는 개론서 중에 걸작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이 기나긴 역사의 흐름을 명확하면서도 통찰력 있는 시선으로 정리하면서 서술한다. 단순하게 나라와 왕들의 서술만이 아닌 그 시대의 생활상 모든 것을 역사로써 담아내려고 노력한 것이다. 그 시대의 종교와 문화, 예술, 과학, 사상 등을 보면 마치 내가 그 시대의 일원이 된 듯한 생각이 들게 된다.

 이처럼 서양 문명의 역사는 단편적인 지식만을 얻는 것만이 아닌 서양사의 거대한 흐름과 그 시대의 의미를 깨닫을 수 있게 해 준다. 또한 저자는 되도록 중립적이면서 객관적인 입장을 유지하여 이슬람 문명을 조명하고, 기독교의 성립 과정에도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다.
 
 이 책을 통해 오늘날 이루어진 서양의 문명은 하루아침에 어느 하나의 뛰어난 민족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수 많은 민족들이 각자 자신들만의 독특한 개성을 지니면서도 서로 영향을 받으면서 오랜 시간 동안 발전을 거듭하여 이룩된 것이다.   

 <서양문명의 역사>는 결코 적지 않은 분량이지만 그 만한 시간을 들여 읽을 만한 깊이와 재미를 지닌 역사서적임에는 틀림없을 것이다.